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닥터' 정지훈 "'첫 의사 役? 다시는 안 할래요"[인터뷰①]
기사입력 : 2022.03.06 오전 8:00
정지훈, 화상 인터뷰 / 사진: 써브라임 제공

정지훈, 화상 인터뷰 / 사진: 써브라임 제공


그간 예능으로 대중을 만나던 정지훈이 진지함을 제대로 입고 시청자를 찾았다. 특히 연기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의사 캐릭터를 맡아, 지적이면서 단단한 남성미를 발산하며 국내외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이끈 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그냥 의학드라마가 아니다. 코마에 빠진 금손 의사가 똥손 레지던트의 몸에 빙의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 안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 로맨스, 그리고 권선징악까지 모든 것을 담아냈다.

오랜만에 복귀작에서 새로운 도전을 무사히 마친 정지훈과 작품 종영 당일 화상으로 만났다.

Q, '고스트 닥터'를 보내는 소감이 어떤가.

일단 장장 6개월 정도의 시간을 공을 들여서 드라마 촬영을 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감독님, 작가님께 모두 감사해요.
사진: tvN 제공

사진: tvN 제공

Q.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이었다. 그간 정지훈의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전작이 '웰컴2라이프'였는데, 저한테도 어려운 작품이었고, 또 보람되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제가 깡 열풍을 맞고 싹쓸이까지 하는 바람에.(웃음) 또 넷플릭스 찍느라고 바빴어요. 원래는 팬데믹 터지기 전에 미국에서 오디션 본 작품이 많은데, 두 작품은 디벨롭이 잘 돼서 찍기로 했었거든요. 그런데 팬데믹 때문에 미국에 못 갔어요. 그게 알려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죠. 그 기회를 잃어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긴 것처럼, 제가 열심히 해서 사랑해 주신 것도, 예능에서 활약하게 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Q. 그렇다면 복귀작으로 '고스트 닥터'를 택한 이유가 있나.

그러던 와중에 '고스트 닥터' 작품이 와서 책을 읽어봤어요. 저는 1부를 읽고 쭉 읽히면 그 책이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되게 호기심이 생기는 책이어서 본의 아니게 3년 만에 작품을 하게 된 거죠.

Q. 의사 역할을 처음 소화했다. 고난도 수술신도 많았는데 캐릭터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의사 캐릭터이지만 판타지가 있는 인물이에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그런 의사 역할은 처음이거든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고요.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생과 사를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너무 진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저에게 있어서 '차영민'은 또 다른 도전이었어요. 막상 해보고 나니 다시는 의사 역할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도전해 볼 만하고 제 커리어에 남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도전했죠. 제 연기 인생에서 뜻깊게 남을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Q. 레퍼런스로 삼은 게 있다면?

캐릭터를 연구하기보다는 실존 의사, 현재 흉부외과 의사분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분들의 고충이 뭔지, 그분들이 어떤 걱정거리를 가지고 계신지, 의사가 환자를 살리려고 할 때 그 의지와 마음가짐이 어떤지에 대해서 공부했죠.

그걸 일기로 적어보면서 '나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무대에서 춤추거나 현장에서 연기할 때 너무 피곤하면 얘기하고 좀 쉬고 다시 하거나 할 수 있는데, 의사라는 직업은 내가 쉬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피곤해도 연속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 집에서 자다가도 급한 수술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그런 것들을 다 들었어요. 가끔 의사분들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실제로 환자분을 너무 많이 대면해서 피곤하다 보니 로봇처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이 이해가 갔죠.

Q. '고스트 닥터'를 함께 만든 김범, 유이, 손나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세 배우는 제가 참 좋아하는 후배들이라, 같이 할 수 있게 돼서 고맙고 즐거웠어요.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고요. 김범 배우는 제가 애드리브를 정말 많이 하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줘요. 가끔은 '어떰 이렇게 잘 받아쳐주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어요. 유이 씨는 감정 신이 많았는데, 유일하게 톤 다운을 해서 극을 잡아줘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고생이 꽤 많았을 거예요. 손나은 배우와는 합을 맞추는 신이 많이 없기는 했어요. 나은 배우랑은 첫 촬영 때가 거의 전부였는데도 잘 맞았고 모두가 함께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죠.

Q. 김범 배우와의 브로맨스가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또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김범과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진행이 잘 되고 있나.

브로맨스 케미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호흡이 잘 맞았어요. 현장에서 즉흥 연기도 많이 하고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운동 얘기는 현재 진행형 맞아요. 그런데 당분간 서로에게 연락을 안 하기로 했어요. 6개월 동안 거의 여자친구처럼 서로 얼굴을 봐왔기 때문에요. 김범 배우가 운동은 정중하게 거절하더라고요. 형이랑 운동하면 토할 것 같다고요.(웃음) 굳이 하기 싫다는데 끌어드리는 건 아닌 것 같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사우나 가자'하면서 운동을 시켜보려는 계획이 있어요.

Q. 의사 역할이 많이 고됐나 보다. 다신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나.

정말 다시는 의사 역할 못 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힘들었고, 의사라는 역할이 그냥 보통 연구를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의사 역할을 하면 다른 캐릭터로 호흡을 뽑아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에요. (또 의사 역을 한다면) 차영민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일단 그게 자신이 없어요.(웃음)

Q. 배우 유이와의 로맨스도 있는 작품이었다. 극 중 12년 만에 재회한 애틋한 첫 사랑 캐릭터인데,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이게 정말 저에게 숙제였어요. 시청자분들이 보기에는 유이 배우랑 초반 신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애틋함을 보여드려야 하나 싶었거든요. 눈빛이나 감정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100%로 튀고, 둘 다 너무 어렵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유이 배우만큼은 처음부터 굉장히 친해지려고 노력했거든요. 감정신 할 때는 상대방에게 밀어주려고 했고, 더 돋보일 수 있게끔 해주려고 했어요. 시청자분들의 감정선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본보다도 더 딥하게 서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Q. 테스형으로 나온 성동일 배우와 붙는 신도 많았다. 워낙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한 배우이신데, 함께 하는 현장은 어땠나.

성동일 선배님과는 12년 전에 '도망자 플랜비'라는 작품을 같이 했었어요. 12년 만에 뵀는데도 어제 본 것처럼 잘 해주시고, 말할 것도 없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셨어요. 마지막 신 촬영할 때 선배님이 오셔서 '지훈아. 너한테 선물을 하나 줄게. 자연스럽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하시면서 감독님한테도 양해를 구하시더라고요. 감정이 격해질 신도 아니고 지문에도 없는데 선배님이 연기를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 생과 사의 사이에서 저도 돌아가신 제 주위 분들이 생각나면서 지문 내용과는 다른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걸 보고 선배님에게 정말 존경심을 느꼈어요. 역시 대단하신 배우다 싶었죠. 저 뿐만 아니라 손나은 배우한테도 그러셨고, 배우들 각자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시는 게 감동적이었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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