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박지후 "몇십년 흘러도 엑소…도경수와 작품으로 만나고파"
기사입력 : 2021.02.28 오전 12:01
영화 '빛과 철'에서 은영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찬란 제공

영화 '빛과 철'에서 은영 역을 맡은 배우 박지후 / 사진 : 찬란 제공


배우 박지후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영화 '벌새'를 통해 관객에게 배우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그룹 엑소(EXO)의 팬을 고백하며, 순수한 여고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크린에서 마주한 깊고 깊은 눈, 영화 '빛과 철'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배우 박지후를 만났다.

영화 '빛과 철'은 2년전 남편의 교통사고로 인해 삶이 달라진 두 아내의 이야기를 그렸다. 남편을 잃은 희주(김시은)와 의식불명 상태인 남편을 간호하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영남(염혜란)의 이야기다.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은 우연히 만나게 된 희주의 곁을 맴돈다. 하나의 비밀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지후는 '빛과 철'을 연출한 배종대 감독의 한 마디에서 움직였다. 배종대 감독은 "박지후에게는 구같이 다양한 면이 있는데, 그 중 날카로운 면도 있다"고 했다. 배종대 감독이 본 자신의 날카로운 면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미스터리한 은영이라는 인물을 그려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은영이가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아빠의 병원, 엄마의 공장, 그리고 학교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잖아요. 그 친구도 많이 힘들텐데, 힘든 내색하지 않고 다니는 걸 보면서 '어른스럽고 솔직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손잡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면서도 은영은 모두가 진실을 숨기려고 할 때, 알리려고 하잖아요. 생각보다 단단하고 강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빛과 철'은 박지후가 '벌새' 이후 중학교 3학년때 촬영한 작품이다. 박지후는 "현장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그냥 표현하자, 연기하러 가자, 즐기러 가자 생각하며 갔었거든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벌새'와 달리 '빛과 철'은 호흡이 있었다. 그 호흡을 함께한 배우 김시은, 염혜란을 보며 성찰을 하기도 했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표현하고 표출하는 건데, 아직도 저는 주변을 신경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님들은 주변에 대한 신경을 끄고, 몰입을 하시더라고요. 저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건데, '왜 안될까' 성찰하기도 했어요. 선배님들께서 은영에 대해 조언해주시기도 하고, 확 연기를 해주셔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염혜란 선배님과는 병원 로비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실제 엄마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염혜란 선배님의 목소리와 감정에 저 자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어요. 은영이 겁에 질려있는데, 실제로 정말 몰입해서 연기에 담긴 것 같아요."

"은영이 희주의 기숙사에 무단침입해서 희주가 놀라면서 은영에게 나가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힘든 장면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마지막에 희주가 은영을 끌고 나라겨로 하는데, 제가 잘 안끌리는게 연기한 입장에서 웃기기도 했어요. 희주와 함께 라면을 먹고, 이동하고, 이런 장면들에서는 묘한 따스함도 느꼈습니다."

함께한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빛과 철'은 배우 박지후를 성장하게 했다.

"조금 더 발전한 것 같아요. 따라하기도 했고, 배우기도 했고, 성찰도 많이 했어요. 은영이를 연기하면서 '나도 이렇게 단단한 연기를 할 수 있구나, 미스터리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스크린으로 마주할 때 아쉬운 점도 보여서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벌새' 속 은희로 박지후는 각종 영화제에서 여자배우상과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지후가 보여준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14살 소녀의 불안감은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찬사와 함께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쌓여가는 상들과 호평은 배우 박지후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쁨이 더 큰것 같아요. 물론 부담도 있지만, 그런 부담은 연기를 더 열심히 해서 나은 연기력으로 하면 되는거니까요. 기쁜 것, 좋은 것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박지후는 엑소(EXO)의 팬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 팬심은 변함이 없다. "몇 십년이 지나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는 소녀, 박지후다.

"엑소는 몇 십년이 지나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 같아요. 저 혼자서는 거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도경수 선배님과 연기하면 뜻깊을 것 같아요. 제가 도경수 선배님의 작품 중에서 영화 '순정'을 좋아하거든요. 최근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출연하신다고 들었어요. 나중에 제가 조금 더 성장하면, 그런 작품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 된 이후 영화 '벌새', '빛과 철', 그리고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그 누구보다 뜨겁게 10대를 지나왔다. 박지후에게 남을 10대 시절과 그려갈 10년 후 모습을 물었다.

"진짜 제 10대는 평생 못잊을 것 같아요. 작품이 개봉하면서 많은 관객 분들도 만나뵙고, 대화도 나누고, 좀 더 제 생각을 표현하고 알릴 수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10년 뒤 제 모습은, 조금 더 연기가 늘었기를 바래요. 그리고 많은 드라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제 얼굴을 알고 계셨으면 하고요. 그때가 되면 제가 바라는 훌륭한 연기자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있기를 바라봅니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박지후 , 빛과철 , 엑소 , 도경수 , 벌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