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결심'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캐스팅 #N차관람, 그리고 #사랑[인터뷰]
기사입력 : 2022.07.16 오후 1:00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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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표 로맨스가 평단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영화 '아가씨' 이후 약 6년 만에 들고 온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다. 작품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작품을 통해 산과 바다라는 극단의 공간에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냈다. 갑자기 밀려드는 사랑이 아닌, 물 위의 잉크처럼 서서히 퍼지는 어른의 사랑 이야기. 박찬욱의 로맨스는 그렇게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Q. '헤어질 결심'은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을뿐더러 국내외 매체에서도 호평을 이끌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제 이전 영화들과 다르다는 반응은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거겠죠. 처음 일해보는 배우들이 나오고 해서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반응 같아요. 제가 이번에 하고 싶었던 것은 이전 영화들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그런 영화였어요. 물론 스마트폰이 많이 등장하는 점에서 고전적인 부분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당나라에서 온 것 같은 인물이 애플 워치를 쓰는 게 더 재밌지 않나요?(웃음)

제 생각에 결국 대부분의 감독은 작품에 대한 평가나 각본을 쓰는 능력의 평가가 배우들의 통해 인정받는 것 같아요. 배우가 잘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거기에 나에 대한 평가가 다 들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박해일, 탕웨이 배우는 모두가 호감을 가지고 사랑스럽다고 해주시니 뿌듯해요.

Q. N차 관람을 예고한 관객도 많더라. 오랜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는데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저는 세 번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한 번 보고, 해준 입장에서 한 번 보고, 서래 입장에서 보고, 그렇게 세 번이 이상적인 관람 횟수라고 생각해요.

Q. 박찬욱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가 컸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

사랑 이야기가 아주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이고, 치명적이고 그런 이야기가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랑이 오히려 더 애틋하기 때문에 우리 보통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Q. 작품에선 '눈'이 강조되는 신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든 것은 '안개'라는 노래에서 시작했어요. '안개' 가사를 음미하면서 안개 낀 도시의 풍경을 상상하며 스토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흐릿한 풍경이 많았죠. 노래 가사에도 '안갯속에 눈을 떠라'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시야가 흐릿한 상황에서도 똑바로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는 그런 남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해준의 대사에서 '살인사건 현장에 가면 시신들이 반쯤 눈을 뜨고 있는데, 그 눈이 마지막으로 봤을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형사로서의 직업적 소신을 밝히면서 눈이 언급이 되죠.

또 해준이 서래에게 남편의 시신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을 때, '말씀'할 때는 실망하고, '사진'이라고 번복하니까 반가워하고, 그러면서 (서래가) 같은 종족이라고 느끼고. 그런 과정에서 무언가를 '똑바로 본다', '정면을 본다', '회피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거죠. 서래는 정말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소신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눈이라는 인체 기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박해일, 탕웨이와 첫 호흡을 맞췄다. 두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박해일 배우는 '연애의 목적',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 때문에 (대중 분들이)실제 박해일과 다른 인상을 갖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밥 먹는 자리나 뒤풀이에서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실제 박해일이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알고 있어요. 투명하고, 생각이 엉뚱하기는 한데, 그것이 감춰져 있지 않고 다 드러나서 그게 참 재밌는 사람이에요.

극 중 (해준이 서래에게 하는) '몸이 꼿꼿해서 좋다'는 말은 사실 해준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같은 종족으로서 느끼는, 나는 당신이 이래서 좋아라고 말할 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부분이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박해일은 몸이 꼿꼿하고 긴장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 캐스팅했어요.

탕웨이 배우는 '색계', '만추', '황금시대'를 보면서 일관된 그런 사랑스러운 매력에다가, 범접하기 어려운, 양립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보기 드문 배우라고 봤어요.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때는 위엄을 지녔는데 웃으면 굉장히 장난기가 있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고요. 그래서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던 거죠.

두 사람 모두 생각이 깊고, 연기를 어떻게 할지 자기만의 시각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참 좋았고, 두 사람 모두 저를 놀라게 했어요.

Q.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뉘는 듯한 구도다. 대표적으로 산과 바다로 배경이 나누어져 있고,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물 구도도 대칭적이다. 이런 구도를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

산과 바다로 배경이 나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우주를 말하는 거예요. 대표적인 것을 제시한 거고, 두 개가 합쳐지면 이 세상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거죠. 1부와 2부를 나누면서 서래와 해준이 세계 전체를 표현하려고 했고, 이원적인 요소로 대립되는 그런 핵심들을 추출해서 대칭시키려고 했어요. 크게는 서래가 연루된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해준의 시각이 1부에서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려고 하지만, 2부에서는 거꾸로잖아요. 그런 면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개의 파트와 공간, 인물 구성도 그렇게 배치를 했어요.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이포에서 해준이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습니까?'하니까 서래가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했던 부분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가슴이 찡해요. 이 장면은 화려한 특수효과나 카메라 워크도 없고, 샷이 그냥 간단하게 구성돼 있는 순수하게 이루어진 신이라고 생각을 해요. 거기에는 중의적으로 돌려 말하고, 숨기고, 그러면서도 공격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막 변화하는 그런 데도 형식적으로는 단순하거든요. 거기에 담긴 감정은 복잡하다는 마음에 도달하려고 했어요.

Q. 이번 작품엔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박정민, 박용우 배우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이들을 캐스팅한 과정도 궁금하다.

이정현 배우는 '파란만장'이라는 단편에서 만났었는데, 그때 이정현의 연기는 정말 실감이 나고 너무 웃기는 연기였어요. 이정현의 연기는 크게 과시하는 연기가 아니고 곳곳에서 드러나게 해요. 얼마나 생각이 깊고 연기를 정확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그런 놀라운 배우 같아요.

박용우 씨는 함께 해서 정말 즐거웠죠. 항문을 좋아하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라는 부분에서 혼자서 미친 듯이 웃고 남들이 반응 안 하니까 뻘쭘해지면서 쓱 가라앉는 그 과정을 보니 유머 센스가 있는 분이더라고요. 제가 '달콤, 살벌한 연인'을 좋아해서 몇 번 봤었는데, 그런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한 것 같아요.

고경표는 '응팔(응답하라 1988)'에서 보고 캐스팅을 했어요. 박해일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동생 같은 후배 캐릭터라 박해일과 닮은 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쓰고 싶었어요. 젊은 스타인데 자기가 어느 선까지 나서야 하고, 어디서 살짝 물러났어야 하는지 그런 현명한 태도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 영화 보고 (고경표에 대해) 자기 할 일을 잘 해줘다는 칭찬이 많았어요.

신영 씨는 두말할 나위가 없죠. '행님아'가 대체 언제 적인가 싶은데 그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우정 출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저는 신영 씨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유명한 개그맨이 아니고 그냥 대학로에서 연극을 십몇 년 한, 그렇게 알려진 사람을 우연히 발견해서 첫 영화 출연을 한 것 같은 이미지로 해달라고요. 저는 그렇게 덤덤하게 하려고 했어요. 김신영 씨는 오자마자 영화 한 10편은 한 듯한 배우처럼 잘 적응하더라고요. 구수한 욕설도 만들어와서 고마웠어요.

박정민 씨는 '일장춘몽'에서도 함께 했지만 젊은 남자 배우 중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했고. 박정민 씨에게 높이 사는 것은 웃기는 타이밍 감각이라던가, 대사도 재밌게 잘 해서 별것도 아닌데 재밌게 만든다거나 하는 그런 감각이 아주 훌륭한 친구예요. 그런데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는 지성적인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 걸 두루 거친 배우죠.

Q.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유머 코드가 관객에게 먹히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셨었는데, 의도한 유머 코드가 100% 먹히는 것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두 개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걸 선택할 것 같나.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가 분리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유머 코드가) 잘 먹히면 황금종려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칸에서 영화 본 사람들에게 아무도 안 웃는다고 불평했더니 '소리 내서 웃지 않았을 뿐이지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고 위로해 주더라고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유머가 잘 작동하는지 궁금한 부분인데, 정안(이정현)이 석류청을 만들 때 '중년 남성 우울증에 자라 진액탕이 좋다'면서 해준을 말없이 빤히 보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너무 웃겨요. 그걸 관객분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Q. 그동안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임팩트가 컸던 것 같다.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까.

그런 거 없어요. 남자, 여자 다 똑같이 취급하고요. 남녀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해요. 금자 씨면 금자 씨 개인이라고 생각할 뿐이고, 캐스팅되면 거기에 맞춰서 그 배우가 잘 하는 것,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면, 그런 걸 하면 더 흥미롭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것을 각본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그러면서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는 거죠. 비로소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이 되도록요.

Q. 신작이 나올 때마다 감독님을 향한 대중의 기대가 많은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지, 혹시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다면.

처음에는 정말 감독의 이름을 지울까 싶기도 했어요. 홍보에는 배우들만 내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거든요. 이제는 체념을 했고, 이것이 상업 영화감독의 숙명이구나 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너무 심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거 아실 테니까, 관객이 겁내지 않게 좀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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