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노정의 "'내가 죽던 날' 통해 제 새로운 매력 알게 됐죠"
기사입력 : 2020.11.15 오후 4:10
'내가 죽던 날' 노정의 인터뷰 /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내가 죽던 날' 노정의 인터뷰 /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노정의가 풋풋함을 거둬내고 절망의 끝자락에 선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서다. 작품은 외딴섬 절벽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녀와 소녀의 행적을 좇는 형사, 그리고 무언의 목격자 세 사람이 중심이 된 이야기다. 노정의는 돌이킬 수 없는 일들 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소녀 '세진'으로 분했다. 부잣집 딸로 순탄한 인생을 살던 세진은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오빠는 수감 중인 상황에서 세진은 외딴 섬마을에서 보호를 받는다.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상처를 견뎌내던 어느 날, 세진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에서 사라진다.

Q. 김혜수·이정은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내가 죽던 날'에 참여하고 싶었을 것 같다. 어떻게 작품에 합류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오디션을 보고하게 된 거라. 두 선배님이 계시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한 작품이 별로 없는데 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했다는 것도 좋았고, 제 나이 또래의 캐릭터라 제가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합격 소식 받았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경쟁률은 수치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많았다고는 들었어요. 주변 친구들이 많이 (오디션을) 봤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합격) 연락 왔어?"하고 물어봤었어요. 모두가 욕심을 냈던 작품인 것 같아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저는 제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여러 번 '진짜요?'하고 물어봤고, 회사에서 진짜라고 해주셨을 때 그때 그냥 너무 좋았어요. 부담감보다 기쁜 마음이 앞섰어요. 그런데 부담감이 훅 왔을 때는 다 같이 모인 대본리딩 때였어요. 이제 실제로 뵙고 대사를 주고받고 모든 걸 했을 때 '나만 잘하면 되는 영화구나.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는 부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안 그러면 제가 정말 부족하게 보일 것 같았어요.

Q.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박지완 감독이 노정의 배우의 매력을 언급했었다. 감독이 어떤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나.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아서 몰랐어요. 감독님 인터뷰 보고 알게 됐어요. 정색할 때와 웃을 때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씀해주셨더라고요. 그걸 듣고 제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됐죠.

Q. 언론시사회에서 김혜수-이정은 배우가 교장선생님 같다고 했었다. 후일담이 있나.

그 이후로도 계속 인터뷰할 때나 고생했다고 얘기하실 때 '나 교장 선생님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귀엽게 봐주셨어요. 김혜수 선배님께서는 '교장 선생님 말고 엄마 할래'하고 웃어 넘겨주셨어요. 처음에는 두 분 다 너무 유명하고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셔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에 그렇게 얘기를 했고, 연기적으로나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선생님 중에 가장 높은 분이 교장선생님이라 그렇게 말했던 것뿐이에요.(웃음)

Q. 선배들에게 얻은 연기적 도움이 있었나.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예를 들어 대본에 '눈물을 흘린다'고 적혀있으면 그게 감정신인데, 선배님께서 '꼭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슬픈 신은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오히려 눈물 없이 슬픔이 나올 수 있었죠. 슬픔이 꼭 눈물로 전달되는 건 아니라고 해주셔서 세진이라면 슬픔을 어떻게 삼켜낼지 표현하면서 관객분들이 세진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그런 미션을 주신 것 같아요. 저만의 색깔로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신 것 같아요.

Q. 김혜수·이정은과의 호흡이 궁금하다.

김혜수 선배님은 말씀을 안 하고 계서도 김혜수 선배님이더라고요. 선배님께서 후배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정말 남다르세요. 정말 아끼고, 가르쳐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어 하시는 마음이 큰데, 그 마음이 저한테도 느껴져요. 연기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보일 때마다 '아 이래서 김혜수 선배님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정은 선배님이랑은 손잡고 우는 장면이 있잖아요. 누군가 제 손을 잡고 제 눈을 바라보는데, 대사를 하지 않아도 위로를 해주는 느낌이 와닿았어요. 언론시사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때는 제가 세진인지, 노정의인지 모를 정도로 막 눈물을 흘렸어요. 누군가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서 편하게 신경을 쓰고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울음으로 모든 걸 다 털어놓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때는 연기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때 큰 위로를 받았어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이 나와요. 정말 신기한 게 (선배님들을) 보고만 있어도 깨달음이 와요. 저만의 생각이 나게끔 해주세요. (아역 출신인) 김혜수 선배님은 제가 아역이라는 걸 아시니까 챙겨주시고,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정은 선배님은 대사가 없으신데도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모든 감정과 말들, 대사를 하지 않아도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걸 통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게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극을 받았죠.

Q. 막내기도 하고, 워낙 선배들과 연기하다 보니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을 것 같다.

제가 막내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촬영 끝나면 스태프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하고, 그런 걸 최대한 많이 히려고 했어요. 선배님들이랑 있을 때 분위기 메이커는 이상엽 오빠가 맡았어요. 되게 웃기시더라고요. 분위기를 많이 이끌어줬어요. 제가 너무 어린 막내라서 분위기 메이커를 하기에 조심스럽기도 하고, 제가 잘못하고 있을 때 상엽 오빠가 대신해주셔서 고마웠죠.

Q. '내가 죽던 날' 촬영 중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다던데? 코로나 때문에 대학 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 근황도 궁금하다.

마지막 촬영 전날인가 전전날에 합격 소식을 받았어요. 감독님과 김혜수 선배님께는 직접 말씀드리고, 이정은 선배님하고 이상엽 오빠에게는 따로 연락드리거나 쫑파티 때 말씀을 드렸어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 아쉬운데, 그래도 좋아질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연극영화과라 실기 수업은 소수 정예로 대면 강의를 하긴 했어요. 학교를 아예 안 가본 건 아니고 동기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해서 아쉬워요.

작품 촬영 마치고 새 드라마를 찍고 있어요. 그거 찍고 개봉 준비하고, 쉬는 시간이 있지 않아서 새 작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쉬는 날에는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한 타임씩은 비워두고 동네 친구들을 만난다든가 해요. 최대한 가족들에게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잠이 많아서 거의 반나절 후에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웃음)

Q. 아역 출신으로 최근에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나.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제가 아무리 못 쉬어도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요. 연기를 하고 싶은 분들은 작품이 없어서 못 하는 분도 계실 텐데,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힘들 때도 있는데 감사함을 계속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힘듦을 겪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아역 시절 때는 모든 게 경험이었다면, 스무 살이 된 지금은 그걸 경험으로만 두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조금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목표가 높고 목표가 많기도 하지만, 그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만나고 싶고, 만약 150%가 목표면, 막상 제가 150%가 되면 최대치를 더 높일 것 같아요. 끊임없이 올라가고 싶어요. 제 자신이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목표예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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