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살인 누명을 씌운 사람이 알고 보니 친엄마다. 현실이라면 피하고 싶고 이해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주지훈은 지난 몇 개월간 유지호가 되어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았다. 드라마 속 엄마인 채시라가 아닌 주지훈의 친모가 본다면 ‘내 아들 안쓰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다섯 손가락’을 본 어머니는 의외로 속마음을 아들에게 드러내진 않으셨다고 했다.
“저희 어머니는 자식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피해를 준다는 건 촬영장에 찾아오고 저에게 신경을 쓴다는 말이죠. 제가 군대에서 뮤지컬을 전국을 돌며 44회 했거든요. 나중에 친구한테 들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제 뮤지컬 공연을 다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게는 단 한 번의 전화나 문자도 없으셨고 대기실에도 찾아온 적이 없으세요 아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그래서 늘 아들 보러 가고 싶다는 아버지와 싸우시죠.(웃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연도 저 몰래 보고 가셨다는데 매니저한테 나중에 듣고 알았어요.”
<다섯 손가락>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새드엔딩이다 결말에 대한 말도 많았지만, 주연배우인 주지훈은 드라마 전개상 탁월한 엔딩이었다고 말했다. “영랑이 실족사로 사망하며 끝을 맺은 결말은 만족해요. 화해의 결말을 맺었다면 너무 친절한거죠. 29회 전부를 무시하는 셈이기도 하고요. 지금의 엔딩은 오히려 해피엔딩이 아닐까요? 지호는 불쌍하지만요.”
<다섯 손가락>에서는 최종회를 제외한 29회까지 엄마인 채영랑과 싸우며 극도의 감정신을 선보였다. 점점 눈이 멀어져가는 엄마와 마지막까지 싸워야만 하는 아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엄마가 아들한테 살인 누명까지 씌웠잖아요. 저희는 배우니까 그 사실을 진짜라고 생각해야 하죠. 우리 엄마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이 잘되더라고요. 대본에 추가해서 더 많이 만들어서 표현해야 했어요.”
주지훈이라면 진한 멜로도, 음악 영화 장르도 충분히 소화 가능했지만, 정통복수극을 복귀작으로 택했다. 결과적으론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계기였다.
“계획적으로 이 작품, 이 캐릭터를 해야겠다고 실행에 옮기는 타입은 아니에요. 작품이든 제작진이든 꽂혀야 가능하고, 시나리오가 들어와야 가능한 것 같아요.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드라마를 찍고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다 뮤지컬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하는 제 필모그래피만 봐도 일부러 하라고 해도 못 밟는 수순이 아닐까요? 제 또래 배우들보다는 확실히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주지훈은 솔직하고 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말에 꾸밈을 준다거나 불필요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모든 질문에 속전속결로 답했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가 키가 크고 피부도 까맣고 아무래도 모델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거리에서 저와 마주치는 분들이 저를 험하게 대하지는 않으세요.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주말엔 ‘명동예술극장’에 가서 공연을 보구요. 명동예술극장이 차 진입이 어려운 길 한복판에 있다보니 걸어가야 하는데 그러다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시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가요.”
연애하게 된다면 공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주지훈은 쿨 한 답변을 내놨다. “제가 (공개 연애를) 원한다고 밀어붙일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공개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기자회견이든 SNS에 글을 올리든 뭔가 행위를 해야 하잖아요. 저는 연애할 때 나의 사랑 외에는 관심이 없어요. 사랑하기 바쁘잖아요. 상대가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든 일반인 친구든 밝혀져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누군가가 제게 ‘연애 하냐’고 물었을 때 ‘네 만나요’라고 답할 수는 있겠죠.(웃음)”
지금 연애를 하고 있냐는 돌직구 질문에 주지훈은 “해야죠. 할게요”라고 다소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기자들의 연애 하냐는 질문에 배우나 가수들이 연애 안 한다는 답변은 서로 의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주지훈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상형은 “독립적인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스케줄이 불분명한 직업이다 보니 아무런 일정이 없다가도 10분 전에 약속이 생기는 일이 허다해요. 그렇다 보니 ‘나 일이 있어서 못 만나’라고 했을 때 ‘응. 일하고 와. 알아서 놀게’라고 말하는 친구가 좋더라고요. 남자든 여자든요. 사실 친구가 많진 않아요.(웃음)”
영화와 드라마 두 작품을 연달아 끝낸 주지훈은 당분간 개인적인 일정을 가지며 휴식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해 주지훈은 내년쯤 제스터즈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밴드 작업은 친구들과 공동으로 작업해도 제가 디렉터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죠. 여가 시간이 생겨도 스포츠보다는 책보고, 영화보고, 공연보고 그러고 있답니다. 운동은 한강에서 뛰고 자전거 타고 술 마시기 정도?(웃음)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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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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