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민영이 배우를 넘어 '멜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로코퀸'으로서 쌓아온 센스와 노하우를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에 오롯이 쏟아부었다. 현장에선 '멜로 감독'으로 통했다.
완전 사전제작 작품은 처음이라 그런지 막 '끝났다!'하는 느낌보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는 상태에요.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다 하는 후련함도 있고요. 피곤한 상태가 아니고 멀쩡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까 제 연기에 대한 점도 너무 잘 보여서 저에게는 얻는 바가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다시금 생겼죠.
Q.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등에서도 커리어 우먼 역할로 활약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캐릭터인데 차별화를 두려고 한 점이 있나.
일단 세 캐릭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 착장이 화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정말 평범한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자 하는 생각으로 웬만하면 톤앤톤 매치를 했고, 활동성이 좋은 옷을 주로 입었거든요. 아무래도 전작과 차이점이라고 하면, 김비서 룩은 웹툰에 있는 블라우스에 에이치라인 스커트, 성덕미는 큐레이터다 보니까 무지개색을 다 입어볼 정도로 색감에 포인트를 줬었고요. 이번에는 정말 무채색, 정말 튀지 않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데일리룩으로 의도를 하고 입었어요.
사진: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Q. 진하경은 칼 같은 캐릭터 같지만, 속으로는 정도 아주 많은 인물이다. 배우는 진하경을 어떤 캐릭터라고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나.하경이는 일에 있어서는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렇기에 너무 꽉 막히고 융통성 없고, 사회성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하지만 이 정직함이 매력인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랑이 찾아왔을 때는 정말 올곧고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하경이가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간극이 있어서 그걸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외국말이 아니고 정말 외계어 같았어요. 글자를 그냥 그대로 외워서 내뱉는 수준이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지경까지 갔거든요. 당시에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어요. 제가 NG를 잘 안 내는 배우로 유명한데 최근 몇 년 간 낸 NG를 이번에 다 냈어요. 제가 하다가 굳어버리더라고요. '이게 바로 슬럼프라는 것인가. 내가 공황장애인가' 싶을 정도로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연기라는 개념으로, 완전 신인 때로 돌아가서 '난 지금 수비만 하면 돼. 공경이 오면 제대로 스매시를 하는 거야'하는 그런 메커니즘을 다시 떠올리면서 다시 연습하고 공부하며 평정심을 찾게 됐어요. 그 과정이 2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길다 보니까 기상청이라는 곳을 연구하고 공부할 시간이 있었어요. 촬영을 6개월 했다고 나왔지만, 저는 한 달 정도 먼저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테스트 촬영부터 저는 쭉 붙박이처럼 붙어 있었어요. 기상청이 무엇을 하는 곳일까에서 시작된 의문점이 하나하나 공부를 하면서 '이분들이 없으면 한국이 돌아가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을 사명감으로 감내하면서 하시고,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셔서 고마움이 생겼어요.
개인적으로는 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캐릭터를 몸에 입다 보면 점점 더 비슷해지기도 해요. 일할 때 진지하고 냉철한 면이 나오는 건 좀 비슷하지만, 저는 하경이만큼 쿨하지는 않고, 또 하경이처럼 사회성이 떨어지지는 않아요. 일단 연애관이 너무 달라서 그건 타협할 수가 없어요.
Q. 작품이 방영 전부터 로코퀸과 대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베테랑 선배로서 후배 송강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강이가 저를 너무 선배로 볼까 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회식자리에서 다 모였을 때 서로 동시에 말을 놓자고 했어요. 안 놓는 사람은 벌금을 내는 거로요.(웃음) 그래서 다음 드라마에 저희가 유라한테 커피차를 쏴야 해요. 그런 게임을 통해서 서로 벽을 좀 낮추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끔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송강 씨도 말을 놓기 시작하면서 서로 얘기하고, 그러면서 좋은 신을 만들었어요. 그 덕에 둘이 붙는 신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초반에 워낙 달달하게 그려지기도 했고, 순간적인 감정들이 저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가장 우울하고 침체되었던 순간에 나를 밝게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나타났고, 그 순간적인 이끌림에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이 성인으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지점이었고요. 워낙에 잘생긴 연하남이 웃어준다면 나도 움직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저도 초반 신들이 참 예쁘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로맨스 신이 초반에 몰려있고 후반부에는 로맨스가 적어 아쉽다는 평도 있었는데.
저도 배우로서도 시청자로서도 아쉬웠어요. 연애가 빨리 진행이 돼서 그런지 중후반부 로맨스 지점이 약했던 거죠. 특히 둘이 잘 되고 난 후에 그런 것들이 사진으로 대체됐을 때는 '이거 우리가 직접 찍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웃음)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았고, 보여드려야 할 큰 주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겠구나 하고 이해를 했지만, 그 아쉬움은 묻어두고 다음 드라마에서 풀기로 했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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