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한예리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기사입력 : 2016.09.01 오후 2:00
한예리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한예리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한예리는 브라운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배우다. 그런 한예리가 드라마 ‘청춘시대’의 주연을 맡았다. 그는 ‘청춘시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연애시대’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의 대본이 좋았고 극중 캐릭터인 진명을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수면욕이 있어 잠을 못 자면 정신없어하는 그이지만, 잠자는 시간 빼고 늘 붙어 있었던 배우들과 서로를 위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윤진명이 되었다.


‘연애 호구’ 정예은, ‘여자 신동엽’ 송지원, ‘외모 센터’ 강이나, ‘소심한 스무살’ 유은재. 생계형 철의 연인 윤진명과 함께 ‘벨 에포크’ 셰어 하우스에 사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하면서도 설정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처음에는 은재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 (은재가) 도드라졌고, 각자의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난 이후에 복합적인 얘기가 나오게 됐어요. 순차적으로 잘 맞았죠. 진명이는 소소한 얘기를 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사회를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주어진 설정 자체가 크잖아요.”


윤진명 캐릭터에는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삶의 모든 가치를 포기하는 3포세대, 5포세대, N포세대로 규정된 젊은이들의 애환이 깃들여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스물여덟의 가장. 내 인생 하나도 벅차고 힘든데 가족의 삶까지 짊어져야 하는 고단함은 진명의 삶을 옥죄어 온다.


“진명이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대견하다고 생각했고요. 의지가 강하잖아요. 실제 저는 진명이처럼 못할 것 같아요. 진명이보다 나약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진명이의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진명이가 또래로 돌아가서 힘든 일들을 잊고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6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인 동생 때문에 진명은 가족 안에서 희생해왔다. ‘언젠간 깨어 날거라’는 엄마 앞에서 진명은 “희망이 재앙이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아들의 산소 호흡기를 떼고 경찰에 연행된다. “‘희망이 재앙’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진명이가 그렇게 생각할 순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다시 자신을 찾게 되잖아요. 사실 희망은 다른 것인데 진명이가 결과론적인 것만 생각한 게 아닐까요? 당연히 그럴 수 있는 나이잖아요.”


공기업 면접을 본 진명은 최종 면접에서 탈락 통보를 받는다. “진명이의 말을 믿고 싶었어요. 부모의 경제력도, 스펙도 아닌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안 됐을 거라는 그 얘기가 맞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요.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진명이를 (공기업 면접에) 붙여주지 않아서 작가님께 감사해요. 진명이가 얄팍하게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것도 아니거든요. 잠깐 안주하는 정도죠. 회사에 들어가도 똑같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나아지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박연선 작가님이 진명이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바닥까지 치게 함으로써 해결하게 해주세요. 해결될 수 없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진명이를 행복하게 해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청춘시대’의 윤진명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누군가의,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꽃길만 걸어라”라고 응원 댓글을 남겨줬다. 마치 타인에게 하는 말이 아닌, 그 말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염원을 담아 말했다. “꽃길만 걸어라.”


“시청자께도 진명이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다는 게 큰 응원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진명이가 가장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진명이는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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