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가 '더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걸그룹 멤버가 ‘꽃뱀’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이었다. 출발부터 쉽지 않고 잘해야 본전이며 나서서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위험’하고도 ‘도전’적인 캐릭터 중 하나가 꽃뱀이다. 이제 막 두 번째 작품을 끝낸 시크릿 멤버 한선화는 SBS ‘신의 선물-14일’에서 사기전과 5범의 꽃뱀 제니 역을 맡았다. 한선화 본인도 쉽지 않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캐릭터 분석부터 아이디어 제안까지 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아이돌이 꽃뱀 캐릭터를 맡았다고 했을 때 ‘아이돌이기에 이미지 걱정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보다 ‘한선화라서 안 좋은 점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한선화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내가 꽃뱀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못했을 때 오는 타격은 누구보다 클 거라는 걱정은 있었어요. 한선화이기 때문에. 그래서 꽃뱀 캐릭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어요.”


그는 처음엔 자신 없던 꽃뱀 캐릭터였지만 감독과 상의하며 캐릭터에 살을 붙여 나가면서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제니에게 물들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작은 역할이지만 대사 하나도 더 세심하게 분석하고 주변 인물과의 관계, 지금의 상황에 맞는 감정,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한 후에 연기에 임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캐릭터였다.

“감독님이 처음에 ‘제니가 날라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그때 당시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였는데 제가 뭐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이거든요. 전지현 선배한테 꽂혀서 전지현 선배가 나온 영화를 다 다시 보게 됐어요. 영화 ‘도둑들’을 다시 보니 예니콜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섹시하고 매력적인 도둑이랄까요? 그야말로 신스틸러였죠. 예니콜의 매력적인 부분을 제니에게 부여하면 어떨까? 하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되게 좋다’고 하셨어요.”

지난해 3월 방송된 KBS2 ‘광고천재 이태백’으로 데뷔한 한선화는 소중한 첫 연기 경험을 내일의 발판으로 삼았다. 스태프들이 했던 조언들을 꼼꼼히 적어놓고 자신의 단점을 파악한 뒤 필요한 부분들을 확인해 이번 작품인 ‘신의 선물-14일’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내가 좀 성장해 가는 중인가?’라는 느낌이 들어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해요. 고민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게 나오니까 캐릭터 분석하는 것도 작품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선배들이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말도 이해 못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접근해 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드라마 현장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한선화에게는 귀감이 된다. 특히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 조승우와 이보영을 지난 몇 개월 동안 가까이에서 보고 함께한 일은 앞으로 연기자 활동을 하는 내내 마음속 지침서로 자리 잡았을 터.

“조승우 선배님은 현장에서 ‘슛’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져요. 상대 배우의 감정은 물론, 주위 스태프들의 감정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모두를 이끈 카리스마를 갖고 계세요. 제가 감정을 못 잡고 촬영에 들어가도 조승우 선배의 눈을 보면 빨려 들어갔을 정도예요.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죠. 이보영 선배님은 현장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야무지게 대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는 능력은 정말 닮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하면 돼. 누가 뭐라든 네가 하는 게 답이야”라고 말해줬던 이보영과 “틀리는 것조차 자연스러운 연기니까 기죽지 말고 실수에 연연하지 말라”며 따스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조승우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었던 한선화. 후배 한선화만이 선배의 도움을 받았던 건 아니다. 앞서 조승우는 군생활을 하며 한선화가 속한 시크릿을 보며 버텼다고 말한 바 있다. 조승우가 촬영하며 잘해주었냐고 물었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부터 친다.

“조승우 선배님이 잘해줬다고 얘기하랬는데 전혀 잘해주지 않으셨어요.(웃음) 선배답게 잘 이끌어주셨죠. (아이유랑 친하냐고 물어봐서 삐쳤다던데?) 제가 첫 촬영 때 완전히 긴장하고 있는데 선배 딴에는 긴장 풀어주려고 ‘아이유랑 친하니?’라고 말을 걸어주신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알긴 아는데..왜요?’라고 물어보니까 ‘아니야~’ 이러시더라고요. 궁금해서 제가 ‘왜요? 좋아하세요?’라고 계속 물어봤더니 삐친 줄 아셨나 봐요. (선화 씨가 삐칠 스타일은 아닌데) 네~ 제가 삐칠 스타일은 아니죠.(웃음)”

선후배가 하나 되어 탄탄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마지막까지 달려온 ‘신의 선물-14일’은 끝날 때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 사람이 범인이겠거니’ 하면 다른 용의자가 등장했다. 생방송에 가까운 스케줄로 진행된 탓에 범인 추적은 꿈도 못 꿨다. 기동찬(조승우)을 돕는 조력자 역할에 불과했던 제니를 통해 한선화는 시청자보다는 함께 하는 배우로 작품을 바라보고 집중했다. 모두가 걱정했던 ‘꽃뱀’ 캐릭터로 호평받았으니 또다시 소화해내기 어려운 캐릭터가 다가오더라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겠다고 했더니 한선화의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무언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용기는 생겼어요. 하지만 아직은 ‘잘하네~’라는 자신감보다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저를 모르니까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어느 정도의 그릇이 되는지도 모르겠고요. 거창한 목표보다 소신껏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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