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광현 감독, “감독이 천직..결혼 후 10여년 만에 아내와 처음 싸워”
기사입력 : 2017.02.08 오후 5:10
사진 : 영화 '조작된 도시'의 박광현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영화 '조작된 도시'의 박광현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의 박광현 감독이 <조작된 도시>로 12년 만에 스크린 컴백했다.

지난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처음 질문한 것이 바로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였다. 박 감독은 6년 열애 끝에 결혼한 와이프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며 “중국서 광고 관련 일도 했고요..금슬 좋았던 저희 부부가 결혼 후 11년 만에 돈 때문에 처음으로 싸웠죠. 감독이 천직인데, 안 시킬 수도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으니 조금은 어른이 된 거 같기도 하고요.”라고 씁쓸해하며 웃었다.


그런 인고의 세월을 거친 작품이 2월 9일 개봉하는 영화 <조작된 도시>이다. 박 감독만의 만화적이고 독특한 상상력이 곳곳에 가미된 이 작품은 단 3분 16초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물. 영화 초반부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하는 거대 총격장면으로 시작해 제작비 대비 무려 1천 컷에 달하는 막대한 CG가 관객들의 시선을 126분간 쉼 없이 즐겁게 해준다.

이에 대해 박광현 감독은 “CG란 게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우니 선택하는 것이죠. 처음 제 머릿속의 CG가 들어갈 장면이 700컷, 촬영을 하면서 1200컷으로 늘었어요. 비용은 그대로 1천 컷으로 합의를 본 게 지금의 완성본이고요. 스태프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감독이란 직업이 천직인데, 작품을 위해 쉽게 양보할 수 없었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설득을 해야지요. 지창욱을 주인공으로 꼬드긴 거처럼요.(웃음)”

이처럼 박 감독은 스스로가 ‘무데뽀’ 정신이 묻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제 영화를 위해 누군가가 도움(PPL 등)을 주겠다는데, 앵글에 다 담아야죠. 여수의 이국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한 호텔의 폭파 장면을 찍으면서 홍보 담당자가 항의 전화를 하더군요. ‘왜 우리 호텔이 그토록 망가져야 했냐’고요. 전 협찬이란 개념도 조금 달리,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되어야 할 듯 해요. 이 영화가 잘 되면 당연히 그들 몫(이득)이라고 하겠죠. 극 중 악당들이 주인공을 쫓는 카체이싱 장면에서 독일의 벤츠나 아우디가 무참히 부셔지고 망가져도 뭐라 하지 않는 것처럼요.”

박광현 감독의 이러한 열정으로 빚어낸 <조작된 도시>는 무분별한 매체 보도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억울함을 풀어주는 긴박한 스토리로 결국 해피엔딩에 달하게 된다. 그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 당시 육성회비가 6백원이었어요. 어느 날 교실에서 5백원짜리 지폐가 없어진 거죠. 유독 그날 제가 일찍 등교를 했는데, 친구들이 그런 절 가장 먼저 의심했어요. 너무 어려서 해명할 능력도 없었고요. 돈을 잃어버린 친구의 누나, 형이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절 찾아와 괴롭혔죠. 그 순간 ‘아, 억울함은 정말 안 좋은거구나’라고 생각한 나머지 제겐 너무 큰 트라우마였고, 그런 경험이 중학교 시절에도 똑같이 되풀이돼서 남들보다 억울함에 대해 약간 예민한 편입니다, 제가.(웃음)”

박광현 감독은 작품을 만들 때 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와 ‘빽 투 더 퓨쳐’, ‘이티’를 보면서 전 영화가 주는 신나는 모험의 세계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 감흥을 주는 것이 바로 영화가 주는 세계관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있겠지만, 관객이 너무 신나 상영시간 동안 열심히 놀아주는 영화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지금 시국이 화는 나있는데 좋은 기운은 없잖아요?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기운을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얻어갔으면 합니다, 하하!”

영화 <조작된 도시>는 손익분기점이 300만 관객을 넘겨야 한다. 영화 속 잘 생긴 미남배우 지창욱이 잘나가던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에서 PC방 한 켠에서 라면으로 일상을 보내는 게임 덕후가 되는 장면도 박광현 감독, 그가 11년간 버틸 수 있었던 열정을 빗대어 만든 성스러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그것을 훌륭하게 연기한 지창욱의 외마디. “감독님에 대한 믿음, 흥행에 대한 믿음이 있다.” 두 사람이 바랬던 만큼 이 영화는 내일 개봉을 앞두고 현재 예매율 이틀 연속 1위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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