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술도녀' 한선화 "시즌1에 영혼 털어…애드리브 하다 현타 오기도 했죠"
기사입력 : 2021.12.23 오후 4:55
한선화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한선화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작품 속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한선화는 '술꾼도시여자들' 속 지연이를 만는 과정 자체가 많은 도전이었다고 했다. 실제론 마주해본 적도 없는 텐션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참고할 대상도 없었고, 오로지 작가와 감독의 그림에 맞춰 스스로를 맞춰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그다. 그런 한선화와 이달 초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술도녀'가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한선화 배우가 연기한 '지연' 캐릭터가 큰 화제를 모았다. 인기 실감하나.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어요. 너무 뜨거운 반응과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얼떨떨하더라고요. 감사하기도 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고요. SNS 들어가면 저희 드라마 장면들이 쏟아지고, '짤부자'가 된 것도 거의 처음이에요.

주변에서도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동료들, 감독님들, 왕래가 드물던 분들까지 연락을 주시니까 '인기가 뜨겁구나', '드라마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꼈죠.

Q. 지연이는 극강의 텐션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런 텐션이 몸에 밴 사람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준비 과정은 어땠나.

일단 텐션 높이고 톤을 높이는 건 리딩 연습하면서 높였아요. 작가님, 감독님이 원하시는 톤에 맞추려고 했죠. 사실 처음 리딩 하러 갔는데 너무 확고하게 원하시는 텐션과 톤이 있으셔서 자신감이 안 생기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거든요. 이 역할을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과 고민이 많았어요.

버거워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재밌으니까 또 욕심은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압박감에 준비도 많이 했어요. 애드리브도 준비를 많이 했죠. 재밌는 장면들은 현장에서도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나온 것들이 많아요.

Q. 지연이의 발랄한 모습이 과거 한선화 배우의 아이돌 시절 예능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능에서 밝은 텐션을 보여드렸다고 해도 그걸 연기로 끌고 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제가 이제껏 연기한 인물들은 사랑에 배신당하거나 청승 맞고, 아니면 아주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들이었는데, 지연이 같은 캐릭터는 처음 만나봤어요. 빠른 텐션 속에서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예전에 활동하면서 트레이닝 된 것 같기도 해요. 지연이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센스와 감각으로 중도를 지켜야 했죠. 어렵지만 즐거웠어요.

Q. 지연이와의 싱크로율은 어떤 것 같나.

닮았다는 걸 평가하자면 반반 정도 같아요. 지연이가 마냥 밝고 해맑기만 한 역할이었으면 입체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와도 닮은 점이 있죠. 저를 밝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도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모르는 저만의 다크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모습이 있어서 제가 지연이 말고도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가가 인터뷰에서 한선화 배우와의 일화를 전하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리딩 하는 내내 정말 힘들었어요. 작가님은 정말 확고하셨고요. 그래서 '진짜 잘 못할 것 같다. 힘들다. 내가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우선 그 얘기를 접어두고 작가님과 밥 겸 술을 곁들였는데 작가님께서 그냥 사적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작가님도 본인이 잘 안 풀리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저를 건드렸어요. 동질감도 느꼈고, 인간미도 있었고요.

작가와 배우로 만났지만 저 작가님도 분명 누군가의 딸이고 한 여자고, 사랑으로서 이 일을 얼마나 기다려왔을까라는 걸 느낄 수 있는 한 마디였어요. 글이 좋고 모든 게 다 좋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좋고 마음이 통하면 제가 더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나만 믿으라'고 했던 건, 작가님 인터뷰 보고 아차 싶었어요. 제가 위험한 말을 했더라고요. 그렇게 말했던 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할게요'라는 뜻이었어요.(웃음)

Q. 찐친 케미를 펼친 이선빈, 정은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특히 대학 시절에 클럽에서 춤추는 신도 소화했는데, 아이돌 시절 생각도 났을 것 같다.

성격들이 다 털털해서 빠른 시간에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좋은 호흡을 나눌 수 있었죠. 선빈 씨는 보는 것과 다르게 털털해요. 도시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털털하기도 해서 되게 귀여웠어요.

오랜만에 춤추니 정말 힘들었고, 사이키 조명 아래서 하니까 어지럽더라고요.(웃음) 곧잘 따라는 하는데 힘들었어요. 셋이 다 같이 연습실 가서 연습을 했어요. 촬영 중간에 제가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연습이 어렵기도 했지만, 꾸준히 해온 게 있어서 잘 찍을 수 있었어요.

Q. 정은지와 다투는 신이 큰 화제를 모았다. 알고 있나.

지구랑 길거리에서 싸우는 신은 대본 볼 때부터 재밌었어요. 욕이라는 것도 잊고 찍었죠. 그 장면이 이렇게 화제성을 가진 건 놀랐어요. 생각해 보니까 여자들이 욕하면서 싸우는 걸 보는 게 드물잖아요. 저는 캐릭터로서 욕을 해야 하니까 귀엽게 하는 그런 모습이 있었는데, 지구는 아주 찰지게 욕하더라고요. 광장 같은 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어서 통쾌함도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Q. OST 작업도 처음 도전했다.

OST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처음 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로웠고 아주 즐거웠죠. 지인분들이 컬러링 해주면 정말 반갑더라고요.

Q. 지연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 노력도 많이 하시고,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전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속에 크고 작은 역할들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한지연이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없고, 매번 똑같은 마음이었죠. 이 역할이 사랑받는 이유에는 (제 노력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술도녀' 끝나고는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도 똑같이 하려고 했어요. 들뜨지 않고요. '술도녀' 끝나자마자 '교토에서 온 편지' 촬영을 들어갔는데, 지연이와 극과 극 인물이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술도녀' 지연이 다음으로 반대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다음 단계로 가는 필모로 좋은 것 같아요.

Q. 애드리브도 많이 준비했다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신 있나.

보통 여자들은 술 마시고 나면 살찔까 봐 몸을 만져보곤 하잖아요. 다 같이 술 마시고 '소희는 어디 간 거야?' 하는 지구의 질문에 지연이가 답하면서 몸을 주무르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챙겨가려고 했어요.

첫 회에 닭발 필승이나 입안에 없다고 입 벌리는 것도 지문에 없었어요. 이 대사를 어떻게 재밌게 하지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고민도 많이 했죠. 집에서 '아라라라' 하는데 현타가 오더라고요.(웃음) 이미지에 손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리딩 연습할 때 했더니 다들 빵 터지시더라고요.

Q. 작품도 큰 사랑을 받았고 음주 신이 많아서, 이 정도면 소주 광고가 들어와야 할 것 같다.

주류 광고, 소주 광고 한 번 힘 좀 써주세요.(웃음) 술은 만인의 묘약으로요.

Q. 시즌2를 한다면 지연이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글쎄요. 저는 시즌1에 영혼을 탈탈 털어서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몸이 기억을 하겠죠. 자유로운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점이 보탬이 된 것 같아요.

Q. 시크릿 활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터득했을 것 같다.

저는 산 가는 걸 좋아해요. 등산 가거나 아니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많이 걷는 편이에요. 한강을 걷기도 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요. 많이 걷고 지친 몸으로 파전에 막걸리 마시면 그만한 행복이 없더라고요.

Q. 올 한 해는 정말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영화에 드라마에, 차기작 촬영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한선화 배우에게 2021년은 어떤 해인가.

'영화의 거리', '강릉'이라는 영화도 나오고, '언더커버'도 나오고, '술도녀' 촬영도 하고. 바로 다음에 '교토에서 온 편지'도 찍었어요. 선배님들과 한 작품 안에서 녹아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올해 많은 작품이 오픈 되니까 더없이 감사하고, 기대하지 못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저도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어요. 한 해가 정말 알찼죠.

이제는 쉴 시간이 좀 생겨서 저한테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해요. 제 버킷리스트가 한라산 등반인데, 한 반도 못 가봤거든요. 등산하고 싶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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