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세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드라마 ‘닥터 이방인’ 속 박훈(이종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송재희(진세연)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생각하고 아꼈다. “세상엔 자신과 심장박동수가 같은 사람이 딱 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운명이다”라는 극중 박훈의 대사처럼 줄곧 박훈과 송재희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고 마지막 사랑이 됐다. 두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은 꿈꾸는 첫사랑의 결실을 이뤘고, ‘박훈의 첫사랑’ 송재희를 연기했던 배우 진세연은 캐릭터의 이미지대로 ‘국민 첫사랑’이 되었다. 누군가의 첫사랑, 진세연.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 거라 말하는 진세연의 얼굴에 핑크빛 기운이 감돌았다. “후회하는 게 있다면 어릴 때 누군가와 교제할 때 그 나잇 대에 하는 걸 못해봐서 아쉬워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사랑이요. 짝사랑도 못 해본 이유가 저는 누군가를 좋아해도 상대가 관심을 안 보이면 더 다가가지 않거든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얻고,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사실’로 남는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매력적인 진세연은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고 하는데.(웃음) 제가 현장에서도 장난으로 ‘전 첫사랑하고 결혼할 거에요’라고 했거든요. 이룰 수 있다면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녀보다 몇 년 더 살았다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진세연의 말처럼 첫사랑이 아름다운 건 처음이어서 모든 게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열정적이며 화창한 봄날의 깨끗한 하늘처럼 맑기 때문일 거다. ‘닥터 이방인’ 박훈과 송재희의 첫사랑 역시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감성을 자극했다. ‘오로지 일방통행, 내 삶의 모든 것을 단 한 사람에게 맞추고 사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저도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사랑과 물건은 다르지만, 취미나 좋아하는 것에 빠지면 푹 빠져요. 딱! 그것만 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에도 그 사람에게 집중하죠. 극중 재희가 이해 안 된 건 수현이한테 가서 ‘네가 훈이를 좋아하지 않냐. 내가 일본 가면 알 거다. 기다려라’고 얘기하고 훈이에게서 떠나려고 하는 모습이 답답했어요. 물론 승희는 목숨이 달린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떠날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요. 만약 실제 저라면요? 훈이와 같이 계획을 꾸렸을 거에요.”
아직 첫사랑을 믿기 때문일까? 진세연의 이상형은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상형에 대한 정의가 당연한 것 같지만, 살다 보면 가장 지키기 어렵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각시탈’도 그렇고 저만 바라봐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실제로도 제가 좋아하는 거보다 관심은 없었지만, 저한테 잘해주고 절 좋아해 주고 눈에 띄는 행동을 많이 해준 분에게 관심이 가는 스타일이에요.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도 그만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어요.”
내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도 나에게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건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라기보다 나 자신과 상대에게 솔직하다는 편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우린 솔직해진 김에 더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그 사람의 다른 건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진세연은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여자 사람인 친구를 두는 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싫은 것 같아”라고 답해 함께 있던 우리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공감의 마지막 단계! 순수함을 간직한 스물한 살, 진세연에게 결혼은 현실일지, 로망일지, 어떤 의미일지 물었다. “저는 일찍 결혼하고 싶어요. 남편이 첫사랑이었으면 좋겠고요. 다른 사람들은 ‘청춘을 놀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저는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놀면 될 것 같거든요. 남편과 여행을 가고 놀러 다니고, 아기를 낳는다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고 싶어요. 젊었을 때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요.”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보편적인 첫사랑의 이미지는 싱그럽고 아프지만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진세연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에 ‘국민 첫사랑’의 타이틀을 오래 갖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첫사랑을 믿는다’는 진세연이 사랑의 완성형 문장을 읊조렸다. “정말 좋은 건 서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좋을 거에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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