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 이선빈 종영 인터뷰 / 사진: 이니셜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빈이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을 통해 숙원을 풀었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고, 워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를 제대로 매료한 것. 게다가 제대로 망가지는 코믹 연기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다.
'술꾼도시여자들'로 인생작을 새로 쓴 이선빈과 작품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이선빈은 '술도녀'에서 튀어 나온 듯 발랄한 텐션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Q. '술꾼도시여자들'이 티빙의 효녀 프로그램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저희는 진짜 이렇게까지 폭발적으로 느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시청률이 집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알 경로가 없잖아요. OTT 작품을 처음 하다 보니까 더 그랬죠.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 건,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해주실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범상치 않은 웃긴 신들을 재밌게 해주실 거라 생각했죠. OTT라 욕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시원시원하게 봐주시겠다 하는 자신감은 있었죠.
Q. 인기는 실감하나?다른 드라마들처럼 같은 경로로 인기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저희가 OTT에서 이렇게까지 되는 걸 상상도 못했다 보니까 오히려 작품이 잘 끝나서 다행이었죠.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만 시작해서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제가 서치도 못하고 반응글 찾는 걸 잘 못하는데, 그런 저한테도 다 보일 정도였어요. 주변에서 고깃집에 갔더니 적시자! 하는 사람을 봤다, PC방에서, 지하철에서 '술도녀' 보는 사람을 봤다 등등 반응을 전해주시더라고요. 드라마가 이슈가 되는 거랑 또 다른 행복과 성취감이 있었어요. 입소문으로 유입되는 거라 너무 좋았죠.
Q. OTT 오리지널이 처음이라 작업 환경도 꽤 달랐을 것 같다.방송 촬영할 때는 브랜드가 노출되면 안 되니까 늘 가리고, PPL만 진행하잖아요. 근데 저희 거에는 가리는 게 단 한 개도 없었어요. 그래서 언제는 마시고 싶은 맥주가 있어서, '그거로 해도 돼요?', '이거 맛있는데 이거로 할게요'하면서 주종도 바꾸고 했어요.
대사가 주는 힘이 많잖아요. 연기로 이뤄지는 거니까 제일 큰 점이 대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거였어요. 거기에서 시너지가 폭발한 것 같아요.
Q. 시즌2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거의 확정에 가까운 분위기인데,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건지?어떤 드라마를 하던, 영화처럼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면 시즌2를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엔딩을 열긴 결말로 끝낸 것도 있는데, 너무 좋아해 주셔서 시즌2가 논의 중이라고 하고요. 저희가 아직 계약을 한 건 아니고,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고 배우들 스케줄 조정을 하고 계신 정도로 알고 있어요.
Q. 여배우가 셋이다 보니 연기할 때 서로 튀거나 할 수도 있는데, 누구 하나 튄다는 느낌이 없이 잘 어우러지는 게 눈에도 보이더라. 케미는 어떻게 맞췄나.대본이 주는 힘이 컸어요. 저희가 다 똑같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 이거는 우리 같이 나오는 여배우들이 진짜 사람으로서 뭉치지 않으면 나도 죽겠구나'라는걸요. 처음에 리딩하고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데, 말투나 눈빛, 표정, 제스처로 다 느껴지지잖아요. 첫날부터 너무 잘 맞았어요. 그 이후에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작가님 없이 셋이서 뭉쳐보자 해서 만나기도 했고요. 시간이 가는 줄 몰랐죠.
사실 촬영 현장에서도 자기 거 하기 바쁠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배려를 당연하게 해주고, 또 선화 언니 신에서는 서로의 캐릭터에 욕심을 내주는 저희의 모습을 봤을 때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Q. '술꾼도시여자들'처럼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드라마가 많지는 않다.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을 것 같다.이전에도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은 어떤 거 하고 싶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저는 '사람냄새 나는 작품'과 '워맨스'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말씀드렸어요. 그전에는 남자분들이랑 많이 호흡을 맞춰봤으니까, 여자들끼리 워맨스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렇게 저에게 작품이 왔는데, 혹시 내 의도와 다르게 표현되거나 전달이 되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도 했어요. 누군가 혼자 튄다던지요. 그랬는데, 대본에서 보여진 세 명의 이야기가 정말 탄탄했고 잘 엮여져 있었어요. 또 저희끼리 사이가 좋으니까 그런 걱정을 더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감독님도 '처음 미팅했을 때 너네끼리 잘 안 맞을까봐 걱정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친해져버렸다' 하시더라고요.(웃음)
Q. 공감 유발 서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배우로서 어떤 점이 시청자에게 먹힌 것 같나.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깨달은 게 뭐냐면 '나는 소희랑 닮은 것 같아', '나는 지연이 같아', '나는 지구파야' 하는 게 있었잖아요. 이게 사람들이 왜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대입하는지 알았어요. 이 세 사람의 부류가 사실 한 사람이 가진 모습이기도 하잖아요. 누구나 지연이처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끼도 부릴 줄 알고, 지구처럼 의리를 지키고 불의를 못 참고, 소희처럼 인내하는 모습도 있고요. 이 모든 면모들이 한 사람의 자아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누구 하나 뛰어나게 매력적인 게 아니라 세 캐릭터가 모두 빛날 수 있었어요.
Q. 술 먹고 망가지는 신도 많았다. 이미지 때문에 걱정도 됐을 것 같은데?처음에는 진짜 걱정을 많이 했죠. 전라도 욕하는 신 같은 경우는 대본을 받자마자 큰일 났다 싶었어요. 대사가 길어서라기보다는 박자, 발음을 다 전라도 사투리로 해야 하고 거기에 표정 연기까지 해야 하잖아요. 전 충남 사람인데 어쩌나 했죠.(웃음) 게다가 박영규 선배님이 앞에 계셔서 정말 맨 정신으로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술의 힘을 빌려서 맥주를 마시고 했어요. 화면에서도 얼굴이 빨개진 게 그대로 보이더라고요.
욕 신을 할 때는 한 테이크에 갔어요. 저는 밥을 먹다가, 설거지 통으로 가져가는 그 순간에도 욕 대사를 연습했어요. 기계처럼 나오게끔 하지 않으면 감정이나 표정 연기가 안될 것 같아서요. 자고 일어나서 몽롱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봤죠. 그거를 몇 주 하니까 이젠 그냥 나와요. 방송을 보면서도 입으로 따라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Q. 박영규 선생님의 반응은 어땠나.박영규 선배님도 흐뭇해하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따뜻한 눈빛으로 '잘한다 잘한다'하는 눈빛으로 받아주셨어요. 화면에서 안 잡히시는데도 리액션을 다 해주셔서 용기 내서 할 수 있었죠. 어깨가 더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원테이크로 잘 소화하려고 했어요.
Q. 병따개 따는 스킬이 인상 깊었다. 하이힐부터 국자까지 다채로운 도구를 사용했는데, 연습도 꽤나 많이 했을 것 같다.테스트 촬영할 때부터 바텐더 기술 선생님이 두 분 오셨고, 매뉴얼에도 머리 집게랑 가위도 있어서 그거로도 연습을 시키셨어요. 그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런 구조를 가진 것들이어야 병따개로 쓸 수가 있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숟가락으로는 워낙 많이 따봐서 감자탕집에서는 국자로도 해봤는데 그게 되더라고.(웃음) 연습할 때는 손가락에 멍도 들고 많이 붓고, 구두굽도 몇 개나 날아갔었어요. 이제 원리를 아니까 감이 오죠.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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