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쎄시봉' 정우 "국민 로맨틱남?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기사입력 : 2015.02.08 오전 8:00
'쎄시봉' 정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쎄시봉' 정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한동안 이런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어디 쓰레기 같은 남자 없나?" 지난 2013년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는 '쓰레기' 역을 맡아 '쓰레기'라는 이미지까지 지워내며 여심 속에 깊이도 박혔다. 그리고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 <쎄시봉>에서 정우는 국민 로맨티스트의 자리를 굳힐 것 같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정우의 차기작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는 "최대한 신경 써서 멋진 작품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었고 영화 <쎄시봉>으로 대중들을 마주하게 될 그는 자신의 말대로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서만은 달랐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는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찍어놓고 나니 어색하네요. 볼 때마다 계속 어색할 것 같아요. 다 걸려요. 뒷부분에 그나마 김윤석 선배님께서 잘 보듬어 주셔서 마음에 위안이 되는데 제가 나오는 부분은 다 부끄럽네요."


어찌 보면 '응답하라 1994' 이후 차기작을 정할 때 정우는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물론 그에게 출연을 제안하는 손길도 많았다. 정우는 "막바지에 들어온 시나리오 중 하나가 '쎄시봉'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얘기가 오간 작품은 많았죠. 그런데 일단, '쎄시봉'을 보고 설렜어요. 저는 일단 제가 작품에 공감을 해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설득이 되어야 해요. 제가 설득이 안됐는데 어떻게 관객들에게 설득하겠어요. <쎄시봉>에서 가장 큰 매력이 설렘이었어요. 음악도 틀어놓고 시나리오를 봤었는데, 두 포인트에서 울었던 것 같아요."


영화 '쎄시봉' 첫사랑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쎄시봉' 첫사랑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쎄시봉>은 70년대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 오근태(정우)의 '쎄시봉 트리오' 이야기와 함께 '민자영'(한효주)를 향한 세 사람의 마음이 음악과 함께 흐른다. 70년대를 그린 시대극이지만 결국은 사랑 이야기다. 정우 역시 이에 동의했다. 시대극이라고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실존인물을 그린다고 틀에 갇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시나리오대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튀지 않게" 보여주려 했다.


<쎄시봉>에서 근태(정우)는 자영(한효주)에게 순정을 바친다. '단 한 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사랑이야) 그 이후, '웨딩케이크' 노래 가사대로 흘러가는 그 순간을 정우는 '정우 식'으로 그린다. 고백할 때 덜덜 떨리며 말을 더듬었던 근태는, 자영을 다른 사람에게로 보내야 하는 그 전날 밤에도 턱을 달달 떨며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그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이면 안되고, 또 감정은 가지고 있어야 되고. 슬프죠. 눈물을 참으면서 말은 툭툭 내뱉거든요. 감정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슬퍼서 팍 터져버리면 안되니까. 사실, 아버지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도 찍긴 찍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 결국 선택은 감독님이 하셨죠. 개인적으론 그 씬도 애착이 가는 장면이었어요."


근태는 자영을 위해 자신의 친구들까지 희생한다. 정우 역시 그 장면을 찍으면서 많이도 울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울컥 해요"라고 덧붙이며. 사랑을 위해 친구를 등지는 것, 지금 세대도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정우는 고민과 함께 답했다.


"전 무조건 사랑입니다. 사랑 이긴 한데, 그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 내 친구라고 생각하면...와 굉장히 슬플 것 같아요. 부산 친구들은 꽤 있는 편인데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두 명정도 되거든요. 실제 그런 일 있으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친구들을 배신하고 20년이 흐른 뒤, 근태와 자영은 김윤석과 김희애의 모습으로 재회한다. 20대의 근태를 그렸던 정우는 달라진 모습에 더 진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20년간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 사실 근태만 알고 있었잖아요. 취조한 형사 분이랑. 그래서 40대의 김윤석 선배님이 비행기에서 무너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알아준 거잖아요, 그녀가. 내 마음과 상황을 알아주는 순간, 위로와 함께 터지는 눈물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씬을 그렇게 느꼈어요."


남자들의 '첫사랑'이 참 진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정우는 '남자의 첫사랑'은 "사람마다 달라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달라요. 저는 딱 들었을 때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그냥 머릿속이 하얘요. 예전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했는데, 첫사랑에 대한 개념을 모르겠어요. 첫사랑이 처음 좋아한 사람인지, 유치원 때 좋아한 사람이 첫사랑인지"라고 덧붙였다.


영화 <바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상남자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던 정우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그리고 영화 <쎄시봉>을 통해 어느새 국민 로맨틱남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에 "정말 몰랐어요.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요. 진짜 감사해요. '어떻게 이렇게 됐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정말 감사하죠"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쎄시봉>의 흥행에 대한 욕심도 가벼운 듯 무거운 대답을 내놓았다.


"제 바램은 진짜 <쎄시봉>에 투자해주시고, 만들어주신 분들께 손해가 안 가게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게 300만 관객? 그런데 300만이라는 숫자를 그리는 것보다 손해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투자되는 금액이 있다 보니 저 하나 생각할게 아니라 함께한 스태프부터 고생한 배우들 투자하시는 분들 제작자분들께도 얼마나 그러시겠어요. 홍보팀도 고생많이 하고 전부 다죠.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하루하루 기도 합니다."


[인터뷰②] 정우 "잘 안되면? 집에서 울어요, 그냥"  과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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