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온주완 "김래원 형에게 '새벽에 아프면 전화하라'고 문자했다"
기사입력 : 2015.03.10 오전 8:53
온주완 인터뷰 / 사진: 더스타DB, 온주완 인스타그램

온주완 인터뷰 / 사진: 더스타DB, 온주완 인스타그램


온주완을 인터뷰하기 전날 김래원과의 인터뷰가 먼저 잡혔다. 한 질문당 길어야 여섯 줄 정도 되는 정돈된 답변을 내놓던 김래원이 ‘누구한테 가장 고맙냐’는 질문에는 가장 긴,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을 꺼냈다.


“온주완의 성격이 매우 좋아요. 인격적으로 훌륭한 친구죠. ‘속이 없는 앤가?’ 생각했는데 그냥 남자였어요. 악역이라 욕먹는데도 너무 쿨하게 넘기고 현장에서도 웃으면서 하는 걸 보고 ‘대인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고마워서 언젠가 기회 되면 온주완이 더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을 제가 꼭 한 번 하겠다고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조재현 선배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온주완에게 김래원의 마음을 전했다. 얼핏 보기에 낯가림이 있어 보였던 김래원인데 후배 온주완을 예뻐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온주완 역시 누군가는 어려워할 수도 있는 선배와 가까워 보였다.


“(김)래원이 형이 처음에는 쉽게 친해질 수가 없는 성격이에요. 낯가림도 있고요. 그런데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래원이 형이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살거든요. ‘펀치’ 출연 전에는 몰랐는데 단골 커피숍만 가면 래원이 형이 온다는 거에요. 다른 동네 사는 거로 아는데. 그래서 ‘펀치’가 결정 난 후에 래원이 형한테도 물어봤더니 ‘온주완은 내가 모르는 배운데 자꾸 온다고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김래원이 말한 온주완, 온주완이 말한 김래원은 한 작품에서 함께한 배우들에게 ‘그와의 호흡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었다. “제가 형을 배우로서도 좋아하고, 남자로서도 좋아해요. 형이 ‘펀치’를 찍으면서 2주 동안 감기몸살로 고생할 때가 있었어요. 하긴 4개월 동안 그 체력으로 촬영에 임하는데 안 하픈 게 더 이상하죠. 새벽에 아플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매니저는 같이 안 사니까 걱정돼서 문자를 보냈어요. ‘형, 혹시 새벽에 아프시면 매니저보다 제가 빠르니까 저한테 주세요’라고. 그러니까 형도 ‘주완이도 혹시 아프면 형한테 전화해’라고 하셨어요.”


‘펀치’로 김래원과 인연을 맺은 온주완은 “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배우로서 배울 점이 너무 많다”며 김래원과 한 작품을 더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난히 남자배우들이 ‘펀치’의 김래원, ‘해바라기’의 김래원 연기에 환호하고, 동경해 김래원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본 온주완에게 그의 연기 스타일에 관해 물었다. 눈빛부터 달라진 온주완이 김래원 칭찬에 목소리를 높였다.


“래원이 형은 영어만 안 할 뿐이지 할리우드 배우처럼 연기해요. 배우들은 뭔가를 표출하기 위해 손을 쓰거나 인상을 쓰거나 액션을 많이 하는데 래원이 형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군더더기가 없어요. 그 표정으로 가면, 그 표정으로 다 얘기해요. 그 힘을 가지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가 처음에 ‘펀치’를 찍을 때 래원이 형을 보고 ‘오태식보다 더 센 놈이 돌아왔다’고 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많은 사람이 온주완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 알면 알수록 좋아하는 이유를 인터뷰만 봐도,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만 나눠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사람은 절대 일방적일 수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감추려 해도 ‘좋은 일’을 드러나기 마련. ‘폭풍 친화력’을 지닌 온주완에 대해서는 김아중도 한목소리를 냈다. “온주완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느낌 자체가 편해요. 그래서 온주완이 매 작품 함께 했던 배우들과 친해지나 봐요.”


김아중의 말을 뒷받침하듯 온주완의 인스타그램에는 대선배 조재현, 최명길과 함께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최명길 선배님은 천생 여자세요. 선배님이 죄수복을 입고 있으니까 우는 듯한 포즈를 취하신 것 같은데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우신 거에요. 제가 부탁 드린 게 아니라 선배님이 먼저 포즈를 취하셨거든요. 저도 정말 놀랐어요. 그래서 진짜 나를 예뻐해 주시는구나 느꼈고요.”


드라마에서는 살벌한 기운을 내뿜던 조재현은 온주완과 함께한 사진에서 대기실 소파에서 다리를 올리고 대본을 찍는 ‘반전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조재현이 극을 이끌어가는 선배로서 권위주의적인 면이 있는 건 아닌지 물었더니 재미있는 일화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펀치’ 시청률이 18, 19회가 가장 잘 나왔잖아요. 그때 조재현 선배님이 장난으로 ‘주완아, 네가 많이 나와서 시청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라고 하셔서 제가 “선배님 아니죠, 절대 아닙니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래. 혹시 네가 그렇게 생각할까봐. 래원이랑 내가 저기서부터 열심히 공차고 왔는데 골 넣으려고 보니까 골대 앞에 네가 있어. 네 발 맞고 골이 들어갔네?’라고 농담을 건네실 정도로 항상 재미있게 해주셨어요.”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사람을 보면 ‘왜? 어떻게?’라는 의문이 들긴 한다. 온주완의 과거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들, 몇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지금의 온주완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말하는 ‘진짜 남자’ 온주완이 모두 같은 맥락인 건 왜일까.


“저는 시청자나 관객을 일대 일로 만난다면 ‘진짜 나’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럴 수 없잖아요. 저는 잔향이 여러 개인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펀치’로 인해 온주완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전작을 보고 ‘매치가 안 되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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