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데뷔시절 로봇 연기 소리에 ‘충격’
연기하고 싶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아버지 설득
‘강렬함’ 선사할 주인공 되고 파

수목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KBS 2TV 드라마 <착한남자>가 인기리에 종영됐다. 극중 박준하 역으로, 어릴 적부터 서은기(문채원 분)를 짝사랑하며 지고 지순한 순정파 의리남 연기를 펼친 이상엽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7년 드라마 <행복한 여자>로 데뷔할 당시, 중간 투입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였던 이상엽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란 혹평으로 중도하차라는 뼈 아픈 상처를 입고 배우의 길을 나섰다. “그 후, 연기 수업에만 몰두했죠. 당시 장혁 선배님의 도움이 컸어요. 연습을 하면서 제 머릿속엔 늘 존재감 없는 캐릭터란 말로 가득 찼어요. 내 안의 ‘강렬함’이 필요했었던 거죠”

아버지의 반대에 한달 동안 외갓집에서 거처하며 자신의 배우 인생 그래프를 문서로 정리해 부모님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그다. “(웃음) 어떻게 하든 설득하고 싶었어요. 한 달에, 아니 적어도 일년에 몇 편의 작품으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겠다 등등 말이죠”

시트콤, 사극 등 다방면서 연기 경험을 쌓아온 그가 <착한남자>의 박변호사로 인기몰이를 하게 된 주요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이더라. “작가님께서 제게 걸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죠. 존재하지 않는 역할을 맡아 부담감도 많았죠. 그걸 극복하게 도와준 사람이 바로 김태훈 선배에요. 안변호사(김태훈 분)의 견제의 끝엔 항상 제가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았어요. 두 상반된 캐릭터의 조합이 의지될 수 있는 기회가 됐거든요”


<착한남자> 속 시종일관 웃음기 없는 캐릭터를 맡았기에, 인터뷰 내내 웃음 짓던 이상엽은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며 평상시 그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심해요, 저. 그리고 열등감도 있구요. 눈치도 잘 보는 듯 해요. 연기하면서 활발함 보단 진중함으로 쏠리기 시작했어요. 나름 세심한 성격이죠”

박변호사의 진중함 속에 스며든 쌍꺼풀 짙은 눈매와 웃을 때 자연스레 드러난 보조개가 얼핏 그룹 ‘신화’의 에릭과도 닮은 그는 “하하하! 저야 영광이죠. 솔직히 제 스스로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아닌가요?(웃음)”라며 부끄러워했다.

여자보다 더 예쁘다 착각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외모에 대해 이상엽은 “사실, 저 게이 아니에요. 왜 그렇게 보였는지도…근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저와 송중기씨가 동성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 ‘누가 더 예쁜가’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랬죠. 아하! 내가 이 정도로 유명세를 탔나 보구나 하고 맘을 달랬을 뿐이에요, 하하!”

그의 생일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누가 더 챙겨주냐는 질문도 떨어지기도 전에 “부모님!”이라고 외치는 이상엽의 올해 꼭 받고 싶은 선물은 바로 레드카펫. “(연말) 시상식 구경도 할 겸, 다른 주연배우들 틈 사이에서 대중들에게 손 한번 멋지게 흔들어주고 싶어요. 그건 가능하겠죠?”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처럼,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주고 싶다는 배우 이상엽. 데뷔 전부터 이상형(?)으로 생각했다던 <착한남자>의 박시연과 언젠가는 주인공으로 당당히 서길 바란다는 그의 소망 어린 눈빛은 마치 <추격자>의 하정우처럼 맹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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