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매니지먼트mmm 제공
깨발랄한 이미지에 햇살을 머금은 듯한 미소. 김태리가 자신과 똑닮은 캐릭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패기와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주인공 '나희도'를 통해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여준 김태리와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30대의 나이에 고등학생 캐릭터를 소화한 김태리는 보는 이마저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드는 에너지로 '나희도'를 소화했다. 김태리는 스스로도 '희도와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말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Q. 작품이 초반부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종영 소감이 어떤가.
감개무량하고요. 사실 '제가 잘했다, 고생했다' 싶은 생각보다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 작가님, 감독님, 이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 모든 사람들이 시청률이라는 결과로 너무 보상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라 정말 좋아요.
Q. '미스터 션샤인'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다. 그간 안방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 중 하나였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어떤 매력에 끌렸던 건가.정말 끌릴 수밖에 없는 작품과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모든 배우분들이 정말 재밌게 읽었을 것 같고요. 운 좋게 대본을 받았고 제가 선택할 수 있어서 되게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나오면 너무 좋은 게, 할머니는 영화보다 드라마를 많이 보시잖아요. 매일 집에서 주구장창 드라마만 보시니까 '소중하고 예쁘고 귀여운 손녀가 드라마에 나와!' 하시거든요. '미스터 션샤인' 했을 때도 그 점을 가족들이 가장 좋아했어요. 매주 TV에서 저를 볼 수 있으니까요. 한 번 만나려면 언제 시간이 되냐 물으시고, 저도 가고 싶은데 시간이 안되기도 하고 얼굴 보기 힘든 애를 이렇게 쉽게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싶어요. 이번에 드라마 하기를 정말 잘 한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Q. 30대의 나이에 고등학생 연기를 해야했다. 워낙 동안이지만, 그래도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부담같은 건 딱히 없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고, 그냥 준비하면서 '이거 피부 관리 좀 해야겠는데'하고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정도 부담감이라 어떻게 해보려고 했죠.(웃음)
그런 생각은 있었어요. 이 시기, 이 나이가 지나면 언제 고등학생 역할을 해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나이가 들면 제작자분들께서도 선택하는 데 고민되는 지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저는 지금 해볼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Q.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어떤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보나.캐릭터들이 많이 생생했던 것 같아요. 살아 숨쉬고요. 작가님이 캐릭터를 잘 쓰고 또 재밌게 쓰신다고 들었어요. 모든 캐릭터가 만화적이잖아요. 상상을 깨는 범주 안에서 행동하고 말하고요. 그래서 클리셰가 없어요. 그런 게 너무 재밌었어요. 저도 매회 대본을 보고 연기하면서 그랬고요. 작가님의 필력 덕에 많은 분들이 작품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싱크로율을 묻는 말에 '처음에는 90%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10%인 것 같다'고 말했었다. 부연을 하자면?그때 싱크로율을 이야기한 건 에너지를 말한 거였어요. 희도를 처음 만난 시기는 저 자신도 희도처럼 정말 에너지가 머리 끝까지 차서 흘러 넘치는 시기였거든요. 희도를 끌어가면서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될 것이 없었어요. 저도 너무 행복했고요. 그런데 촬영을 하다보니 에너지가 고갈이 되더라고요.(웃음) 희도는 늘 풀파워인데 저는 파워가 쪼그라들어서 '저전력모드로 전환합니다' 하고 있어서 그 싱크로율이 맞지 않게 된거죠. 나중에는 텐션을 올리려고 억지로 짜내야했어요.
일상에서는 저도 희도처럼 말하고 행동할 때가 정말 많아요. '태리는 이래서 좋아' 해주시는 분들이 그래서 저를 희도처럼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늘 업되어 있는 희도와 달리 분명히 다운일 때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희도보다 덜 건강하다고 봐야죠.
Q. 희도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어떤 점인가.희도는 저랑 많은 부분 닮아 있는 친구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됐어요. 희도가 뱉는 말, 행동들 모두 크게 어려운 게 없었거든요. 캐릭터 분석도 별로 안했어요. 저는 어느정도 그런 게 패착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겠다'하고 느끼는 지점이 있으면 본능대로 연기했거든요. 제가 대본을 선택할 때 보고 느낀 걸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즉흥적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이게 조금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희도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지점도 있고 관계성도 변하잖아요. 그런 걸 연기하면서 '왜 캐릭터 분석이 필요한지'를 많이 배웠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발견한 작품이었는데 그 점도 너무 좋았어요.
Q. 펜싱도 직접 배우고 촬영 전부터 희도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시간이 길었을 것 같다.저는 펜싱을 대충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건 그냥 소재일 뿐이고 드라마에서 대충 사용되어지고 마는 그런 걸 원치 않았거든요. 우리 드라마가 청춘, 로맨스 코미디 등등 수식어가 여러 개 있지만, 저는 '펜싱 드라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어요.
그런 점을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서 감독님이랑도 이야기하고, 제가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더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아요. 생소한 스포츠라 룰을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이 작품에서만큼은 펜싱 선수를 연기하는 나만큼은 펜싱에 대해 모르다고 생각해서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디테일하게 집착을 했어요.
나중에 가서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었고, 결국에는 합리적인 선에서 드라마가 보여줘야할 부분과 펜싱을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을 맞추면서 했죠. 이번에는 모두가 처음이었던 것만큼 시행착오가 컸어요. '승리호' 때처럼 구현하는 모든 것이 우리가 개척하는 길이었고요. 거기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죠.
Q. 보나 씨와 함께 펜싱을 배웠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6개월 정도 빡세게 레슨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욕심을 더 냈어요. 저는 레슨 때 더 잘하고 실전이 약한 타입이거든요. 촬영 전에 유림이랑 경기를 많이 했어요. 첫 경기를 했을 때 '야 이거 많이 연습해야겠다' 느꼈어요. 너무 떨리고 긴장이 돼서 경기를 못하겠더라고요. 힘조절이 안되거나 서로 뚱땅 거리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대련을 많이 하면서 감각을 익혔어요. 달력에 '위드 고유림 퍼스트 매치' 써놓고 서로 결투장을 날리고요.
운동하면서 다치기도 했어요. 근육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하기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무릎이 많이 아팠거든요. 레슨을 빡세게 받아서 맛이 간거죠.(웃음) 그래도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고 안 다치기를 최선으로 하자고 모두와 생각했고, 저도 절제하며서 많이 욕심부리지는 않으려고 했어요.
Q. 연기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신도 있나.너무 재밌었던 촬영이 있었어요. 희도가 만화책이 찢어져서 으아앙하고 우는 신이거든요. 저는 리딩 때부터 이 신이 속으로 너무 기대됐어요. 제가 너무 잘할 것 같았거든요(웃음) 현장에서도 진짜 재밌게 잘 찍었던 신이라 기억에 남아요.
Q. 어찌보면 결말을 예견하고 시작한 작품이었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희도의 딸이 김민채라고 알고 시작했고요. '희도가 언제 결혼하고 남편이 뒤에 나와요?' 하고 여쭤본 적은 있어요. 첫 사랑이야기고, 나에게는 딸이 생긴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죠.
보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면서 힐링 받고 하셔서 더 응원 받는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대신 첫사랑 좀 이뤄라' 하시는 마음에 결말이 더 아쉬우셨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그 아쉬움이 이진이랑 희도에만 너무 초점이 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되게 여러개고, 인물들도 다 중요하지 않은 삶이 없잖아요. 시청자분들은 희도와 이진이에 이입하셨겠지만요. 사실 저도 본방송 보면서 너무 슬펐고, '둘이 결혼해!'하면서 울부짖기도 했어요.(웃음)
Q. 열 여덟이었던 희도가 스물 하나가 되고, 또 서른이 넘으면서 사랑의 방식을 찾아간다. 김태리 배우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나.음 사랑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헤매고 있는 거죠. 제가 연애를 어떻게 하나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Q. 희도는 매일 펜싱 일지를 쓰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노력한다. 배우도 대학시절에 연기를 시작해서 누구보다 노력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연기에 대한 태도가 있을까.연기에 대한 신념이라고 한다면, 저는 연기는 진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연기는 거짓말이에요. 연기에 진짜는 없고, 우리 삶이 진짜에요. 저는 그 거짓말을 최선을 다해서 진짜에 근접하게 만드는 게 연기라는 신념으로 하고 있어요.
Q. 이번 작품이 배우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까.정말 의미가 크게 남을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배웠고, 그걸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배웠고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거름이 되는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 작품이고, 스트레스와 고민, 후회를 겪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요. 절대 잊기 싫은 기억이에요.
Q. 작품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하셨을텐데 어떻게 에너지를 다시 채울 계획인가.촬영이 끝나자마자 콘센트를 찾았어요. 지금은 소진한 에너지를 많이 채운 상태고요. 지금도 완충은 아니고 충전 중인데 텐션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요. 촬영할 때는 완전 골골 대고 있었어요. 지금은 본연의 에너지를 찾고 있는 상태고, 이번 인터뷰가 마지막으로 하는 공식적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마지막 일거리잖아요. 이제 정말 졸업이다 싶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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