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별그대' 김수현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기사입력 : 2014.03.06 오전 9:01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남 도민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수현 / 사진: 키이스트 제공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남 도민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수현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영화 ‘타짜’ 속 김혜수 선배님 대사 중에 고니 이야기를 하면서 ‘이 남자 가질 수 없는 건가?’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가질 수 없는 남자는 굉장히 갖고 싶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민준도 천송이에게 무릎을 꿇기 전까지는 가질 수 없는 남자였죠. 그런 점들을 표현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상의 왕이 되어서도 400년 전 지구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여심 정복 1인자’ 타이틀을 놓지 않는 배우 김수현에 대한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김수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42.2%)부터 영화 ‘도둑들’(1,298만),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를 거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8.1%)까지 4연속 홈런을 날리며 “가질 수 없지만 굉장히 갖고 싶은” 만인의 연인으로 완전하게 뿌리박았다. 단순한 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연달아 흥행신화를 쓰고 있는 김수현의 작품 선택 기준은 바로 캐릭터에 있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중점적으로 봐요. 내가 맡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작품에 잘 녹아 있는가를 많이 보고 지금까지는 그런 매력을 잘 만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지금까지 제가 맡아온 역할들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편하게 열 수 있을 만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별그대’에서 김수현이 맡은 외계남 도민준은 초반 캐릭터 설정을 하기에 쉽지 않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 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지구인과 외계인의 차별점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김수현의 도민준을 시청자에게 완연히 이해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민준의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처음 생각했던 건 ‘인간에 대한 상처’를 떠올렸어요. 도민준이 처음 지구에 도착해서는 궁금한 점들이 많았지만, 상처를 받아가면서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게 되고 점점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아간다고 할까요? 특별히 외계인이라서 다르지 않겠냐는 생각보다는 드라마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감정선을 똑같이 가져왔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었어요.”



도민준과 천송이의 핑크빛 로맨스를 완성시켜준 키스신 뒤에는 이를 주도해야 하는 김수현의 또 다른 고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도민준은 키스하면 기절하는데 능숙해 보여야 하나, 어설퍼 보여야 하나 고민됐어요. 도민준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딱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의 ‘아우~ 어떡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부러 각을 더 각을 만들기도 했어요.(웃음)”


드라마 촬영 전부터 ‘별그대’는 톱스타 전지현과 김수현의 두 번째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작품이 끝난 후 김수현은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하고 있어서 몰입하기에 참 좋았다”는 소감과 함께 전지현 덕분에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남자 스태프들이 속된 말로 ‘죽겠는 거죠’(웃음)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참 다행이었죠.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거든요. 어떤 부분에서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해 걱정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고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결말을 맺게 되자 여러 분석기사가 속출했고 누리꾼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마지막회까지 아무도 결말을 모르고 있었지만, 김수현은 내심 새드엔딩을 바랐다.


“‘별에서 온 그대’가 새드엔딩이 되길 바랐어요. 눈물, 콧물 다 쏟고 싶었는데 결국 행복하게 잘 마무리가 됐죠. 제가 생각한 결말은 도민준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시한부 같은 사랑을 상상했었어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백치미가 철철 흐르는 천송이 같은 톱스타 여자친구가 생기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김수현은 반색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별그대’ 대본을 보면서 천송이처럼 발랄한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송이 같은 여자친구를 감당하려면 도민준 같은 능력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죠. 물론 천송이 같은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연예계에 스타는 많지만 김수현처럼 27살에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는 많지 않다. 전 국민적인 인기와 사랑을 받다 보면 얻는 점도 많지만 반대로 ‘더 잘해야 한다’ 혹은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김수현은 이 시대의 선비처럼 차분한 말투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두려움보단 행복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단 드라마가 잘돼서 일차적으론 기분이 굉장히 좋은데 두려운 부분들도 많이 있어요. 지켜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구애를 많이 받을수록 회사 식구들이나 동료 배우들 등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어요.”


김수현은 지금의 자신을 “‘도전자’ 자세로 최대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편”이라고 표현했다.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을 도전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올해도 가질 수 없는 남자가 되고픈 김수현의 끝나지 않은 흥행신화가 더욱 기대된다.


“3월부터 중국 이곳저곳에 인사하러 가게 됐어요.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주시고요. 앞으로 작품을 통해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계속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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