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주원이 인터뷰에 앞서 모닝캄빌리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심엔터테인먼트 제공
만나는 작품마다 인기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시청률 불패 신화' 주원이 <7급 공무원>으로 처음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고생한 만큼 시청률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 배우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겠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초반 시청률이 잘 나와서 스태프들도 '주원이가 하는 건 다 잘 나오나봐'라고 농담을 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마음이 무겁겠지' 정도만 생각했지 힘 빠지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동료 배우들과 정말 행복하게 촬영하고 항상 웃고 그래서인지 시청률 아쉬움은 버릴 수 있었어요."
10살 나이차가 나는 상대배우 최강희와는 마치 실제 연인을 보는 듯한 달달한 연기로 매 회 화제를 모았었다. 몇 작품에서 할 키스신과 애정신을 이 작품에서 몰아서 한다는 일부 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을 만큼 두 사람의 연인 연기는 압권이었다.
"(최)강희 누나나 저나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 빨리 친해지진 못했어요. 첫 촬영부터 서로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는데 머리를 쥐어 뜯다가도 '컷' 사인이 떨어지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다시 연기했어요.(웃음) 강희 누나가 상상력도 풍부하고 기존의 여배우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털털하고 가식 없는 성격이다 보니 많이 친해졌죠."
서로의 직업도, 나이도, 심지어는 이름도, 자신에 관련된 모든 것을 숨겨야만 하는 국정원 요원 한길로를 연기한 주원은 '실제로 여자친구가 사소한 거짓말을 한다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만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장난이었다면 용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절대 못 만날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건 믿음이 전제로 되어야 하는 건데 모든 걸 숨겨야 하고 털어놓을 수 없는 거니까.. 제 여자가 그런다면 전 감당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한길로를 전혀 이해 못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본인이 맡은 캐릭터라면 '길로라면 그랬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해를 못해도 이해하려고 생각하는 게 주원의 연기 지론이다.
"'길로는 길로니까 이해했을 거야'라고 제 자신을 이해시키죠. 제가 아니니까요. 길로는 서원(최강희)이를 만나 진짜 사랑을 했을 거고, 제가 진짜 사랑을 못해 봤을 수도 있죠. 이렇게 제가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해요."
최강희와는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아서 로맨틱한 러브신 명장면을 여럿 탄생시켰다. “정말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피곤해서 무감각으로 한 것도 있어요. 키스신은 입술을 대고 있느냐 아니면 조금 움직이느냐를 세심하게 의논하며 서로를 배려했어요. 강희 누나 자체가 귀여워서 제가 그렸던 상상보다 더 예쁘게 나온 경우가 많아요. 대본대로라면 ‘강희누나가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가 끝인데 후다닥 와서 얼굴도 안 보이고 들어가는, 누나의 순수한 상상력이 큰 도움이 됐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보니 내 파트너에 대한 질투심도 더러 생겼다. “강희누나가 찬성이랑 촬영하는 걸 계속 지켜봤어요. 안는 신이 있으면 종일 안고 있어야 하는데 제가 ‘못 보겠다’고 솔직히 말하고 떼어 놓죠. 둘이 껴 안고 있는 건 못 보겠어요. 실제라도 질투하죠! 사랑은 쿨할 수가 없다잖아요.”
<7급 공무원>의 길로로 살았던 몇 개월간은 진심으로 서원을 사랑했기에 종방연에서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날 <1박 2일> 촬영을 통영으로 가게 돼서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어요. 강희누나 때문에 자리를 못 뜨겠더라고요. 작품 끝난다고 못 만나는 건 아닌데 작품을 통해서 보는 건 마지막이니까요. 강희누나를 만나 행복했어요. 누나가 기사보고 문자를 보내겠지.(웃음)”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가 확실한 작품이 있다. <7급 공무원>의 한길로는 캐릭터로 가는 경우고, <각시탈>의 이강토는 무게감을 갖고 작품을 끌어간다. 워낙 맡았던 작품 속 캐릭터의 폭이 크긴 했지만 그 안에서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주원.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던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과 앞으로의 주원은 어떤 배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
“전작들을 끝내고 나서 사람도 얻고 성숙한 연기도 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내 상상력을 펼쳐서 연기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었죠. 강희누나의 영향이 컸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플러스 10은 아니지만 1은 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어느 정도 성장해 나가면 훌륭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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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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