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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인터뷰] 김영광 "'피노키오', 나를 질투하게 한 건 네가 처음이야"
김영광의 이름이 가장 또렷하게 각인된 건 지난해 8월 ‘아홉수 소년’ 제작발표회 때였다.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2) 등의 작품 속에서 인상 깊은 이미지를 남겼던 그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답하는 모습에 궁금증이 더했다. 그런 그가 올해 데뷔 8년 차를 맞았다. 인터뷰로는 조금 늦게 만나게 된 만큼 그간 김영광의 생각과 기억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진실을 추적하는 사회부 기자들의 모습을 그린 ‘피노키오’에서 김영광은 천성이 밝은 재벌2세 서범조 역을 맡았다. 서범조는 우연히 송차옥 부장(진경)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되고, 13년간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딸 최인하(박신혜)에게 반해 기자를 꿈꾸게 된다. 극 후반부에는 범조 백화점 오너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박로사(김해숙)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거짓 자백을 하는 정의롭지만 안타까운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저는 처음에 범조가 매우 깨끗하고 순수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순수하고 귀여워서 “쟤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당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그 모습들이 생각대로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고, 하명이(이종석)와 인하(박신혜)의 러브라인에 낄만한 임팩트가 없어서 속상했어요. 범조를 ‘어떻게 할까’ 안타까워하면서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죠.”
‘피노키오’를 하면서 김영광은 “무언가를 더 해보자”는 스스로의 다짐이 무너지는 상황들이 반복돼 힘든 눈치였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캐릭터를 놓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영광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13회부터 범조와 어머니 로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정답이 나오면서였다.
“김혜숙 선생님께서 원래 안 그러신다는데 저를 정말 예뻐해 주셨어요. 선생님께서 ‘난 진짜 안 예뻐하면 이런 얘기 안 해’라면서 ‘영광아 네 마음을 생각해봐. 글로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한번 잘 생각해고 느껴봐’라고 조언해 주시는데 그때 확 잘 됐던 것 같아요.”
김영광은 ‘피노키오’를 애증의 작품으로 기억했다. 그는 “웬만해선 질투를 안 하는 저를 질투하게 만든 작품”이라며 “욕심을 갖게 만들었던 작품이고, 제가 했던 작품 중에 역대 최고급으로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좋든 안 좋든 정이 많이 쌓였죠”라며 의미심장한 얘기를 꺼냈다.
“저도 하명(이종석)이와 인하처럼 예쁜 장면을 찍고 싶었어요. 정말 질투 났던 장면은 초반에 범조가 인하한테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마지막에 딱 하나만 하면 마무리되는 상황인데 그때 하명이가 나타나서 멋있는 걸 하고 사라지니까 범조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어서 속상하더라고요. 속상함이 많아지니까 질투도 생긴 것 같고요.”
작품성 면에서 호평받은 ‘피노키오’는 그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선사했다. ‘피노키오’에서는 언론의 편파 보도로 인해 하명의 가족을 마녀사냥하고 결국에는 한 가정을 무너트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진실을 바로 잡을 새도 없이, 대중의 흥미는 떨어지고 새로운 이슈가 이 사건을 덮는 상황들이 여러 에피소드에서 다뤄지면서 ‘공정한 언론 보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저도 가끔 기사를 보면서 내가 말한 의도는 이런 의도가 아닌데 왜 내가 나눴던 대화와 다른 글이 보도됐을 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또, 똑같은 대화 내용이라도 말로 들었을 때와 글로 봤을 때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가 경험한 세상과 ‘피노키오’ 속 세상은 많이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공감했고, 아팠고, 잘 표현하고 싶었던 그다. 단 한 작품도 김영광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작품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꾸밈없이 연기했다던 ‘아홉수 소년’을 얘기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동갑내기인 경수진과 티격태격 싸우면서 연기했고, 감독님과 편을 먹고 경수진을 놀렸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에야 편안해 보였던 김영광은 ‘벌써 데뷔 8년 차냐’고 묻는 기자에게 “전 언제나 신인이에요”라며 어린아이처럼 또 웃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으로 데뷔한 김영광은 그때 당시 인터뷰에서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었다. 8년의 세월이 흐르고, 톱모델에서 신인 배우로 이제는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 배우로 성장한 김영광은 그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데뷔 때는 내 안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게 됐죠. ‘잘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바심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나를 지나치게 옭아매면 배우 생활을 못 할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물론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부담을 내려놓는 부분도 많아졌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대중과의 격차를 좁혀간 김영광의 차기작은 한중합작 웹드라마 ‘닥터 모 클리닉’으로, 2NE1 산다라박과 남녀 주인공으로 낙점돼 벌써 국내외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도 꺼지지 않은 연기 열정의 불씨 탓인지 김영광은 올 한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는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하반기에는 드라마에서 대중과 만나고 싶다며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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