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고급스럽고도 화려한 이미지. 정은채가 자신의 이미지와 딱 맞는 외형에, 그간 보여준 적 없는 텐션의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에서 태생부터 가진 것이 많아 우월한 인생을 즐기며 사는 '현주' 역을 맞아서다.
작품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절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했다.
현주는 극 중 '유미'(수지)가 '안나'로서의 삶을 살게 자극하는 인물이다. 극을 이끄는 유미의 서사, 그 속에서 펼쳐지는 수지와 정은채의 호흡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정은채는 특유의 매력으로 금수저 현주를 알맞게 소화하며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이끌었다.
Q. '안나'가 베일을 벗었다. 시청자 반응은 좀 찾아봤나.
일주일에 두 회씩 나오는 거라 빠른 전개를 보는 분들이 어떻게 호흡해 주실지 궁금했어요. 작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 작품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인물 묘사나 감정에 몰입을 해서 보다 보니 어쩌면 느릴 수 있는 전개라고 생각을 했는데, 함축적으로 편집이 되기 때문에 장르적으로 보기는 되게 쫄깃쫄깃하더라고요.
Q. 작품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시나리오는 글이 너무 재밌어서 시작을 하고 끝을 다 읽고 덮을 때까지 너무 몰입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현주 캐릭터로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의아하기도 하고 이런 캐릭터 제안은 처음이라 '어떻게 이 캐릭터가 나에게 왔을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런 점에 대해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더 제가 살릴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어요.
Q. 현주는 기존에 보여줬던 캐릭터와 많이 다른 톤을 가진 캐릭터다. 톤 잡는 과정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저는 사람들의 목소리 톤이나 말하는 방식, 그런 언어적인 느낌들이 그 사람을 되게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 초반의 현주는 항상 들떠있잖아요. 어디론가 튀어 나갈 것 같은 캐릭터여서 그 점에 톤을 잡고 연기를 하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후반부에는 지나간 세월을 담아야 해서 톤을 많이 다운시켰고요. 현주의 시간들을 톤으로도 표현해 보려고 했어요.
악의가 없다는 게 어찌 보면 사람을 좀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현주가 유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작정을 하고 누구를 괴롭히면 상상이 되잖아요. 현주는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어떤 말을 내뱉을지 가늠이 안 가는 캐릭터라 그런 부분에 집중했어요. 순간순간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한 모습이 많이 보이길 원했죠. 제가 생각했던 현주는 그렇게 순간순간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런 게 더 보였으면 해서 제스처나 표정 부분에서 유독 고민을 많이 했어요.
Q. 그렇다면 현주와 정은채는 얼마나 닮았나.싱크로율이 맞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런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고요. 감독님께서는 제가 편한 지인들과 있을 때의 느슨한 모습이나 농담도 하고 크게 웃고 하는 그런 밝은 면을 현주에게 많이 넣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캐릭터가 마냥 얄밉거나 표독스럽지만은 않게, 귀여운 면도 있는 그 나이 또래 여자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죠.
Q.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제가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현주가 등장을 하면서부터 모든 신을 리드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대사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현주가 뭐든 한 번 말을 내뱉고 (신을) 끌고 가야 신이 정리가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죠.
우선 현장에서는 애드리브가 많은 부분 수용이 됐어요. 감독님께서도 열어주시는 편이라 되게 자유롭게 해보고, 좋았던 건 킵하면서 다른 연기도 해볼 수 있었거든요, 감독님이 시간과 기회를 주셔서 되게 편한 상태로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현주는 되게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면서도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수동적으로 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현주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도 있었을 것 같다.원래 편하고 우월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어떤 목표 의식이나 그런 것들이 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릴 때부터 주어진 환경에서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 문제라든지 그런 상황에서의 소란이 있는 것뿐이지, 인생의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할 일도 크게 없었을 것 같고요. 일상을 따지면 또래의 평범한 여자들과는 다른 면을 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사실 현주를 연기하면서 시원한 부분도 있었어요. 순간순간하고 싶은 말을 필터링 없이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그녀의 화법이 되게 놀랍기도 했어요. 처음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제가 그걸 되게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하게 생각하면 캐릭터랑 멀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현주의 모습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Q. 이주영 감독,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나.감독님 성향 자체가 전형적인 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어요. 여러 가지 캐스팅적인 부분에서도 저희가 봐왔던 배우들의 연기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훨씬 새롭게 접근해서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뽑아내는 걸 좋아하세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연기 변신을 할 수 있었고 그런 새로운 모습에 시청자분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여자가 여자를 조금 더 꿰뚫어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을 하고, 감독님 자체가 사람을 관찰하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사람을 다각도로 돌려보고 그런 면이 캐릭터에서 비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입체적으로 만드신 것 같아요. 저 역시 모든 캐릭터들이 선과 악이 공존해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고 부끄러운 모습까지도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개성과 고집이 연출로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수지 씨와 저는 너무 다른 콘셉트의 역할로 있다 보니까 연기할 때 주고받는 에너지가 재밌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더 살려주는 대비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한 프레임에 담겨서 모니터를 하면 신나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서로 비교하면서 주고받은 리액션을 감독님께서 잘 포착을 해주신거죠.
Q. 타고난 금수저 캐릭터답게 의상도 화제를 모았다. 스타일링에 신경 쓴 부분은 뭔가.준비 단계부터 감독님, 스타일리스트 분들이랑 회의를 되게 많이 했어요. 의상으로 보이는 모습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길 바랐고, 색감의 대비나 질감의 대비가 현주와 유미를 동시에 비교하면서 보게 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나하나 한 땀 한 땀 예민하게 계산된 의상을 입은 거죠. 여러 벌의 옷을 피팅 했는데 현주는 누구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의상을 데일리로 입고 다니니까 그런 점이 캐릭터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TPO는 전혀 관계없는 나만의 기분에 따라 입는 그런 옷이라는 느낌이 있었죠.
Q. 현장에서의 정은채는 어떤가.사실 저는 리더십은 전혀 없는 스타일이라 어떤 현장에서도 조용히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번 현장은 달랐던 게 현주가 등장해야 신이 환기가 되고, 공기가 순환이 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 에너지를 현장에서도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현장 갈 때마다 좋은 에너지로 가서 편하게 있으려고 했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 갑자기 페이스오프 되는 게 아니라 감정선과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편이거든요.
Q. '안나' 속 현주로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이제 제 인생 연기면 안되죠. 더 다른 옷들을 입어도 그게 저에게 잘 붙었으면 좋겠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또 계속 공부해야 해요. 어떤 이미지로 국한되기보다는 '이 사람이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선택할까' 그런 게 궁금한 배우이고 싶어요.
(저에 대해) 대하기 쉽지 않고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들어오는 제안들도 전문직이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어요. (그런 이미지가) 오해라고 해야 하나. 이번엔 현주를 통해서 정말 다른 결의 연기를 했고, 저에게도 저렇게 다른 모습이 있구나라는 걸 캐릭터로 보여드리는 게 제 방식인 것 같아요. 그게 통하면 좋겠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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