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나홍진 감독, "스릴러니까 자극을 주겠다? 차라리 코믹요소 넣을 것"
기사입력 : 2016.05.10 오전 8:00
사진: 나홍진 감독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나홍진 감독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곡성에서 촬영한 이유가 뭔가요? "도심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제 어릴적 기억 속의 시골도 곡성이었고, 너무 좋은 기억 밖에 없었거든요.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다시 그곳에 갔더니, 여전히 시골 그 느낌이 살아 있었어요. 가장 인간다운 공간이었고, 영화 속 초월적인 존재들이 이런 곳이라면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그 지역 군수님께 미리 협조를 구했지만, 촬영하면서 중간 중간 주민들이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셨어요. 절 모르시고, 전작을 못 보신 분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긴거였죠. 결국 '곡성'이란 공간은 정말 아름다운 고장이자, 국내에서 몇 안되는 안식할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 드리고 싶네요."

6년 만이다. <황해> 이후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등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을 기용한 나홍진의 신작이 바로 <곡성>. 전작들에서 보여준 가해자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장르영화의 표본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컴백한 나홍진 감독은 "뉴스의 사회면을 늘 접하다보니 이번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더군요. 장르영화를 탈피해 보라는 주변 권유에도 불구하고 전 제 색깔대로 자유롭게 써보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절대 코미디나 정통 상업영화가 아니랍니다."


일본의 국민배우 '쿠니무라 준'이 외지인으로 등장한다. 나 감독은 "일본영화를 가끔 보는 데, 그 배우의 느낌이 좋았어요. 바로 시나리오를 전했더니, 이미 절 아셨어요. 왜 출연을 시켰냐구요? 공동체 즉, 커뮤니티 안에 이질적인 뭔가가 존재해 마치 세포 안의 바이러스처럼 침략을 하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죠. 액션에 치중된 파괴적인 침략 보다는 잠입이 낫겠다고 판단했고, 잡입을 할거면 우리네처럼 은밀하고 유사해야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일본인 배우가 함께 작업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곡성>이란 시나리오를 배우 곽도원에게 내밀때 나 감독은 "그를 염두해 두고 쓴 글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전 사람 파악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 사람이 좋은 지 나쁜 지 구분을 못해서, 저 분은 어떤 분일까 생각하며 몇번이고 만났어요. 오랫동안 곽도원이란 배우를 타겟 대상으로 간접적으로 주시했죠. 전 배우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주시하거든요. 그가 단역을 맡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죠."

투자와 배급을 맡은 폭스사에서는 난리가 났다더라. 나 감독은 웃으며 "저예산 영화가 아닌데, 당연 폭스 쪽에서도 그를 주인공으로 결정하기 힘들었을 테죠. 실제 미국 본사에서는 배우에 대해 너무 고려하지 말라며 제게 캐스팅을 맡겼었고,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관계자들은 우려를 했던 거죠."

그 후로, 나 감독은 주인공이 될 곽도원과 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형! 정말 자신 있냐, 열심히 할 수 있냐, 형만 달린다면 난 간다. 죽도록 달릴 자신이 있으면 감수한다. 형이 문제다'라고 믿음을 줬죠. 그랬더니 다짜고짜 한 말이 담배를 뻑뻑 머금으며 '한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너랑 사고 한번 친다'였어요. 사실, 대한민국에 좋은 배우는 너무나 많잖아요? 이런 계기로 배우 한 명 또 탄생하는 거고..다른 감독님들도 그런 노력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곽도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영화 <신세계>를 본 나홍진 감독은 국민배우 황정민에게 '무당' 역할을 맡겼다. "그 분 아니면 누가 합니까?(웃음) 너무나 매력적이고 멋있는 분이죠. 정말이지 촬영장에서는 날라 다녔어요. 그가 굿을 하는 편집 장면이 약 7분 30여 초 되는 데, 풀 장면이 15분이거든요. 그걸 그대로 다 드러내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곁에서 자문을 도와준 무속인도, 악사들도 모두가 황정민 선배와 하나로 교감이 된 짜릿한 순간을 맛봤죠."

다행히 영화 <곡성>은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등급 때문에 수위조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나 감독은 "진짜로 무서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짐작 되는 것만 있으면, 굳이 관객에게 자극을 줄 필요가 없겠죠? 이미 이 영화 속에서는 느껴지는 '존재'만으로도 긴장감이 생길 거예요. 인간이 뱀을 보고 혐오스럽게 느끼는 본능처럼 이 영화에는 그런 것들이 반드시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자극을 주면서도 스릴을 도모할 필요도 없고요, 차라리 코미디를 넣고 이완을 시키겠다는 생각은 해봤네요, 하하!"

덧붙여 나 감독은 "지금은 필름 하나하나를 보고 상영할 만한 공간이 없죠. 하드에 저장된 디지털영화. 제 입장에서 흥행은 스크린의 연장이죠. 그 옛날처럼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스크리닝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밖에 없어요. 저 또한 <곡성>의 손익분기점이 몇 만이 될 지 잘 모르겠고요.(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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