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①] '오징어게임' 정호연 "인기 실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기사입력 : 2021.10.04 오전 7:00
'오징어 게임' 정호연 화상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정호연 화상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정호연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성공적인 배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첫 연기에도 이질감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매력 있는 마스크와 걸크러시 매력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했다.

'오징어 게임' 속 정호연이 연기한 '새벽'은 분노와 어둠이 의인화된 인물 같다. 어렵사리 탈북해 남한에 도착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가족도 해체됐다. 새벽은 오로지 가족과 다시 한집에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다.

특히나 눈빛 연기가 인상 깊었다. 정호연이 런웨이에서 보여줬던 생기 있는 눈빛과 달리, 새벽의 눈빛은 깊은 어둠이 느껴졌다. 그만큼 정호연이 새벽과 동화되었다는 뜻일 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정호연과 지난 1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배우 데뷔작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인기 실감하나.

요즘 스케줄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와중이었고, 모든 일이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제 반응 속도가 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Q. 배우들끼리도 흥행을 기뻐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지영 역으로 나온 유미와 통화를 했는데, 제가 '축하해요. 대스타!'라고 했더니 유미는 '축하해요 월드 대스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서로서로 축하를 보냈어요. 유미랑 통화할 때도 우리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걱정도 된다고 말하고,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박해수 선배님과 통화했을 때는 선배님께서 '두 발을 땅에 잘 딛고 있자'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을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어요.

Q. 황동혁 감독이 정호연 배우의 어떤 면을 마음에 들어 했나.

감독님이 지금까지도 제일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건 '눈빛'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도 한 번 만나 뵀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제가 위를 쳐다보는 신이 있는데 그때 제 눈이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말씀을 해주셨는데 또 말씀해주셨어요. 아마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Q. 첫 연기에서부터 다크한 캐릭터를 맡았다. 어떻게 준비했나.

제가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새벽이를 이해하는 과정이지 않았나 싶어요. 새벽이의 내면에 다가가기 위해서 새벽이 시점에서 일기를 썼어요. 부모님과의 일,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겪은 일들을 쓰면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죠.

사투리 수업도 열심히 받았고, 무술 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제가 액션 경험이 없어서 더 준비가 필요했거든요. 감독님께서 '우리는 막싸움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새터민 분들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찾아오면서 그분들의 삶이 어떤지 공부하기도 했어요.

Q. 첫 연기에서부터 많은 도전을 해야 했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소화해야 해서 걱정도 부담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스스로를 다잡아가며 준비했나.

사실 '오징어 게임' 캐스팅된 후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어요.(웃음) 평소에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게 느껴졌거든요. 이런 것들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오디션을 볼 때는 몰랐지만, 합격하고 나서는 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최대치였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이기기 위해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그렇게는 했어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요.

Q. 새벽이가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최후를 맞이했다. 아쉬움은 없었나.

새벽이를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 중 하나가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게 어떤 걸까'였어요. 새벽이를 만나기 전에 저는 개인의 이익이나 목적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새벽이는 게임에 참가한 목적 자체가 가족을 위해서잖아요. 새벽이가 이타적인 사람이라서, 더 다가가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어요. 새벽이를 연기하고 나서는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남을 위하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새벽이에게 배운 게 많기 때문에 새벽이로서의 죽음에는 아쉬움이 없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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