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화상 인터뷰 / 사진: 써브라임 제공
정지훈은 인터뷰 내내 위트를 잊지 않았다. 그간 방송에서 보여줬던 넉살과 재치로 인터뷰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특히 아내 김태희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저절로 미소를 머금으며 아내 바보 면모까지 톡톡히 보여줬다.
월드스타이자, 톱배우의 남편, 두 딸의 아빠, 솔로 가수, 배우, 방송인, 프로듀서, 소속사 대표, 그리고 싹쓸이 멤버까지 정지훈을 수식하는 단어가 참 많다. 정지훈에게는 '십잡스'(10 jobs)란 말이 제격인 셈이다. 삶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한 정지훈의 눈빛에서 여전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Q. 반년이나 차영민으로 살았다. 그간 정지훈 배우가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는데 일상에서 차영민화 된 부분도 있나.
캐릭터적으로 딕션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차영민의 말투가 문득문득 튀어나왔어요. 와이프 앞에서도요(웃음). 제가 좀 무섭더라고요.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면서요. 그럴 맹렬한 캐릭터의 차가운 말투가 튀어나올 때가 종종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차영민이 고승탁의 몸을 빌린 것처럼, 정지훈이 누군가의 몸을 빌릴 수 있다면 누구를 꼽겠나.그럴 수만 있다면,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분의 몸을 빌려서 또 다른 성으로 살아보고 싶기는 해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고요. 왜냐고 물으실 텐데, 저는 남자 배우로서 해볼 직업들은 다 해봤잖아요. 여자라는 성별로 직업 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대학교 다니면서 소소한 소확행도 느끼고 싶어요.
아니면 직업을 바꿔보고 싶어요. 셰프나 운동선수도 좋고, 제가 힘쓰고 당기는 건 잘 할 수 있어서 보디빌더도 좋고요. 운동을 좋아해서 프로틴 먹고 근육을 키워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근육이 과하면 안 되니까 못 하고 있거든요. 젊은 보디빌더나 젊은 선수 몸에 들어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Q. 만약 김태희와 이효리 중에 몸을 빌리고 싶다면?저는 과감히 이효리 씨를 선택하겠다. 왜냐고 분명히 물으실 텐데요.(웃음) 농담이고요. 두 분 다 워낙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죠 저한테는. 너무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고, 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두 분 몸 모두 빌려서 살아보고 싶어요.
사진: tvN 제공
Q. 워낙 월드스타시지 않나. 가수, 배우, 예능 활동 그리고 프로듀서로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원동력은 뭔가?저를 월드스타라고 해주시는 건 민망해요. 예전에 활동할 때 붙여주신 거라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좌우명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건데, 버티면 이긴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인 것 같아요. 골프 선수들도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는 모른다고 하잖아요. 저는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어요. 잘 안될 때도 있고 잘 됐을 때도 있지만, 저는 이미 그런 것들을 많이 겪어봐서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제가 지향한 삶의 기준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도전을 할 거고, 그 원동력은 저라는 사람의 생각이죠. 태어났을 때부터 경쟁하는 걸 좋아했고 지는 걸 싫어했고, 계속 무엇인가 궁금했어요. 제 마지막 도전이라 하면, 연기자로서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싶고 꾸준히 한국에서도 조연이던 단역이던 가리지 않고 하는 게 목표예요. 또 저희 회사에 오예주 배우가 올해 드라마에 들어가게 됐는데 잘 됐으면 좋겠고, 싸이퍼 친구들도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올해 소망이고요.
Q. 일찍이 할리우드에도 진출하셨었지만, 최근 K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을 하고 있다. 배우가 바라봤을 때 K콘텐츠의 힘은 무엇 같나.제가 감히 시청자로서, 팬으로서 생각했을 때는 K 콘텐츠의 강점은 속도인 것 같아요. K팝만 봐도 당장 2~3일 내에 안무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잘 만들어진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 K팝처럼 이렇게 시스템이 좋은 나라를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원 시스템이잖아요. 회사 안에 트레이닝 센터가 있고, 인성 교육도 있고, 심리 상담도 마련해주고, 심지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를 확신을 가지고 트레이닝 시키고요. 매니지먼트팀, 홍보팀, 전략팀, 바이럴팀 모든 회사 구성원이 이 그룹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원 시스템이라 누구보다 빠른 결정과 시스템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지만,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미 한국에 문화 콘텐츠가 꽤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OTT 서비스로 빨리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덕에 전 세계 중심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좋은 시기에 태어나서 감사하고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엔터테인먼트 호황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Q. '고스트 닥터'가 배우에겐 어떤 작품인가. 또 시청자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나.냉정히 말하면, 시청자분들께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한 해에도 수십 수백 개, 세계적으로는 수천 작품이 쏟아지는데, 마음에 남는 작품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봤을 때도 '되게 재밌는 드라마네. 촬영을 잘 했구나' 하면서 즐겁게 보시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고스트 닥터'는 너무 많은 걸 배우게 해준 드라마였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작품이에요. 힘들어서 고통스럽다는 게 아니라 차영민 캐릭터를 연기하게끔 그 배움의 시간이 고통스러웠다는 거죠. 그만큼 저에게 있어서는 뜻깊고 감사한 작품이에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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