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경수진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연애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남’과 지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끼부림 ‘의자왕’, 세상에 두 분류의 남성만이 존재한다면 누구를 택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까.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기 보다 모태솔로남의 순애보와 의자왕의 빠져도 빠져도 또 빠지게 되는 매력을 합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아무래도 선택은 쉽지 않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홉수 소년’ 마세영 역의 경수진(28)에게 이 수수께끼와도 같은 난제를 제시했다.

경수진은 “저는 모태솔로보단 의자왕이요. 극중 ‘의자왕’ 진구(김영광 분)처럼 편한 연인 사이가 좋아요. 물론 세영이가 과거에 진구에게 받은 아픔이 남아 있겠지만, 많은 경험이 있은 후에 깨닫게 되는 진정한 사랑은 더욱 견고할 것 같아요. 한 때 의자왕이었어도 단 하나의 사랑을 찾았을 때는 오히려 한 여자한테 올인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우직하고 순수한 모태솔로의 서툰 연애가 귀엽고 진실되게 다가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적당한 선에서 연애 경험이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되물었더니 “저 역시 리드해주고 여심 포인트를 아는 남자가 좋아요. 데이트할 때도 어색해지면 ‘뭐할까?’ 하고 대화를 이어가면 되는데 모태솔로는 주저하잖아요. 스킨십도 마찬가지고”라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의자왕과 모태솔로를 동시에 경험하는 일 또한 흔한 경험은 아니다. 마세영은 남자친구인 듯 남자친구 아닌 좋은 친구 재범(김현준 분)에게 진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확실히 하지 않았을 뿐 더러, 연애 이후에도 “만나는 사람 있다”고 확실히 말하지 못한다.

경수진은 “저도 ‘왜 말을 못해 이 바보야!’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어요. 저랑 성격이 정반대에요. 실제 저는 선을 잘 긋거든요. 한편으론 재범이한테 진구에 대한 마음을 들키기 싫었던 것 같아요. 회사 동료이기도 하고, 진구와 재범이는 친한 친구인데 둘 사이를 어긋나게 할 수도 있잖아요”라며 마세영의 답답했던 면면들이 이해된다고 했다.

tvN 드라마 ‘아홉수 소년’에서 마세영(경수진 분)과 강진구는 직장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내커플로, 알콩달콩 사내 비밀연애를 이어간다. 모두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서로를 맴도는 다른 직장동료와의 모습을 보고 이전과는 다르게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남녀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호감 없는 이성친구 사이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경수진은 “저는 남녀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을 잘 지키죠. 이성친구지만 서로 편하려고 친구가 되는 거기 때문에 그 선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호감으로 다가오면 확실히 선을 긋죠, 지익-”라고 말했다.

사내 연애나 캠퍼스 커플이 헤어질 경우 여자들이 더 피해를 많이 본다는 말에 공감한 경수진은 동종 업계에서의 만남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 운명을 믿어요. 호감 가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업종은 상관 없죠. 공개연애요? 경험은 해보고 싶긴 한데 글쎄요”라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은 예쁜데 성격은 소탈한 여자들을 주위에서 가만히 놔둘리 만무하다고 하자, 경수진은 “저는 소개팅 하면 처음엔 외모밖에 볼 수 없는 게 싫어요. 성격을 알고 싶은데 그럴 수 없잖아요. 친구들한테 소개팅으로 만나는 건 싫다고 미리 얘기하죠”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홉수 소년’을 시청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87년생 동갑내기인 경수진과 김영광의 실제 커플을 방불케 하는 완벽 케미를 들 수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열애설이 불거지며 그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했다.

이에 경수진은 “종방연 회식 때 감독님에게 ‘이거 뭐예요’라고 물으니까 쑥스러워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은 둘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했는데 기사 헤드라인에 대문짝 만하게 걸렸다고 70% 인디 음악만 얘기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고 얘기하시는데 정말 웃기더라고요”라며 열애설을 해명했다.

87년생 동갑내기에 인천이 고향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김영광과 경수진은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하지만 경수진은 최근 빠른 87년생인 김영광과 호칭 정리를 확실히 끝냈다. “처음에는 친구였는데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래요. 자기 생년월일을 보여주면서 빠른 87이라고요.(웃음)”라고 호칭이 바뀌게 된 일화를 공개했다. 김영광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오빠! 됐냐?”고 말했지만, 학번 때문에 족보가 엉킨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고 했다.

‘아홉수 소년’을 통해 경수진은 햄버거를 먹을 땐 종이 껍데기를 다 까지 않고 종이째 잡아 먹는 느낌으로 먹고, 왕돈까스는 소스에 찍어 거침없이 해치우는 ‘식신’ 마세영 역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고, 털털하지만 사랑스러운 성격은 고스란히 캐릭터의 성격으로 묻어나며 남녀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호감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아홉수 소년’이 창작뮤지컬 ‘9번 출구’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듣고 힘들었을 법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밝게 연기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도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현장에서는 그런 얘기도 아예 안 나왔고 재미있게 했어요”라고 주위 사람들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속 깊은 모습은 아마 작품 안팎에서도 드러났을 것.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 가. ‘제2의 손예진’, ‘밀회’의 ○○, 수식어로 소개되던 경수진은 이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조금씩 알리며 원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 나아가느냐, 지금에 머무르느냐’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경수진은 “일을 해야 하니까 여행은 제주도 아니면 일본으로 가고 싶어요”라며 조금의 휴식도 뒤로 미룬 채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지금은 멈출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누구에게나 인정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경수진이 나오니까 이 드라마는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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