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자극적 미녀서사 필요했나?…'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이 답한다, TMI 10
기사입력 : 2021.10.06 오후 5:21


'오징어 게임'이 국내를 넘어 전세계 190여개 국에서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징어 게임' 체험관에는 달고나 만들기와 딱지치기 등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세계에서 각국의 언어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퍼지고 있다.

황동혁 감독도 "잘되자고 만든거지만, 이럴 줄 상상도 못해서요"라며 소감을 전한다.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에 했던 게임을 해서 이기면 상금 456억 원을 갖고, 지면 자신의 목숨 내놓아야 하는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연 그 속의 미덕은 무엇일까.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 중 가장 TMI에 해당하는 질문 10가지를 모아봤다. 이 속에는 스포일러가 될 내용도 포함돼있으니, 주의해서 읽어봐달라.



TMI1. 오일남의 이름은 '오징어 게임 일번 남자'의 줄임말인가.

일남은 제 중학교 때 친구이름이에요. 일남이라는 캐릭터와 이름이 어울려서 일남이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성을 오씨로 바꾼건, '오징어 게임'의 상징성으로 오씨를 붙인건 맞습니다. 친구이름과 오징어게임의 '오'를 따와서 오일남으로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성기훈도 제 친구 이름입니다.

TMI2. 456명의 참가자와 456억원의 상금, 숫자에 담긴 의미도 있을까.

이것도 해석이 많던데요. 옛날에 처음 썼던 대본은 천 명이었요. 천 명에 상금이 백 억이었나. 근데 지금은 백 억이 너무 작은 느낌이라서요. 아파트 한 채에 4,50억 씩 하는데. 어느 정도의 상금이 적절할까 고민했습니다. 로또 기록을 뒤져보니 400억대가 가장 많이 탄 기록이더라고요. 400억대 상금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중간에 해당하는 456번이 외우기도 쉽고, 그런 의미로 지었습니다. 123, 456, 789의 중간을 땄다고 하는데, 외우기 쉽고 중간번호. 시즌2를 한다면 456을 뭔가 다른 삶에 있는 번호로 쓸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TMI3. 분홍 병정들은 어떻게 '오징어 게임'에 오게 된 걸까.

제 머릿 속에만 있지, 나온 적은 없는데요. 참가자와 비슷한 리크루팅 과정을 거쳤을거라 생각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참가자가 되고, 어떤 사람들은 요원으로 시작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꾼으로 인정을 받으면 병정이되고, 병정으로 충실하면 관리인 네모가 되고요. 거기도 계급이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참가자를 고르듯 비슷하게 골랐을 것이라는 점이 제 머릿 속 비하인드입니다.

TMI4. '오징어 게임' 속 전화번호가 실제 번호라 논란이 됐다. 계좌번호는 혹시 문제가 없나.

계좌 번호는 제작진 중 한명의 카카오 뱅크 번호를 쓴거예요. 협의를 하고 썼는데, 의외로 456원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두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이도 정리하는 과정에 있고요.


TMI5. VIP의 공간과 관련해 여혐 논란도 있었고, 성적인 장면이나, 장기 매매같은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VIP 공간의 바디페인팅을 한 사람은 남자와 여자 한명 씩,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형상화한겁니다. 인간을 도구화시킨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싶어서 바디페인팅을 한 남녀 한 쌍을 썼고요. 캐릭터들이 극단적 상황에서 하는 대사들은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지 특정 성별을 의도한 것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말씀 주신 장면은 인간이 가장 밑바닥에서 보여주는 개연성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극한에서 보여주는 밑바닥을 표현하고자 담게 된 것입니다.

TMI6. 초록색 운동복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을까.

초록색 트레이닝 복은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 체육복에서 따왔습니다. 색감과 디자인을 따왔고요. 예상 못했죠. 현장에서 농담한 적은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면, 달고나도 인기끄는거 아니냐고 했었거든요. 과거 '킹덤' 시리즈가 인기가 있을 때, 갓이 화제가 된 것 처럼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인기를 끌 줄 몰랐습니다.


TMI7. 성기훈(이정재)는 왜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게 될까.

기훈이 일남이 죽은 후에 머리를 깎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장면인데요. 과연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어요.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아무 일없이 돌아갈 수 있을까. 상처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깔끔하게 잘라주세요'가 아닌, 그때의 기훈이라면 그런 머리를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핫핑크 등 강렬한 색을 많이 썼기 때문에, 빨간 머리가 상징성이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TMI8. 새벽(정호연)은 과거 시나리오에서 남자였는데, 여자로 바뀐 캐릭터라고 하는데 이유가 있을까.

여성을 대표할만한 캐릭터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바꿨어요. 원래 지영(이유미)이도 지용이라는 이름의 남자였습니다. 마찮가지로 '남자일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3년 전에 들어서 여자로 바꿨씁니다. 여자로 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일들이 많았고, 감성적으로도 훨씬 더 조화로운 세상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TMI9.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병헌의 목소리였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했고, 조금씩 변조를 해서 썼습니다. 배우 이병헌 목소리는 더 변조해볼까 싶었는데, 금방 스포일러가 될 일인데 너무 기괴하게 변조하면 듣는 내내 어색하고 과장스러울 것 같았고, 가면 안에 얼마나 대단한 장치가 돼 있길래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알 사람은 알 정도의 톤으로 가장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의 정도로 변조했습니다.

TMI10. 시즌 2는 언제쯤.

몸이 망가져서 다시 이 작품을 또 혼자 할 수 있을까 싶어요. 다음에 영화를 구상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 작품을 먼저하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다들 원하시면, 제가 뿌려 놓고, 저질러 놓은 게 있으니, 책임지려면 수습해야하지 않을까.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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