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生막걸리를 두 병이나 마시고... 너무 집중했던 나머지 감독님이 그 장면을 편집(?) 했더라구요 / 유하준


“머리 박박, 얼굴 태우고 김주혁 오른팔 따 내”
“반항아적 이미지? 액션이든 코미디든 다 좋아”

영화 <적과의 동침>(감독 : 박건용)에서 김주혁의 충성스런 인민군 부하 ‘정도만’역을 맡아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민 배우 유하준. 2003년 <써클>로 데뷔한 그는 올해 9년 차 중고 신인이다.

“이 작품을 위해 다섯 번의 오디션을 봤어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었으니까요. 세 번째 오디션을 봤을 땐, 기르던 머릴 박박 깎고 얼굴도 일부러 태우고... 무작정 감독님을 따라다녔죠”

유하준이 맡은 인민군 소대장 역할은 극의 긴장감을 줘야 하는, 극의 중심을 이루어야 하는 역할이라 박감독도 고심이 많았단다.

“’상처 안됐냐?’란 감독님의 말 한마디에 배우로써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어요. 그 점을 좋게 보신 듯 해요. 최소한의 할 도리였다고 생각했거든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번 부딪쳐보자...”

우여곡절 끝에 이 작품에 참여한 그는 김주혁의 숨은(?) 그림자와도 같았다. “매일 붙어 따라다녔죠. 김주혁 선배는 따뜻하고 자상함이 넘치는 주연배우였어요. 단 1%의 불편함도 없이 즐겁게 촬영했죠. 극중 마을사람들이 꽃으로 장식한 모자를 건넨 후, 햇볕에서 전체샷을 찍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자신이 굳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기 위해 홀로 햇빛을 받으며 눈과 눈을 응시했으니까요, 주연배우는 역시 다르더라구요”

한창 촬영이 진행되던 어느 날, 차량 접촉사고로 촬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떻게 딴 배역인데...”라며 그날 회상을 하던 그는 “마침 사고 날 촬영장면이 막걸리를 마시고 흠뻑 취해 마을사람들에게 총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이었어요. 실제 다른 배우들보다 生막걸리를 두 병이나 마시고... 너무 집중했던 나머지 감독님이 그 장면을 편집(?) 했더라구요, 하하!”

사진 : 살벌한 악역연기를 하다 보니 ‘나 이걸로 이미지 굳히는 건가’하는 의구심도 들었죠 / 유하준


<적과의 동침> 개봉 날, 그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 <시선너머>도 관객들과 만난다. 인권문제를 주제로 김대승 등 국내 정상급 감독들이 모여 옴니버스로 완성한 이 작품에서 유하준은 김현주의 남자친구로 분했다.

“인권문제요? 나랏일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어요. 관심이 없다기 보단 내 걱정도 태산이거든요.(웃음) 이 작품 하면서 인권에 대한 생각은 조금은 하게 됐어요. 또 한가지는...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들을 관객들이 많이 봐줬으면 한다는 생각이에요. 저 역시 남몰래 단편이나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아 참여도 많이 했었고, 그 때문에 배우로써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 건 늘 고맙게 생각해요”

과거 드라마 단막극 <G.O.D>를 통해 자폐증 환자도 소화했었던 그는 극적인 감정의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물론 멜로 연기에도 차츰 눈을 떠야죠. <적과의 동침>에서도 눈빛 살벌한 악역연기를 하다 보니 ‘나 이걸로 이미지 굳히는 건가’하는 의구심도 들었죠. 기회만 된다면 로맨틱 코미디도 꼭 해보고 싶어요”

그의 어렸을 적 꿈은 ‘한국의 제임스딘’ 이었더라. “제 주변 절친들도 그랬어요. 반항아 이미지? 철없던 고교시절엔 그것보다 더 멋있다고 생각한 건 없었으니까요. 중화권 배우인 양조위를 좋아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야속하게도 제 별명이 ‘이태리 거지’에요.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모두 다 그 곳에 가면 널린 게 내 얼굴이다라고... 후훗!”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의 외국배우 '타나용 웡트라쿨'도 닮았다는 유하준에게도 외화 ‘본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게 소망이다. “자고로 남자배우는 액션! 아닌가요?(웃음)”

인터뷰 후, “군인은 가슴을 따르는 게 아니라, 명령을 따르는 겁니다!”라는 <적과의 동침> 속 정도만의 가슴 저미는 대사 한마디가 머리 속 깊이 차오른다. “헉! 내게도 명대사가 있다니... 존재감 있어 다행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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