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살' 최동훈 감독, 9년의 준비…왜 허구를 택했나?
기사입력 : 2015.08.02 오전 7:55
'암살' 최동훈 감독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인턴기자,star1@chosun.com

'암살' 최동훈 감독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인턴기자,star1@chosun.com


<암살>은 1930년대, 조국이 없던 우리나라의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담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관객들에게 뜨거운 마음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허구의 이야기를 택했다.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치열했던 1930년대의 이야기, 왜 허구의 이야기를 택했을까?


지난 22일에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끈 영화 <암살>은 독립군(전지현, 조진웅, 최덕문)과 임시정부대원(이정재),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하정우, 오달수)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등의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뭉쳤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기대감이 높으면 부담감이 생기죠. 그런데 저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방법을 모르겠어요. 그래서 안고 가는 거죠. '아 부담스럽다' 생각하며 일을 하는거죠.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면 몰두를 하게 되니까 그런 생각들이 사라져요.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와요. 감독의 숙명이죠."



최동훈 감독은 9년간이나 <암살>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언젠가는 1930년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930년대가 문학의 황금기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국문과를 나왔으니 그 시대 문학을 많이 읽었죠. 그래서 이 시대를 말해보고 싶었어요. 독립운동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게 구태의연해 보이고 올드해 보일 수 있잖아요. 그걸 계속 신경 썼어요. 어떻게 하면 올드해보이지 않고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로 찍을까. 그렇다고 <바스터즈:나쁜 녀석들>(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쿨하게 찍고 싶지는 않았어요. 계속 고쳐 쓰고, 고쳐 쓰고, 안되나 보다 포기했다가 다시 잡고. 스펙터클한 1년 반이었죠."


최동훈 감독이 <암살>을 떠올린 것은 <타짜> 개봉 당시였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고민을 담기로 하고 1930년대 독립운동사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다. 틈틈이 공부했다. 그리고 <도둑들>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암살>을 촬영할 준비에 나섰다.


"기회가 됐다면 1920년대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되면 너무 이야기가 방대해지잖아요. 실제로 1920년대 의열단 활동은 정말 대단했거든요. 그런데 상영시간 문제도 있고 어차피 넣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하나 봐요. 헷갈리게 되더라고요. 공부하기 싫어서 영화감독이 됐는데, 공부를 해야하다니."


인터뷰를 하며 최동훈 감독은 그림을 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예를 들어 190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노동하러 갔다고 해요. 엄청나게 큰 증기선을 타고 남미, 쿠바, 이런 곳을 가는 거죠. 그런데 1910년에 갑자기 일본 영사관에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너희는 이제 일본 사람이다, 그러니 일본 영사관에 와서 여권을 받아라. 그런데 한국 사람이 성깔이 있잖아요. 가겠어요? 안가죠. 그래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힘들게 사는 거예요. 그러다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군으로 참전해서 일본과 싸우는거예요. 이런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어쨌든 본격적으로는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재미있었어요."


1900년대 우리나라 사람의 일생 속에 자유롭게 시대상을 넣을 수 있기에 가능한 상상력이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왜 실제 사건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로 독립운동을 담았을까?


"제가 하는 일은 허구를 만드는 거죠. 오히려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허구를 사용하는 게 작가들이잖아요. 독립운동을 하는 유명한 분들, 유명한 사건과 비교할 때, 오히려 이름 없고,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죠.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그려보고 싶었어요. 우리에게는 여전히 그 시대에 대한 상처들이 있어요. 트라우마가 있고. 실제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그냥 관객들에게 위안도 되고 상처를 좀 어루만져주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는 <암살>의 중심에 세 명의 캐릭터를 뒀다. 강인한 신념을 지니고 이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인물 '안옥윤'(전지현), 악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1930년대 실제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 '염석진'(이정재), 가장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은 극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인물인 '하와이피스톨'(하정우). 이 세 줄기가 최동훈 감독이 생각한 <암살>의 구조였다.


"저는 <암살>을 본 관객들이 영화 속 캐릭터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영화를 보고 집에 갔는데, <암살>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생각난다면 저는 <암살>이 잘 된 거로 생각해요. 그것이 안옥윤일 수도, 하와이피스톨일수도, 염석진, 마담, 영감, 속사포, 황덕삼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관객이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선물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암살 , 최동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