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닮사' 신현빈 "데뷔 12년 차? 작품 생각만으로도 바빠요"
기사입력 : 2021.12.25 오전 8:00
신현빈 인터뷰 / 사진: 유본컴퍼니 제공

신현빈 인터뷰 / 사진: 유본컴퍼니 제공


신현빈이 깊고 어두운 감성 연기로 안방극장을 매료했다. 고현정과 투톱으로 나선 작품 '너를 닮은 사람'을 통해서다.

'너를 닮은 사람'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 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신현빈은 희주(고현정)의 딸이 다니는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 '구해원'으로 분했다.

작품을 마친 신현빈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종영 소감

이제야 끝났다고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촬영을 다 마쳐 놓고 방영을 한 건 처음이라서 촬영이 끝났다는 실감이 안 나는 면이 있었는데, 방송 끝나는 날에서야 느낌이 나더라고요. 인터뷰까지 끝내면 더 실감 날 것 같아요.

Q. 방영 당시에 넷플릭스에도 상위권에 꾸준히 올랐다.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저는 대본 자체가 주는 이야기가 가진 힘이나 어떤 대사들, 캐릭터들의 면면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단순하게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감정들이라서 그런 것들에 끌렸던 것 같아요. 누구 한 사람도 완벽한 피해자도 아니고 완벽한 가해자도 아닌, 다들 어느 정도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해버렸잖아요. 그 결과로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다른 드라마와 다른 면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들 재밌게 봐준 것 같아요. 은진 배우도 바쁠 텐데 쉬는 날이라고 드라마를 보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냐' 하면서 톡도 오고 전화도 해줬어요. 바쁜데 봐주는 게 너무 고맙죠. 그러면 은진 배우가 '언니가 나와서 보는 것도 있지만, 진짜 재밌어서 보는 거다'라고 해줬어요. (최)희서도 최대한 본방사수해 주고 '저 장면 연기 좋네' 해주기도 했어요. 또, (한)효주랑 막방을 같이 봤는데 헛헛함이 들었는데 친구랑 봐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 점들이 고마웠던 것 같아요.

Q. 해원이가 아픈 손가락이라고 했던데.

누구 한 사람이라도 좀 해원이한테 정말 힘이 되어주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어요.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맹목적인 사랑만 주시는 거였고, 엄마는 어떻게 보면 친구이자 딸 같은 상황이잖아요. 사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느낀 건 해원이가 주영이와 있을 때 자기 삶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사람이 해원이에게도 있었다면 자기 삶을 빨리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어쨌거나 희주나 우재와의 정리가 해원이에게는 필요했잖아요. 일방적으로 정리당한 사람이니까요. 결국에는 마지막에 그렇게 이뤄진 것 같아요.

Q. 극 중반부까지 해원이는 초록색 코트만 입는다. 마치 '초록괴물'과도 같았는데 해원이의 어떤 마음이 담긴 걸까.

개인적으로는 시위한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희주가 준 물건이라 애정을 갖고 있었고, 해원이에게는 과분한 물건이었는데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희주가 자꾸 인정하려 하지 않고 기억도 나지 않는 것처럼 하니까 그 사람 앞에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인 물건이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코트를 태우면서 희주에 대한 마음도 이젠 달라지게 되는데, 그때는 (희주에게) 사과받고 싶지 않고 사과받을 자격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상징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해원이는 차분을 넘어 다크하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주변에 저 정도로 어두운 사람을 만날 일이 많지 않기도 한데, 혹시 배우와의 닮은 점도 있을까?

저는 해원이와 달라서 차라리 분리가 더 쉽게 됐던 것 같아요. 해원이는 메마른 사람이고 어찌 보면 늘 화가 난 것 같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찌 보면 마음이 너무 망가지고 황폐해져서 그런 거거든요.

Q. 드라마 보면서 유독 해원이에게 가혹한 스토리이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해원이에 이입되면서 눈물도 많이 났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해원이는 마지막에 모든 일이 정리되고 나서야 울지 않나. 그런 감정을 조절하는 게 참 힘든 연기였을 것 같은데.

수호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보면 그 내용이 되게 해원이 이야기 같았어요. 작가님이 이야기를 잘 찾으셨구나 했어요. 저도 찍으면서 너무 울어서 호수 아역 배우가 '왜 이렇게 우세요' 했을 정도였어요.

할아버지가 잘못될 것 같은 상황에 우재가 나타나서 싸우는 신이 있었어요. 그걸 아침에 찍었는데 눈물이 많이 날까 봐 엄청 (감정을) 누르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우재가 너무 미우니까 그날은 진짜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모든 게 다 정리되고 우재 작업실에서 울 때는 정말 마음껏 울어야 했어요. 그런데 우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하잖아요. 감정신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보니까 여러 번 찍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때는 그냥 많이 울게 되더라고요.

Q. 희주와는 과거 신에서 워맨스도 약간 보여줬고, 우재와 삼각관계가 되고 난 후에는 섞일 수 없는 사이가 돼 극을 이끌었다. 고현정 배우와의 현장은 어땠나.

정말 재밌게 찍었던 것 같아요. 준비하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선배님과 많이 만나고 했어요. 현정 선배라서 있었던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제가 제 것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도 선배에게 의지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Q. 애증 관계인 우재 역의 김재영 배우는 어땠나.

같이 재밌게 촬영했어요. 워낙 장난기도 많고 재밌는 친구라서요. 우재라는 캐릭터가 쉽지 않은 캐릭터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그 변화가 많은 캐릭터라 고민도 많고 그런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후반에 우재가 기억을 되찾고 하면서 재영이랑 '쟤가 저런 애였나. 어떻게 해원이에게 저러냐'라고 하면서 찍었어요. 서로 신 찍을 때 도움을 많이 주려고 했고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Q.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큰 사랑을 받아서 장겨울 선생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을 것 같다. 또 두 작품 촬영 기간도 겹쳤다고.

구해원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댓글 보니 '장겨울 선생님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하는 반응도 있고 재밌었어요. 드라마가 종영하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채로 다른 드라마를 하다 보니까 혹시라도 (시청자분들이) 집중을 하기 어렵지는 않으실까 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Q. 차기작까지 확정 짓고 열일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뭔가.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안 하는 것 같아요. 안 해본 캐릭터가 훨씬 많으니까요.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는 해요. '우리들끼리 하면 재밌겠다. 그러면 좋을 텐데' 하고요.

Q. 벌써 데뷔 12년 차다. 연기자로서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 같다.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요. 일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지금보다 예전에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십 년 정도 연기했으니 그런 데에서 오는 고민이나 생각이 적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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