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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까지 단 2회…이보영이라 가능했던 '대행사' 속 연기 발자취
'대행사' 이보영이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추가했다. 전례 없던 독한 연기부터 가슴 저미는 눈물 연기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연기로 '고아인'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 연출 이창민)의 고아인(이보영)은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게임 광고 수주를 위한 경쟁PT에서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자 이를 기다리던 소녀가 백마의 목을 베어버리는, 과감하고 참신한 광고안을 내놓았고, 이를 인상 깊게 본 광고주 정재훈(이기우) 대표가 PT 결과를 스포하며 축하하자 "이기는 게 습관"이라며 승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실력에 자신감 넘치고, 그 실력으로부터 나오는 당당함이 매력적인 고아인의 면모를 시작부터 제대로 보여줬던 것. 무엇보다 광고 속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소녀'의 메타포는 마치 고아인 본인의 앞길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이후에는 '돈시오패스'라고 불릴 만큼 철저한 성과 위주, 실력 위주, 오로지 돈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고아인의 독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조목조목 맞는 말이지만, 듣는 이는 뒷목 잡게 만드는 고아인표 우아한 팩트 폭격은 통쾌함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8년 차인데도 실력이 제자리인 카피라이터에게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애 그만 쓰고 딴 일 찾아라"라고 뼈 때리는 조언을 하는가 하면, '상무'가 되고 처음으로 참석한 임원 회의에서는 공채 출신이라고 무능력한 직원을 감싸는 임원들에게 "회사에 피해 주는 일을 해도 승진시켜주니까 회사가 이 꼴 아니냐"며 일갈했다. 또한, 낙하산으로 VC기획 상무 자리에 입성한 그룹 회장 딸 강한나(손나은)의 첫 출근 환영회에서는 "모르는 거 많을 테니 앞으론 물어보면서 일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 하다가 사고 치지 말고"라며 진심 섞인 도발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아인표 우아한 팩트 폭격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 '내 사람'을 잘 챙기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기도 했다. 또한, 실력 있는 인재라면 파격 등용도 서슴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녔다. 자신의 콜을 받고 VC기획 제작2팀으로 들어온 10년 차 카피라이터 조은정(전혜진)이 엉뚱하지만, 대중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카피를 잘 쓴다는 사실을 눈 여겨 보고, 짧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CD(Creative Director)로 승진시켰고, "콘셉트 잘 잡고, 기획서는 업계에서 제일 잘 쓰는" 인재이지만, 꾸미지 않는 외모 탓에 계속 승진하지 못했던 제작1팀의 카피라이터 배원희(정운선)에게도 CD 직급을 달아줬다. 게다가 경쟁자인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가 심어둔 스파이였던 비서 정수정(백수희)에게조차 "네가 나한테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증명해봐. 네 능력으로"라며 새로운 기회를 제공, 자신의 사람으로 품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광고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줬고, VC기획에서 내쫓긴 이후에도 여전히 함께 회사일을 논의하고, 고민이 있을 때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멘토 유정석(장현성)의 딸 결혼 소식을 접하고는 경제적으로 힘든 그를 대신해 흔쾌히 비싼 웨딩드레스를 선물했다. 늘 도움만 주고 아무것도 받지 않으려는 유정석에 대한 보은(報恩)이었다. 그런가 하면 7살 때 버리고 연락 한 번 없었던 엄마가 사실은 폭력적인 남편에게 죽을까봐 무서워서 도망치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정을 알게 된 후에는 경찰서가 가깝고 보안이 철저한 오피스텔을 구해주기도 했다. 상처 입은 7살의 마음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고아인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지난 14회 동안 더 높은 곳을 향해 치열하게 싸워오면서 지위적으로나, 내적으로 꾸준히 성장 해온 '고아인'은 배우 이보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기존에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에 독기 어린 눈빛과 표정을 장착하고 전례 없던 독한 연기를 펼치며, '우아하게 처절하다'는 모순적인 표현을 형상화했다. 고아인이 35년만에 엄마를 재회하고 가슴 저미는 눈물을 쏟아 내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건 그간 불안과 긴장 등 약점을 드러내는 감정들을 애써 감추며 살아온 고아인의 감정 서사를 세밀한 표현력으로 쌓아왔던 이보영의 연기 덕분이었다.
종영까지 남아있는 2회에서는 고아인의 마지막 반격이 예고돼 있다. 매 회 크리에이티브한 연기로 '대행사' 보는 재미를 선사했던 이보영의 새로운 '인생캐'의 마침표가 기대되는 이유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 15회는 오늘(25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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