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후조리원'을 통해 열연을 펼친 박하선이 작품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특히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 만큼, 지난 여름 말미 모든 촬영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작품에 대한 애정과 캐릭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 훈훈함을 전한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 현진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치며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격정 출산 느와르 드라마. 극 중 박하선은 조리원의 서열 1위이자, 베테랑맘 '조은정'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 오랜만에 코믹 연기까지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각종 패러디 코스튬을 입은 것은 물론, 고교 시절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교복까지 입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나이 들수록 교복을 입으면 당연히 부담은 된다. 하지만 재미있고, '언제 입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신나게 촬영했다"라고 답했다.
극 중 박하선은 교복을 입고 '유노 마누라'가 되어 그와 결혼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세운다. 팬클럽의 일원으로서 열성을 드러내는 중, 딸을 찾아온 엄마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으로 해당 장면은 끝을 맺는다. 특히 박하선은 최근 방탄소년단 진에 대한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던 만큼, 문득 궁금해졌다. 딸을 가진 엄마 박하선은 '열성 팬'의 입장에 공감할까, '엄마'의 입장에 공감할까.
박하선은 "제가 중학생 때 실제로 팬클럽 활동에 열성적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때는 잘 공감하지 못했었다"라며 "내 딸이 만약에 그렇더라도 공부는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걸 제 딸이 찾아가게 해 주는 것이 저의 목표다.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엄마가 같이 가 줄수도 있으니까 공부와 자신의 인생에 선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래는 '산후조리원' 박하선 종영 관련 서면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Q. 처음부터 배우들 모두 많은 자신감을 드러냈던 작품이다. 작품이 모두 끝을 맺었는데,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에도 만족하는지?
결말이 너무 좋았다. 깔끔하고 현실적이었고 은정이가 멋진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과정도 너무 만족했고, 촬영 하면서도 웃음 참느라 힘들었을 정도였다. (오)현진의 닭다리 모자라던가, 무협 액션씬에서의 바주카포를 쏘는 연기 등 '이런 연기를 언제 해보나'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정도로 너무 즐거웠다.
Q. 출산을 경험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했고, 또 의미있는 전개들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때, 그리고 마지막 대본을 읽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감정이 방송을 통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하는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에는, '이건 무조건 터지겠다' 생각했다. 제가 했던 작품 중에 마지막 대본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라고 생각됐고, 작가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해주실 거라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어떤 기자분이 저희 드라마에는 '막장'이 없다고 하시던 글을 봤다. 막장 없이, 불륜 없이,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잘 만든 드라마다라는 평을 얻어 좋았다.
Q. 작가 역량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빛난 덕분에 좋은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하이킥' 짬에서 나오는 코미디 연기가 돋보였다.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에 나선 소감은?
사실 코믹 연기가 많이 고팠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혼술남녀' 에서도 코믹연기를 했었지만 코미디를 하면 정극이 그립고, 정극을 하면 코미디가 그립더라.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 많이 정적이고 무거운 작품이어서 끝나고 밝은 걸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정말 밝게 다시 하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실 '하이킥' 때에는 코믹 연기를 하면서도 좀 힘들었었다. '혼술남녀' 때부터 코믹 연기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산후조리원' 때에는 완전히 즐겼고 저 또한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특히 바주카포 씬을 찍을 때는 굉장히 더웠고 힘들었었는데 사람들은 제가 힘들수록 더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좋아하고 즐기는 데에 당할 재간이 없는 걸까 싶었다. 이제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시트콤도 로코도 또 해 보고 싶다. 저는 '한국의 짐캐리'가 되는 게 목표다(웃음).
Q. 출산, 육아 경험이 캐릭터 구축에 도움이 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도 조동(조리원 동기)이 있었고, 지금도 연락을 한다. 단톡을 얼마 전에도 했는데, 이 분들과는 전우애 같은 게 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이 된다. 애를 키울수록 정보싸움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고맙고 힘이 된다.
그래서 캐릭터 구축을 할 때 저의 실제 조동 모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조동 모임 중에 한 분이 시크하게 책을 추천해 주는 등 굉장히 프로페셔널 하셨는데 이 분과 함께, 둘째 맘이라 여유 있고 항상 웃으며 인사하시는 분이 두 분이 계셨다. 그 두 분께 직접 말씀을 드리고 두 분의 캐릭터를 섞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제게 굉장히 도움이 됐던 분들이시다.
Q. SNS에 마지막 교복이 될 것 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교복 의상 등을 입는 것에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골든벨 때랑 똑같다는 반응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감사하다. 나이 들수록 교복을 입으면 당연히 부담은 된다. 하지만 재밌었고, '언제 입어보겠어'라는 생각하며 신나게 촬영했다.
Q. 교복을 입고 팬클럽 역할을 소화했는데, 엄마에게 끌려나간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진에 대한 팬심을 알리기도 했는데, 박하선 배우 딸이 나중에 열성적인 팬클럽 활동을 한다면 공감해줄 수 있을 것 같은지?
제가 중학생 때 실제로 팬클럽 활동에 열성적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때는 잘 공감하지 못했었다. 제 딸이 만약에 그렇더라도 공부는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걸 제 딸이 찾아가게 해 주는 게 저의 목표인데,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엄마가 같이 가 줄 수도 있으니 공부와 자신의 인생에 선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Q. 사전제작이었던 '산후조리원'과 최근 첫방송을 시작한 '며느라기' 두 작품을 연달아 방영하게 됐는데, 두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극 중 캐릭터과 사뭇 다른데,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냥 제 얘기라 공감이 너무 가고, 제가 너무 재미있으니까 끌렸다. 이 작품들을 보는 미혼, 기혼 여성들뿐 아니라 그들의 옆에 있는 남성분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었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후부터 작품을 통해 제 얘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더라. 예전에는 진짜 나를 숨기고자 했다면, 이제는 저에겐 여러 모습들이 있는데 거칠 것 없이 다 보여줘야겠다라는 배우로서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나를 보여줘도 사랑 받을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고, 두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다.
'며느라기'는 원작의 팬이었고, 제가 실제로 산후조리에 있을 때 웹툰을 접했었다. 저의 '조동(조리원 동기)'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보게 됐었는데 당시에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까지 샀다. 과하지 않게, 깔끔하고 적당히 고부갈등이나 가족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너무 좋았다. 원작의 민사린 캐릭터는 답답할 정도로 착하고 고구마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저는 요즘 며느리, 요즘 여자, 요즘 기혼 여성처럼 연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사린이 머리를 장착(?)한 순간, 그렇게 안되더라. 이 작품을 위해 준비할 건 머리였고, 그 머리를 장착하면 사린이 연기가 저절로 나오는 작품이었다.
작품 초반에는 '산후조리원'도 내 얘기고, '며느라기'도 며느라기 시절이 있었던 만큼 내 얘기란 생각에 '그냥 하면 되겠네'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이제 며느라기 시절을 벗어났었고, 이제는 웃으면서 할 말도 적당히 잘 하는 편이라 이 시기를 되돌아보며 연기를 해야 되더라. 제가 겪어 온 모든 경험들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던 것 같다.
Q. 톡이나할까?'에서 경력 단절과 관련해 했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던 것 같다. 최근 다양한 작품은 물론, DJ 등 여러 활동에 나서고 있는 감회가 정말 남다를 것 같은데?
제2의 전성기가 오긴 올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정말 오랜만에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열일을 하고 있다.
Q. '그 자체로 젊고 매력쩌는' 박하선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저는 이성적인 면이 있어서 장르물에 잘 맞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쓰리데이즈'에서 액션을 해보긴 했지만 액션을 더 해보고 싶고, 사극, 시대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역사상 최초로 이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쓴 여류 화가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다. 의사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은 너무 많다.
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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