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여진구 "'멜로 진구' 많이 찾아주세요"
기사입력 : 2021.04.20 오전 10:33
여진구 인터뷰 / 사진: 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여진구 인터뷰 / 사진: 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건실한 청년 이미지였던 여진구가 본격적으로 다크미를 풍겼다. 방영 전부터 '연기 괴물' 신하균과 여진구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괴물'을 통해서다. '괴물'은 가상의 지역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같은 두 남자의 심리 스릴러를 담았다. 여진구는 경찰 집안 출신으로, 서울에서 갑작스럽게 지방에 있는 만양 파출소로 전근을 가게 된 '한주원'으로 분했다. 한주원은 의뭉스러운 만양 파출소의 경사 이동식(신하균)과 묘한 심리전을 펼치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Q. 마지막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유종의 미를 맞았다. 소감이 어떤가.

저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막 '저희 최고 시청률 찍었어요~'하고 호들갑 떨고 싶으면서도 쑥스럽죠. 지금 상태에서 시청률에 대한 얘기는 아직 나눠보지 않았고, 종영하고 쫑파티 하면서 촬영했던 현장을 곱씹어보기도 하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분들께서 최고 시청률이라는 선물을 주셔서 정말 기쁘다.

Q. '괴물'에서 날 선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했다. 실제 여진구와의 갭이 있는 것 같은데, 주위 반응은 어땠나.

주변에서도 '평소에 알던 진구의 모습이 아니다', '괴물에서 더 멋있는 것 같다'는 말을 가끔 해주셨어요. 주변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이 반응을 해주시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느 점에서 달라 보이는지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모습이 주원이에게 더 어울리는지 물어보면서 많은 분들에게 조언을 얻으면서 촬영했어요. 그래서 시청자분들께도 좋은 칭찬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한주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포인트를 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대본을 받고 나서 얘기를 나눴던 게, 8화를 기점으로 '괴물'이 1부와 2부로 나뉘는 듯한 그런 구성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1부와 2부 사이에 주원이가 변화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죠. 진실을 알게 되면서 후반부에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 인물이 처음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준비했죠. 초반 한주원의 모습을 가져가면서도 달라졌다는 걸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초반부터 계획을 하고 연기하다 보니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었죠.

Q. 괴물'이라는 작품에 출연한 이유와 캐릭터의 매력?

제가 작품을 검토할 때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인간 여진구'의 모습과 얼마다 다른지에요. 한주원은 정말 저와 다른 성격과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었어요. 제가 이제껏 해 온 역할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죠.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배우로서 굉장히 큰 동기를 만들어준 인물이에요.

'괴물'이라는 작품은 스릴러 장르이지만 다른 시점을 가지고 가는 작품이에요.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인물들의 감정도 잘 어루만져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그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해서 꼭 이 작품을 하고 싶었죠.

Q. 스릴러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심리적 압박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몰입하고, 또 몰입에서 벗어났나.

제 입장에서는 제가 역할에 몰입할수록 저와 구분하기가 쉬워지더라고요. 이 역할은 나와 이렇 면에서 다르고, 평소 말투나 사람을 대할 때도 다르니까 몰입을 할 수록 오히려 저와 역할이 분리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얼만큼 더 이 역할을 연구하고 깊이 빠져 있는가에 대해서, 역할과 제 사이를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신하균과의 케미는?

실제로 선배님이 농담도 많이 해주시고, 저에게 웃음도 많이 주셨어요.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셨는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귀여우세요.(웃음) 엄청 외향적이어서 주변을 밝게 해주시는 스타일보다, 같이 있다 보면 왠지 모르게 귀여운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같이 있으면 선배님만의 유머를 해주셔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더 편하게 작품 얘기도 할 수 있게 되고, 신에 대해서 감정도 편하게 교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감사함이 많죠.

Q. 영화 '화이' 이후에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거둬내고 있는데, 그런 여진구에게 '괴물'은 어떤 의미인가.

저에게 '괴물'은 정말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화이' 얘기를 꺼내주셧는데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괴물'을 읽으면서 '화이' 이후에 많은 분들에게 묵직한 스토리와 배경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열심히 준비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왕이 된 남자'하기 전에는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이었고, '호텔 델루나'를 통해서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스스로 했어요. 이후 '괴물'을 통해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작품이에요.

Q. '왕이 된 남자' 전에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

'해를 품은 달'로 많은 분들께 칭찬을 받고 다음에 '화이'로 칭찬과 더불어서 제 인생에 큰 변화가 갑자기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연기가 좋아서 배우를 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많은 분들께 칭찬과 관심을 받다보니까 연기가 이전과 다르더라고요. 저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거든요. 급격한 심경의 변화가 오다보니까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점점 저를 틀에 가두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점점 연기가 어려웠었는데, 그때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이전까지는 제가 준비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연기했었거든요. '왕이 된 남자' 때에는 제가 물음표를 현장에 가지고 와야 했고, 스스로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를 믿어주셔서 되게 감사했고, 그러면서 '내가 확신을 가져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Q. 대중의 칭찬과 관심이 오히려 매너리즘의 원인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배우 여진구의 원동력은 뭔가.

칭찬만이 원동력은 아니고, 비판이나 쓴소리도 저에겐 굉장히 큰 원동력이 돼요. 많은 분들이 제 연기에 가져주시는 관심이 원동력이 되는 게 사실이죠.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저도 칭찬을 받을 용기가 나고, 또 비판을 받을 용기도 갖게 되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제 연기에 대해 평가를 내려주시니 모두 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Q. '연기 괴물' 여진구도 물론 좋지만, '멜로 여진구'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멜로 여진구'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으시군요. 메모해 놓겠습니다.(웃음) 차기작에 대해서 계속 읽어보고 있는데 딱 어떻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정해둔 상태는 아니에요. 다양한 분들이 불러주셔서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어요. 멜로 여진구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이 많으시다고 하니 제가 고민을 해볼게요. 저도 보여드리고 싶죠. 다음 작품으로는 멜로 부탁드립니다. 관계자분들. 멜로 여진구 많이 찾아주십시오.

Q. 촬영을 마치고 오랜만에 휴식기다. '청년 여진구'의 화두가 있다면.

7개월 정도 촬영을 했는데, 이제 촬영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하지. 내 일상은 어떻게 보내야할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새는 이것저것 해보고 있어요.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하고 잇고요. 운동이나 스포츠로 테니스를 쳐볼까 생각 중이고, 취미를 어떻게 해나갈지가 제 가장 큰 화두에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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