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유재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지진희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재학(지진희)과 미경(김지수)은 남편의 외도 사실이 발각되고 나서 별거에까지 이르지만 결국 웃으며 재회한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넘어졌을 때 일으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이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재학과 미경은 자기자신을 철저하게 알아가며 이윽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결혼 후 부부로 살면서 많은 걸 숨기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지워버리고 진정한 사랑을 시작한 것.
지진희는 ‘따뜻한 말 한마디’(이하 따말)에서 화려한 스펙의 완벽한 가장이지만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은진(한혜진)과의 만남으로 불륜을 겪게 되는 유재학을 연기했다. 기존의 드라마 속 불륜남들이 외도 사실이 발각됐을 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재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상황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이 격해지면 확 돌아서 버리게 되는데 뒤로 한 발짝 빠져서 보면 ‘내가 좀 심했나’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미경이도 ‘내가 이랬었구나’라는 걸 느낀 다음에는 상대방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충분한 대화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재학과 은진의 잘못된 만남에는 두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육체적 사랑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의 부부생활이 깨지지 않았을 거란 점과 재학에게 은진은 어떤 존재였을 거란 궁금증 말이다.
“재학이는 굉장히 냉철하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친구다. 미경과 부모님을 잘 모시고 회사를 잘 꾸리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다 은진을 만나면서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다. 이성적인 재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운동 등 여가생활을 즐기며 밖에서 풀고 안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려는 인물이기에 잠자리는 피하는 최선의 선을 지켰을 거다.”
완벽남 재학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진희는 옷 하나를 입더라도 신발 하나를 신더라도 완벽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재학의 실수는 오직 다른 여자를 생각한 것뿐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2:8 가르마와 ‘지진희 패션’ 키워드를 만들어낸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은진이가 나이가 어리고 멋있는 남편도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이면서도 멋있어야 하고, 재학은 나도 혹할 정도의 남자였다고 생각한다. 의상도 드라마 찍기 전부터 헐렁한 건 다시 맞추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속 재학과 미경은 1년 별거 후 함께 사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사랑은 더욱 견고해졌을 것이며 스스로를 대하는 마음가짐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제대로 바라보니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마저 생기는 계기가 됐을 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말은 없기에 해피엔딩을 맞은 ‘따말’의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하지만 ‘따말’은 결과를 떠나 부부의 의미, 가족에 의미를 되짚어준 의미 깊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결혼해서 감동적인 건 생판 남이 무조건 적인 내 편이 되는 거다. 헤어지면 남남이지만 이전에는 오로지 내 편이고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걸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아내밖에 없다. 상대와 나의 다른 면에 대해 서로 이해만 하면 쌓이다 폭발하지만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고 인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고 인정하고 내 시각이 아닌 상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부부 사이에서도 남녀 사이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한 지 20년. 아직도 아내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는 지진희는 ‘따말’을 하면서 “작품 끝나면 같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디 갈 때 아내와 함께하곤 했었는데 요즘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도 받았다며 로맨틱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내 또래 남성 시청자들이 ‘따말’로 인해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를 제대로 볼 수 있고 앞으로 올 찬란한 미래, 행복한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다.”
부부, 나아가 더 포괄적인 범위인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으며 독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닌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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