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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인터뷰] ‘응급남녀’ 최진혁 “결혼에 대한 환상 깨졌다”
드라마의 영향을 받는 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사는 배우들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푹 빠져서 몇 개월을 산다. 6년 전 이혼했던 부부에서 병원 응급실 인턴으로 다시 만나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tvN ‘응급남녀’에서 오창민으로 분한 배우 최진혁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고 작품 후유증을 토로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성격 차이로 인해 헤어지고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응급남녀’를 통해 최진혁은 현실을 더욱 직시하게 됐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깨져가는데 아이에 대한 환상은 커지고 있어요. 애는 정말 좋아요. 여자들이 싫어하는 거라는데. ‘응급남녀’를 찍고 나서 ‘창민-진희와 같은 커플이 실제로도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엔 6개월 동거한 뒤에 혼인신고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제 주위에도 그런 분들이 있고요. 혼전 동거도 저는 찬성이에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드라마에서도 이혼남녀가 주인공인 작품을 흔히 볼 수 있고, 이혼이나 재혼도 초혼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며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응급남녀’의 최진혁-송지효도 이혼 후 같은 병원에서 인턴으로 다시 만나면서 결혼 생활 기간에는 알 수 없었던 숨겨진 모습들을 보게 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지만, ‘재혼’까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혼한 부부는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신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습관처럼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상처받는 커플도 많이 봤죠. ‘응급남녀’ 속 오창민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숙해지고 진희도 더욱 소중하게 여겼을 거예요. 실제 저라도 그랬을 것 같고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렸던 최진혁과 송지효가 서로에게 ‘우린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연인 혹은 부부 관계에서 ‘대화’만큼 중요한 열쇠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창민이와 진희는 처음에 사적으로 연애하다 만나 맨날 붙어있었어요. 이혼 후 공적으로 다시 만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 괜찮구나’라는 면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다시 보게 되죠. ‘진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고, 촬영 내내 저 자신을 그렇게 이해시켰어요.”
◆데이트•결혼•육아…”가정적인 남자, 멋있는 아빠 되는 게 꿈”
로코물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은 단연 여심을 사로잡는 데이트 신. ‘응급남녀’를 통해 길거리 데이트도 하고 성당 결혼식도 올린 최진혁이 미래의 연인과 해보고 싶은 데이트는 작품 속에서 해왔던 소소한 일상들이다. 그리고 20화 속 창민의 대사인 “내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흔한 줄 알아?”처럼 최진혁의 눈에 들어오는 여자도 흔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벚꽃 구경 가는 것도 그렇고 ‘응급남녀’ 1회처럼 사람 많은 명동을 뛰어다니거나 손잡고 걸어 다니고 싶어요. 떡볶이도 먹고 싶고요. 드라마에 나왔던 게 저희의 환상이죠. 창민이처럼 제 눈에 들어오는 여자도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절대. 끌리는 기준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면 자꾸 끌리게 되는 것 같아요. 첫눈에 반하는 건 정말 힘들죠.”
워낙 효자인데다 아이를 좋아하는 최진혁이기에 결혼을 안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고 그 스스로 말했기에 ‘만약 결혼하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에서 안 하게 될지’ 궁금했다.
“요즘에 많이 드는 고민이 가슴 뛰는 설렘이 없어요. 이성에 대한 설렘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무언가 씁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2년 가까이 일만 해서 그런가 봐요.”
20대 초반엔 그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가정적인 남편이 돼서 멋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미래 계획을 머릿속에 세워둘 만큼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응급남녀’를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래의 아이들이 인생의 롤모델로 아빠를 꼽을 만큼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존경할 만한 아빠”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어릴 때부터 사촌 동생도 많이 돌봐줬어요. 애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 친구의 조카도 온종일 데리고 있고 그랬죠. 완벽하게 돌보진 못하더라도 어설프게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육아 예능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요?) 말하는 아기들은 잘 못 봐요. 순진한 애들은 잘 보는데 말 안 듣는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상속자들’에 이어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와 ‘응급남녀’ 촬영까지 숨가쁘게 마친 최진혁은 현재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올해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작품에 임할 순 없지만, 곧 좋은 작품으로 대중과 다시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바쁜 일정을 이어가기에 앞서 딱 하루, 쉬는 날이 주어진다면 어떤 달콤한 계획을 세울지 물었다.
“자전거 타고 양수리까지 갔다 오고 싶어요.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은 아닌데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고 요즘엔 자전거 도로도 잘 나 있잖아요. 방금 친구들과 통화했는데 맛있는 거 먹고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하고 있는데.(웃음) 차기 스케줄은 이미 촬영을 마친 tvN ‘꽃할배수사대’(5월 첫방송)에 특별 출연하는 것과 영화 ‘신의 한 수’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심 중인 차기작으로 하루빨리 인사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