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젤리피쉬, SBS 제공
데뷔 때부터 주연을 꿰차더니, 단 네 작품만에 학원물, 장르물, 로맨스물까지 소화한 배우가 있다. 배우 김세정 얘기다. 걸그룹으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 대중의 귀호강을 유발했던 그가 연기를 통해 안방극장까지 매료했다.
최근 '사내맞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차세대 '로코퀸'으로 떠오른 김세정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김세정이 맡은 '신하리'는 절친의 부탁으로 대리 선 자리에 나갔다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장을 맞닥뜨린 인물이다. 과거 인터넷 소설에서 봤을 법한 사장과 직원의 사랑이라는 소재였다.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캐릭터성을 끌어올린 배우들 덕에 지루할 틈 없는 로맨스 드라마가 완성됐다.
Q. '경이로운 소문' 이후 '사내맞선'까지 흥행 2연타를 이뤘다. 소감이 어떤가.일단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데요. 첫째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점이고, 열심히 했는데 이런 좋은 결과까지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전작도 이번에도 열심히 한 만큼 좋은 성적을 받아서 감사했어요. 두 번째는 그만큼 부담이 된다는 점이겠죠. 감사하게도 다 운이기도 한데요.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대가를 늘 받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혹여나 '다음에도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실까봐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열심히 할 거고, 걱정은 크게 없어요.
Q. 전작에서는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하리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또 실제 배우와도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하리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 것 같나.저는 처음에 하리와 제가 말이 멀어져 있다고 생각한 사람 중 하나였어요. 제가 워낙 성격이 사내대장부 같고 털털한 성격이다 보니까 (감정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편인데, 하리는 상황에 닥치면 판단을 잘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동화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 점수를 매기자면 90% 정도 닮아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극 중 본캐 '신하리'와 부캐 '신금희'를 오가는 스타일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부캐로 금희를 연기하면서 하리도 조금은 즐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하리가 이 수많은 옷과 장신구를 어디에서 났을까?'하는 걸 증명하는 데 고민했어요. 그점이 작품에서는 잘 녹여지지 않았거든요. 저희만 아는 사실로는 하리가 입은 모든 비싼 것들은 영서의 것이고, 그런 콘셉트라고 혼자 생각했어요.
Q. 안효섭 배우와의 로맨스 케미가 큰 화제를 모으며 '하태커플'로 사랑을 받았다. '하태커플'이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두 사람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친구들이고, 그들이 어디에도 있을법하지 않은 일을 그럴싸하게 해내잖아요. 어딘가에 이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믿게끔 캐릭터를 만든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꽤 잘 해냈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Q. 안효섭 배우와 첫 커플 화보도 찍고, 시청률 공약으로 듀엣도 했다. 당시 에피소드가 있나.저 커플화보 처음입니다.(웃음)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고, 얼마만큼 친하게 보이도록 찍어야 할까 생각을 했어요. 사실 커플 화보 찍기 전에는 효섭 선배와 (극 중) 커플 신을 전혀 찍지 않았던 상태였거든요. 어찌 보면 그 화보 덕분에 친해진 것도 있어요. 그 이후로 커플 신이 많아서 화보를 기점으로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초반 메이킹 보면 서로 뚝딱 거리는 게 보이거든요.(웃음) 화보 이후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함께 연기하는 것에는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함께 노래하는 건 도와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각자의 노래가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연기와는 달랐어요. 효섭 선배가 워낙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노래도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어요.(웃음)
Q. 극 후반부에 하태커플의 베드신도 큰 화제였다.부끄러워요. 모니터링도 못 했어요. 사실은 관람등급을 생각했기 때문에 덜어내야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정도로 나온 것 같아요. 태무와 하리의 여러 감정선을 봤을 때, 시련과 곤란을 겪고 그 끝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거든요. 남산 앞에서 포옹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굉장히 벅찬 감정이었고요. 그 감정을 잇는 거라면 '이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베드신을) 타이트하게 잡는다던가 그런 걸 해주지 않으셔서 저희도 감정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저는 둘을 만들어간 사람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장면이에요. 꼭 필요했던 신이죠.
저는 노출이 크게 있지 않아서 준비는 안 했는데 효섭 선배는 관리를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한 지점이라면 감정선을 잇는 점이었어요. 그 감정에 대한 회의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냥 걱정돼서 안아주고 포옹하는 느낌이 아니라 감정을 끌어올려서 해야 하니까요.
Q. 설인아 배우와는 '학교 2017' 이후로 두 번째 재회고, 모두들 또래라 현장 분위기도 매우 좋았을 것 같다.'학교 2017' 때에는 인아 배우와 겹치는 신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 기억이 크게 없었는데, 지금은 서로에게 너무 큰 도움이 되는 동료이자 배우여서 정말 고마운 사이에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거든요.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배우가 바로 영서. 인아 배우에요. 영서는 인아 배우 그 자체였어요. 굉장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친구고 강한 친구예요. 늘 옳은 선택을 하고 열심히 살고 일을 사랑하는 부분이 인아 배우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민규 선배가 성훈이와 달라요. 드라마에서는 과묵한데 민규 선배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고, 수다스러워요. 그런 게 또 매력적이게 나오더라고요.
Q. 극 중 하리는 민우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인물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 그리고 지고지순한 마음에 공감이 되던가.저는 짝사랑 경험이 없어요. 사실 그래서 정말 걱정했어요. 내가 과연 이 감정을 해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런 방식으로 사랑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분들에게 상처 주는 연기를 하면 안 되는데 싶었어요.
긴 시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 게)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사랑이라고 착각하길 원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하리가 민우를 보낼 때 빨리 잊을 수 있었고, 짝사랑을 할 때도 덜 다치면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한 게 가족과 친구밖에 없어서 그런 식으로 방향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연애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연애관에 변화가 생겼을까.하.. 저는 아직도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왜 현실에는 그렇게 사랑해 줄 것 같은 사람이 없을까요? 언젠가는 만날지 모르지만, 아직 제 인생에서 일만큼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못 만났어요. 아직도 전 운명을 믿거든요. 저만큼 저를, 제 일을 같이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아직 믿어요. 그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로만 로맨스를 보여드릴게요.(웃음)
Q. 이번 작품을 통해 '로코여신' 타이틀을 얻었다. 작품을 마친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만족도는 어떤가.'만족도'라는 것에 세부적인 문장을 고치고 싶어요. 일단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만족'이라고 치고 말씀드릴게요. 연기나 수많은 것들은, 아직 제가 모든 걸 담기에 작은 사람이라서요. 제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점수를 주자면 한 85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노력한 것에 대해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덜 열심히 할 때도 있었어요. 단순히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랬을 때도 있고요. 이번에는 그런 핑계 하나 없이, 할 수 있는 한 더 열심히 했거든요. 체력이 좋으면 더 잘했을 것 같아요.
Q. '사내맞선'은 김세정에게 어떤 지점이 될까. 또 배우로서 네 작품을 선보였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인생캐릭터'는 뭔가.'사내맞선'은 20대 후반에 얻은 봄이자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초중반까지는 가수 김세정으로서, 구구단과 아이오아이가 제 청춘이자 봄이었던 시기였고요. 20대 후반기에는 '사내맞선'이 너무 잘 열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라 하면, 저는 '가능성'이러고 말하고 싶어요. 감사하게도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서 더 넓은 시장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인생 캐릭터는 어떻게 뽑죠? 저는 솔직히 진짜 꼽기 힘들어요. 정말로요. 그럼에도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리고 절 가장 많이 울린 캐릭터는 뮤지컬 '레드북'의 '안나'라는 역할이에요. 나에 대해서 더 찾아가고 알아가게끔 도움을 많이 준 캐릭터였고, 그런 점이 저와 닮아 있었기에 저를 더 깨워준 것 같아요. 작품 하면서 선배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 덕에 지금의 저를 쌓아 올릴 수 있었어요.
Q. 인터뷰 내내 '열심히'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열심히 하다보면 방전이 되기 마련인데, 김세정만의 충전법이 있을까.일단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졌던 순간도 분명 있었어요. 무언가 잘 안될 때면, '내가 덜 열심히 해서 그랬나'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고요. '나 더 쉬어야 하는데 왜 못 쉬지?'할 때도 있었어요. 그걸 이겨내게 된 건, 쉬는 것도 열심히 하는 거라는 걸 느낀 시간이 있어서에요. 그 부분이 저에게 큰 계기가 됐고, 지금의 저를 계속 체크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크게 걱정이 없어요. 그동안은 자꾸 넘어지고 다치고 아팠거든요.
이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습관이 생겨서 걱정이나 강박도 없고, 방전이 될 때면 제겐 좋은 친구들이 있거든요. 좋은 사람들 속에서 방전된 것을 채우기도 하고 이겨내고 있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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