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인터뷰 / 사진: TS엔터테인먼트 제공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로 데뷔한 한선화는 4인조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로 연예계의 정식 입문했다. 데뷔 디지털 싱글 ‘I Want You Back’의 수록곡 ‘3년 6개월’의 가사처럼 시크릿은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했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도 아니었고, 밀고 끌어당겨 줄 소속사 선배도 없었다. 작은 무대에 올라 꿈을 이룬 시크릿 멤버들은 데뷔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가족들과 팬들 앞에서 눈물로 데뷔했다. 시간은 흘러 시크릿은 연이어 히트곡을 내놨고 한선화를 비롯한 멤버들은 연기와 예능, 작곡과 작사에 도전하며 개인 활동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청순 걸그룹과 섹시한 걸그룹 사이에서 시크릿은 누구나 부르기 쉬운 음악과 안무를 선보였고 ‘여동생’ 이미지를 강조해 차별화에 성공, 국민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그룹의 성공적인 안착에는 ‘예능돌’ 한선화의 활약도 상당했다. 아마 대중에게 기억된 한선화의 첫 번째 이미지도 순수하고 발랄한 ‘예능돌’의 모습일 것이다. 얼굴은 예쁘고 몸은 야리야리한데 2% 부족한 느낌이 귀여운 옆집 동생 같은 느낌이랄까.
◆배우 한선화가 되기까지
혹자는 ‘아이돌’ 혹은 ‘예능돌’ 꼬리표가 붙으면 이미지 변신은 어렵다고 말한다. 공식과도 같던 이 얘기들을 한선화는 과감하게 깨버린다. KBS ‘광고천재 이태백’(2013)으로 연기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출연작인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꽃뱀 제니 역을 맡아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이처럼 한선화는 철저한 대본 분석과 캐릭터 연구 끝에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꽉 잡았다.
tvN ‘연애 말고 결혼’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강세아 역을 맡아 주연배우로서의 가능성은 물론, 세련된 이미지로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최근작은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로 52부작을 주연으로 이끌었다. 출산연기에 엄마연기까지 길지 않은 연기 경력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연기로 풀어냈다. “경험하지 않은 출산 연기, 엄마 연기는 하는 내내 힘들고 어려웠어요. 파란만장한 장미의 인생을 살면서 감정 소모가 많이 됐죠. 갈수록 힘들었지만, 역할에 몰입 못한다면 그건 제 불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정 몰입에 충실하자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작품을 통해 네 번의 다른 인생을 산 한선화는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신의 선물-14일’을 마치고 만난 한선화는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종알종알 노래하는 새처럼 어떻게 연기를 준비했고, 함께 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합을 맞춰나갔는지 지난 몇 달의 이야기를 꺼내놓느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장미빛 연인들’을 마친 지금의 한선화는 한없이 차분해 보였다. 마치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본 것 같았다.
“역할의 영향을 받긴 해요. 한동안 계속 우울해서 엄청 예민했던 적도 있고요. 제가 밝은 성격이긴 한데 외로움도 많이 타요.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런 외로움이 있어서 장미를 연기할 땐 많은 도움이 됐고요. 지금은 좀 철든 것처럼 보이죠?(웃음)”
◆연기돌과 배우 사이, 준비된 26살의 한선화
“하루는 촬영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선화야 네가 앞으로 훌륭한 배우의 길을 가길 바라지만, 인생을 배우로 살지는 마’라고요. 이 얘길 듣는데 제가 일에 얽매여 26살의 평범한 한선화는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저를 되돌아보게 한 말이었어요.”
대본에 많은 시간을 쏟는 만큼 연기가 달라진다는 걸 느낀 한선화는 기본을 충실히 하는 전형적인 노력형 연기자다. 굳이 ‘예능돌’ 딱지를 떼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배우 다 됐네”라는 칭찬에 크게 동요하지도 않는다.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다음 모습을 신중히 생각하고 준비할 뿐이다. “예전보단 저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진 모르겠지만 ‘믿고 보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연기돌에 대한 걱정은 저 자신도 분명히 갖고 있고요,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철 없는 아이들 중의 한 명이겠지 라고 잠시나마 생각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부쩍 성장한 듯한 한선화에게 “지금의 한선화로 성장하게 한 사람들”에 관해 묻자 “이 얘기 하려면 하루 걸리는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운도, 기회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저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점점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 무엇도 쉽게 하진 않거든요. 종방연 때 작가님께서 제 인터뷰를 보시곤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다는 네 말에 나는 네가 뭘 좀 아는 애구나’ 싶었다’고 하셨는데 그 순간 모든 경험은 연기에도 인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선화를 놓고 대중이 연기돌과 배우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동안 그는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엠블랙 출신 이준이 출연하는 ‘풍문으로 들었소’나 애프터스쿨 유이가 출연한 ‘호구의 사랑’ 등 최신작을 틈틈이 챙겨보는 노고를 마다치 않았다. “제가 아이돌 출신이라서 그런지 연기돌들의 작품은 궁금해서 보게 돼요. 최근에 본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 오빠와 고아성 씨의 케미가 정말 좋았고 두 분 모두 연기를 잘하셔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예능돌에서 국민 걸그룹으로, 연기돌로 차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한선화의 ‘충무로 기대주’를 꿈꾸고 있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그는 “’도둑들’ 메이킹 영상을 보니 최동훈 감독님께서 한남동의 한 북엇국 집에 자주 오신대요. 저희 회사도 집도 한남동이거든요. 최 감독님을 매우 보고 싶어서 거기에 가볼까 했었어요”라며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부산 출신에 10월 6일 생인 한선화는 아직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그의 고향에선 그의 생일(매년 10월 첫째 주)에 매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데도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날이 제게도 오겠죠? 독립영화도 작은 역할도 기회만 닿는다면 꼭 하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준비돼 있습니다.(웃음)”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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