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준 "한참 연 날릴 때 '소년 코스프레'한단 소리 들었죠"
기사입력 : 2016.10.30 오전 8:25
'럭키' 이준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럭키' 이준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럭키'와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로 순항 중인 배우 이준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럭키'는 누적관객수 492만5340명을 기록했다. 500만 관객수 돌파는 이번 주말, 무난하게 이룰 것으로 보인다. '럭키'(감독 이계벽)는 잘 나가던 킬러 형욱(유해진)이 기억을 잃고 무명배우 재성(이준)과 인생이 바뀌면서 전개되는 반전 코미디.


다음은 이준과 함께 나눈 일문일답.


- MBC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최지우와의 키스신이 화제됐다.
"저는 모든 사람과의 키스가 어려워요. 실제 연인이 아닌데 뽀뽀하는 게 죄송함도 있고요. 상대방의 기분을 모르니까 배려하는 게 중요하죠. '풍문으로 들었소' 할 때는 고아성 씨와의 키스신이 많았는데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예민한 작업이어서 순간 집중력으로 한 번에 끝내려고 노력했어요. 한 번 잘하다가 실수하면 사심 있어 보이고 머쓱해지잖아요. 한 번에 진심을 담아서 연기해야죠."


-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면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배우로서의 강점은?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실력 있다고 생각은 안 해요. 영화는 여러 가지를 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고 요새는 오래 안 찍어서 컨디션 조절하기도 좋아요.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보여줄 수 있죠. 드라마는 생방송이에요. 오늘 찍은 게 좀 이따가 나와요. 그런 스릴이 좋아요. 방금 찍었는데 제가 티비에 나오잖아요.(웃음)"


"기회가 없어요. 누가 비웃든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별로였다고 하면 방송으로 본다고 하고 집에 가서 봐요. 피드백이 바로 되니까 굉장히 재밌어요. 얻어걸리는 것도 있고요. 급하게 촬영하면서도 이런 감정이 나한테 있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요."


- '갑동이'도 그렇고 그동안 센 역할을 하다가 '럭키'나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현실감 있고 선한 역할을 맡게 됐다. 극과 극 캐릭터인데 위화감 없이 소화하는 비결은?
"시작 단계부터 센 캐릭터들이 부각돼서 그런가봐요. 오히려 저는 지금하는 드라마가 제 성격과 비슷해요. 센 캐릭터는 경험이 없으니까 억지로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하잖아요. 저만의 상상으로 캐릭터를 만들면서 맞다고 믿는 거죠. 그래서 지금 이 드라마가 좋아요."


- 촬영이 생방으로 진행되면 힘들 텐데, 스릴이 있어서 좋다니?
"호흡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맞춰야 해요. 그런 순간 집중력을 키우는데 좋아요. 최지우 누나와 웃고 떠들다가 '레디'하면 캐릭터가 되니까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집중력이 안 좋았는데 경험을 통해서 매년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 2016년에 영화도 두 편, 드라마도 두 편, '무한도전'도 출연했으니 예능에도 얼굴을 비쳤다. 2016년이 알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우울했던 일이 많았어요. 2015년이 더 좋았어요. 2017에는 잘살아 보려고 해요. 별일은 아니고 개인적인 일이었어요. 제 징크스가 올해가 힘든 해면, 내년은 괜찮은 해에요. 내년에 기쁜 해인데 두 달밖에 안 남아서 미리 들 떠 있어요."


- 징크스를 깨려고 SNS도 한 것 아니냐
"인스타그램을 하라는 주변의 유혹이 많았어요. 트위터 시절부터 수년간 뿌리치다가 결국 아무도 유혹 안 했는데 몇 개월 전에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무도 말 안 걸어주니까.(웃음) SNS라는 것이 제 예상대로 상당히 신경 쓰이고 팔로워 수가 예상보다 안 늘었을 때 스트레스받았어요. 다른 사람과 같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는다는데 자존심에 그런 행동은 못 하겠더라고요. 윤두준 인스타에도 댓글을 남겼는데 올리자마자 위로 올라가서 아무도 모르던데요? 그래서 지금은 편하게 하고 있어요."


- 열일하는 행보에 친구들이 부러워하진 않나
열일 안 했어요. 드라마 하기 전에 3개월 정도 쉬었는데 데뷔 이후에 가장 많이 쉬었던 것 같아요. 쉬면서 많은 걸 느꼈고, 일주일까진 좋았는데 그다음부터 할 게 없더라고요. ('럭키'의 재성이처럼?) 아니요. 저는 정리도 잘하고 하루에 한 번씩 집 밖에 나갔고 깨끗한 트레이닝복을 입었어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찾고 구하러 다녔어요. 아쉬운 건 친구들이 회사에 다녀서 같이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서 여행을 못 갔어요.


- 취미는?
취미가 꽤 많은데 수시로 바뀌어요. 올해 2월까지는 체스를 뒀어요. 그러다가 날씨가 풀려서 촬영장에 연을 가지고 다니면서 날렸어요. 재미있었던 기억은 시중에서 산 얼레에 실 세 개 정도를 연결해서 '대기권 밖으로 날려보자'고 마음먹었죠. 연 위치를 선정하러 산도 가보고 바람 부는데도 가보고 별 행동 다 했어요. 그때 이후로 접은 이유가 오정세 형 영화 촬영하는데 연을 가지고 가서 날리는데 연이 나무에 걸렸어요. 많은 금액을 투자한 연인데 그 연이 걸리고 나서 감정 상해서 접었어요. 지금은 드라마를 힘들게 찍고 있어서 취미가 없어요.


- 어떻게 연을 날리게 됐나?
한강에 촬영 갔는데 사람들이 연을 날리더라고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편의점에서 파는 5천 원 짜리 연으로 시작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은 저보고 소년 코스프레 한대요. 처음에는 그렇게 볼 수 있는데 날려보면 다들 재미있어할 거예요.


- 가수에서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는데 슬럼프를 느낄 때는 언제이고, '연기자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슬럼프는 2일에 1번꼴로 와요.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고 상처도 잘 받아요. 정신력이 강하지 않죠. 신기했던 게 최지우 누나가 저한테 '너는 멘탈갑 같은데'라고 하더라고요. 겉으론 티 안 내는데 집에 가면 고뇌의 시간을 갖거든요. 악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거든요. 멘탈을 키우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려워요."


"연기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어떤 신을 잘 끝냈을 때 희열이 느껴져요. '괜찮았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기분 좋아요. 분명 만족하면서 찍었는데 화면에서 이상한 부분도 있거든요. 나오기 전에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다른 연예인에 비해 선플(선한 리플)이 많은 편인데
"100명이 칭찬해도 1명이 욕하면 쿠크다스(과자처럼 무너진다는 뜻)가 부서져요. 유리 깨지듯이 깨지면서 굉장히 상처받아요. 직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까 슬럼프가 자주 오는 것 같아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만요. 안 좋은 댓글 중에 맞는 말도 있어요.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은데 인정하고 고쳐야 저한테 좋은 거죠."


- 연기는 적성에 맞는 것 같나
학생 때 발레, 한국무용도 했고, 음악도 했어요. 어머니께서 작곡을 전공하셔서 어릴 때부터 피아노도 배우고 트럼펫도 불었는데 지금까지 배웠던 것 중에서 연기가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 연기할 때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뚜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보이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20대니까 살 날이 많잖아요. 차근차근 급하게 하려고 생각 안 하고 한 단계씩 천천히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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