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짝사랑 경험 없어…저를 사랑해 줄 사람도 못 만났어요" [인터뷰]
기사입력 : 2022.04.24 오전 10:00
사진: 젤리피쉬, SBS 제공

사진: 젤리피쉬, SBS 제공


데뷔 때부터 주연을 꿰차더니, 단 네 작품만에 학원물, 장르물, 로맨스물까지 소화한 배우가 있다. 배우 김세정 얘기다. 걸그룹으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 대중의 귀호강을 유발했던 그가 연기를 통해 안방극장까지 매료했다.

최근 '사내맞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차세대 '로코퀸'으로 떠오른 김세정과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김세정이 맡은 '신하리'는 절친의 부탁으로 대리 선 자리에 나갔다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장을 맞닥뜨린 인물이다. 과거 인터넷 소설에서 봤을 법한 사장과 직원의 사랑이라는 소재였다.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캐릭터성을 끌어올린 배우들 덕에 지루할 틈 없는 로맨스 드라마가 완성됐다.

Q. '경이로운 소문' 이후 '사내맞선'까지 흥행 2연타를 이뤘다. 소감이 어떤가.

일단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데요. 첫째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점이고, 열심히 했는데 이런 좋은 결과까지 받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전작도 이번에도 열심히 한 만큼 좋은 성적을 받아서 감사했어요. 두 번째는 그만큼 부담이 된다는 점이겠죠. 감사하게도 다 운이기도 한데요.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대가를 늘 받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혹여나 '다음에도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실까봐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열심히 할 거고, 걱정은 크게 없어요.

Q. 전작에서는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하리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또 실제 배우와도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하리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 것 같나.

저는 처음에 하리와 제가 말이 멀어져 있다고 생각한 사람 중 하나였어요. 제가 워낙 성격이 사내대장부 같고 털털한 성격이다 보니까 (감정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편인데, 하리는 상황에 닥치면 판단을 잘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동화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 점수를 매기자면 90% 정도 닮아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극 중 본캐 '신하리'와 부캐 '신금희'를 오가는 스타일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부캐로 금희를 연기하면서 하리도 조금은 즐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하리가 이 수많은 옷과 장신구를 어디에서 났을까?'하는 걸 증명하는 데 고민했어요. 그점이 작품에서는 잘 녹여지지 않았거든요. 저희만 아는 사실로는 하리가 입은 모든 비싼 것들은 영서의 것이고, 그런 콘셉트라고 혼자 생각했어요.

Q. 안효섭 배우와의 로맨스 케미가 큰 화제를 모으며 '하태커플'로 사랑을 받았다. '하태커플'이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사람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친구들이고, 그들이 어디에도 있을법하지 않은 일을 그럴싸하게 해내잖아요. 어딘가에 이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믿게끔 캐릭터를 만든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꽤 잘 해냈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Q. 안효섭 배우와 첫 커플 화보도 찍고, 시청률 공약으로 듀엣도 했다. 당시 에피소드가 있나.

저 커플화보 처음입니다.(웃음)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고, 얼마만큼 친하게 보이도록 찍어야 할까 생각을 했어요. 사실 커플 화보 찍기 전에는 효섭 선배와 (극 중) 커플 신을 전혀 찍지 않았던 상태였거든요. 어찌 보면 그 화보 덕분에 친해진 것도 있어요. 그 이후로 커플 신이 많아서 화보를 기점으로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초반 메이킹 보면 서로 뚝딱 거리는 게 보이거든요.(웃음) 화보 이후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함께 연기하는 것에는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함께 노래하는 건 도와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각자의 노래가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연기와는 달랐어요. 효섭 선배가 워낙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노래도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어요.(웃음)

Q. 극 후반부에 하태커플의 베드신도 큰 화제였다.

부끄러워요. 모니터링도 못 했어요. 사실은 관람등급을 생각했기 때문에 덜어내야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정도로 나온 것 같아요. 태무와 하리의 여러 감정선을 봤을 때, 시련과 곤란을 겪고 그 끝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거든요. 남산 앞에서 포옹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굉장히 벅찬 감정이었고요. 그 감정을 잇는 거라면 '이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베드신을) 타이트하게 잡는다던가 그런 걸 해주지 않으셔서 저희도 감정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저는 둘을 만들어간 사람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장면이에요. 꼭 필요했던 신이죠.

저는 노출이 크게 있지 않아서 준비는 안 했는데 효섭 선배는 관리를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한 지점이라면 감정선을 잇는 점이었어요. 그 감정에 대한 회의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냥 걱정돼서 안아주고 포옹하는 느낌이 아니라 감정을 끌어올려서 해야 하니까요.

Q. 설인아 배우와는 '학교 2017' 이후로 두 번째 재회고, 모두들 또래라 현장 분위기도 매우 좋았을 것 같다.

'학교 2017' 때에는 인아 배우와 겹치는 신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 기억이 크게 없었는데, 지금은 서로에게 너무 큰 도움이 되는 동료이자 배우여서 정말 고마운 사이에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거든요.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배우가 바로 영서. 인아 배우에요. 영서는 인아 배우 그 자체였어요. 굉장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친구고 강한 친구예요. 늘 옳은 선택을 하고 열심히 살고 일을 사랑하는 부분이 인아 배우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민규 선배가 성훈이와 달라요. 드라마에서는 과묵한데 민규 선배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고, 수다스러워요. 그런 게 또 매력적이게 나오더라고요.

Q. 극 중 하리는 민우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인물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 그리고 지고지순한 마음에 공감이 되던가.

저는 짝사랑 경험이 없어요. 사실 그래서 정말 걱정했어요. 내가 과연 이 감정을 해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런 방식으로 사랑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분들에게 상처 주는 연기를 하면 안 되는데 싶었어요.

긴 시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 게)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사랑이라고 착각하길 원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하리가 민우를 보낼 때 빨리 잊을 수 있었고, 짝사랑을 할 때도 덜 다치면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한 게 가족과 친구밖에 없어서 그런 식으로 방향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연애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연애관에 변화가 생겼을까.

하.. 저는 아직도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왜 현실에는 그렇게 사랑해 줄 것 같은 사람이 없을까요? 언젠가는 만날지 모르지만, 아직 제 인생에서 일만큼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못 만났어요. 아직도 전 운명을 믿거든요. 저만큼 저를, 제 일을 같이 사랑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아직 믿어요. 그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로만 로맨스를 보여드릴게요.(웃음)

Q. 이번 작품을 통해 '로코여신' 타이틀을 얻었다. 작품을 마친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만족도는 어떤가.

'만족도'라는 것에 세부적인 문장을 고치고 싶어요. 일단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만족'이라고 치고 말씀드릴게요. 연기나 수많은 것들은, 아직 제가 모든 걸 담기에 작은 사람이라서요. 제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점수를 주자면 한 85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노력한 것에 대해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덜 열심히 할 때도 있었어요. 단순히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랬을 때도 있고요. 이번에는 그런 핑계 하나 없이, 할 수 있는 한 더 열심히 했거든요. 체력이 좋으면 더 잘했을 것 같아요.

Q. '사내맞선'은 김세정에게 어떤 지점이 될까. 또 배우로서 네 작품을 선보였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인생캐릭터'는 뭔가.

'사내맞선'은 20대 후반에 얻은 봄이자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초중반까지는 가수 김세정으로서, 구구단과 아이오아이가 제 청춘이자 봄이었던 시기였고요. 20대 후반기에는 '사내맞선'이 너무 잘 열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라 하면, 저는 '가능성'이러고 말하고 싶어요. 감사하게도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서 더 넓은 시장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인생 캐릭터는 어떻게 뽑죠? 저는 솔직히 진짜 꼽기 힘들어요. 정말로요. 그럼에도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리고 절 가장 많이 울린 캐릭터는 뮤지컬 '레드북'의 '안나'라는 역할이에요. 나에 대해서 더 찾아가고 알아가게끔 도움을 많이 준 캐릭터였고, 그런 점이 저와 닮아 있었기에 저를 더 깨워준 것 같아요. 작품 하면서 선배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 덕에 지금의 저를 쌓아 올릴 수 있었어요.

Q. 인터뷰 내내 '열심히'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열심히 하다보면 방전이 되기 마련인데, 김세정만의 충전법이 있을까.

일단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졌던 순간도 분명 있었어요. 무언가 잘 안될 때면, '내가 덜 열심히 해서 그랬나'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고요. '나 더 쉬어야 하는데 왜 못 쉬지?'할 때도 있었어요. 그걸 이겨내게 된 건, 쉬는 것도 열심히 하는 거라는 걸 느낀 시간이 있어서에요. 그 부분이 저에게 큰 계기가 됐고, 지금의 저를 계속 체크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크게 걱정이 없어요. 그동안은 자꾸 넘어지고 다치고 아팠거든요.

이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습관이 생겨서 걱정이나 강박도 없고, 방전이 될 때면 제겐 좋은 친구들이 있거든요. 좋은 사람들 속에서 방전된 것을 채우기도 하고 이겨내고 있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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