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갈수록 일이 좋아져…결혼 멀지 않나 싶어요" [인터뷰②]
기사입력 : 2022.04.24 오전 8:01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민영이 연기한 하경은 30대 직장인 여성의 여러 고민과 상황을 리얼하게 그렸다. 마치 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이었기에 박민영도 그런 지점에 집중했다. 하경이가 된 시간 동안은 그야말로 '과몰입'이었다.

Q. 하경이는 엄마로부터 결혼 압박을 많이 받는 인물이다. 실제 박민영도 일과 사랑을 두고 고민하는 지점이 있을까.

저도 20대 때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고민이 그거예요. 제 인터뷰 보시면 20대 때에는 '27살에 결혼할 거예요' 했고, 그다음에는 '서른에 할 거예요' 하다가, '30대 중에는 하겠죠?' 그랬거든요.(웃음) 이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도 전 일을 너무 좋아하고, 제가 일이 재미없는 순간 인생 2막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일이 갈수록 재밌더라고요. 지금도 모여서 회의할 때가 제일 재밌고 하는 걸 보니 저는 결혼은 멀지 않나 싶어요.

Q. 드라마에선 윤박 씨가 연기한 '한기준' 역이 정말 분노 유발자였는데, 기준이의 모습 중에서 가장 꼴 보기 싫었던 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윤박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보시는 분들도 그렇지만, (기준이의) 거의 모든 신이 이해가 안 가지 않았나요?(웃음) 제가 기준이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때리게 되더라고요. 칼람 써달라고 하고, 파혼 후에 반반 내놓으라고 하고요. 두 사람의 베드신을 본 후에 그걸 찍으니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하는 제 분노가 정말 화면을 뚫고 나오더라고요.(웃음)

드라마 안에서는 가장 많이 치고받고 싸운 사이지만, 실제로 윤박 씨와 저의 배우 간의 케미는 굉장히 좋았어요. 합도 잘 맞고 리허설할 때도 모든 분들이 다 웃을 정도였거든요. 촬영 감독님이 '얘네 싸우는데도 왜 잘 어울리지?'하면서 재밌어하셨던 기억이 나요. 윤박 씨도 아주 좋은 배우고, 또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사진: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사진: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Q. 실제로 오랜 연인의 바람을 목격했다면, 박민영이라면 어떨까. 연애관도 궁금하다.

저는 바로 손절이에요. 그런 점에서 하경이의 쿨함에 정말 놀라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어요. 저는 이해가 안 되니까요. 내가 구 시대적인 사람인가 고민한 적도 있을 정도예요.(웃음) 시원하게 일침을 날리는 사이다 신이 제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결정적인 신이에요. 'XXX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99개의 고구마를 한 캔의 사이다로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면 나는 고구마를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 연애관은 맺고 끊는 게 분명해요. 쉽게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지켜보고 잘 알아본 뒤에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하경이와 사랑에 대한 관점이 정말 다르다고 말씀드린 거죠. 아직은 일이 우선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데 이러다 한 번에 퐁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죠.(웃음)

Q. 실제 박민영이라면 시우와 기준 중 어느 쪽에 더 끌릴 것 같나. 사랑보다 일이 먼저인 남자를 만난다면?

실제 저라면 둘 다 제 스타일이 아니기는 해요. 왜냐면 저는 확실한 게 좋은데 두 사람은 약간 애매모호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간극이 좀 있죠.

저보다 일이 먼저인 사람을 만나면 데이트는 언제 하죠?(웃음) 저도 일이 먼저인데, 저보다 더 일이 먼저라니. 생각해 보면 그게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좀 그런 편이에요. 일이 먼저인 남자가 더 좋아요. 짬이 나서 한 시간 만나더라도 자기 일에 확실하게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여요.

Q. 현장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 말고도 현장에서 느끼는 책임감이 있나.

언제부터인가 제가 맏언니, 누나가 되어 있더라고요. 제가 그만큼 오래 연기를 한 것도 있지만, 이 친구들을 끌어가야 하는 역할을 할 때가 됐구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저는 일단 평화로운 게 좋거든요.

나이가 많고 적고, 경험이 많고 적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는 모두 자기 캐릭터에서만큼은 가장 전문적이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경청해주고, 내가 아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드리고,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감독님이 장난으로 제가 오면 '저기 멜로 감독님 오신다'고 하세요.(웃음) 송강 씨도 완전 로맨스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가장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그런 점을 공유하고 만들어갔어요. 함께하는 작업이 저는 정말 즐거워요.

Q. 근 10년 간 쉼 없이 작품을 하고 있다. 원동력이 뭔가.

제가 잘 생각해 봤는데 제 원동력은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 같아요. 제가 못한 게 제 눈에는 보이기 때문에 그걸 부여잡고 채우고 싶어 하면서 또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못한 부분이 보이면 이걸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덮으면 또 다른 빈 곳이 보여요. 그렇게 하나씩 고쳐가는 거죠. 이번에도 피곤한 직장인 설정이라 긴장을 확 풀었더니 제가 원하던 플랫한 대사 톤이 나왔지만 눈도 반쯤 감기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다음에는 이번보다 조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로코퀸이라고 불릴 만큼 매 로맨스 작품에서 상대 역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수식어에 부담이 있는지, 또 로맨스 연기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부담을 가질 정도로 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케미를 잘 살릴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교감 덕이죠. 상대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편이고, 그러다 보면 상대의 눈에서도 진심이 보이더라고요. 눈이 대사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눈으로 진심을 주고받는 게 로맨스에서는 가장 큰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Q. 작품은 매회, 기상청 사람들의 삶을 날씨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민영의 현재를 날씨에 대입해 보자면?

항상 맑지는 않았죠. 물론 맑은 날도 많았지만, 때로는 제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친 적도 있고 사막이 된 적도 있어요. 지금은 새로운 봄이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제가 작년이 많이 아팠는데 올해부터는 좀 건강해지기도 했고, 심적으로도 밝아진 느낌이 있어서 저에게도 다시 봄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도전,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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