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KBS 제공


'내 딸 서영이'부터 '황금빛 내 인생', '화려한 날들'까지 소현경 작가의 가족극에는 반복되는 공식이 있다.

최근 방영 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각기 다른 의미로 만나게 되는 화려한 날들에 대한 세대 공감 가족 멜로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덧 40회를 넘어서며 작품 방영이 후반부로 들어선 가운데, 최신 회차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품을 집필한 소현경 작가는 1999년 베스트 극장 '앙숙'으로 데뷔한 이후 2000년 방영한 MBC 드라마 '진실', 2009년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등 역대급 히트작을 남겼지만, 중장년층 시청자에게는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 '황금빛 내 인생'(2017), 그리고 지금 방영 중인 '화려한 날들'의 작가로 더욱 익숙하다. 그만의 공식을 통해 주말 드라마 흥행을 구축해왔다.


세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소현경 작가 특유의 분명한 서사 구조와 장치, 반복되는 설정을 통해 사실은 굉장히 냉정하고 사회적인 가족극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세 드라마의 공통된 서사 구조는 '개인의 인생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결정된다'라는 분명한 명제 아래 성공과 실패, 사랑과 좌절은 개인의 능력 이전에 부모 세대의 선택과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에 갈등은 개인 대 개인의 대립이 아닌, 세대 간의 축적된 부채의 형태로 전개되는 것. 이 서사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아버지'다. 특히 세 작품 모두 아버지 역할에 배우 천호진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는 소현경 작가 가족극에서 하나의 페르소나처럼 기능한다. 천호진이 연기한 아버지는 폭력적이거나 악인은 아니지만, 시대와 현실에 밀려 가족을 지키지 못한 가장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자식에게 많은 상처를 주지만, 본래 의도는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연민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내 딸 서영이'와 '황금빛 내 인생' 속 딸들은 이러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다가 가족과 멀어지게 되고, 아버지를 가장 미워하지만 가장 닮아있는 존재로 그려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화려한 날들'에서는 아들 역할로 바뀌었지만,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들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라는 감정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며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극 후반부에 뒤집히게 된다. 아버지가 침묵했던 이유와 혼자 감당해온 죄책감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갈라졌던 가족 관계가 비로소 이해의 지점에 다가서게 된다. 


가족간의 갈등을 더욱 극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쌍둥이'라는 장치다. '내딸 서영이'에서는 이보영과 박해진이 쌍둥이로 등장했으며,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신혜선과 서은수가 그 역할을 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소현경 작가는 같은 출발선에 선 두 인물의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그리며 노력과 재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불균형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날들'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적용됐다. 다만 '아버지' 천호진과 '아들' 정일우가 아닌, '어머니' 이태란과 '딸' 정인선의 모습을 통해 이를 그린다. 극 중 정인선이 맡은 지은오는 입양아로 등장하는데, 그의 친모가 바로 고성희(이태란)이다. 그간 친딸의 존재를 무시해온 고성희는 자신의 아들 한우진(김준호)이 간 이식이 필요하자, 지은오에게 간을 빼앗을 궁리를 했다. 지은오는 이후 그의 악한 의도를 알았지만, 쌍둥이 오빠를 위해 수술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지은오의 이복동생 박영라(박정연) 역시 지은오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지은오의 박영라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로 부모의 선택과 환경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달라지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장치로 사용된다. 이러한 아버지 서사와 쌍둥이 설정이 결합되며 "왜 너는 이쪽이었고, 왜 나는 저쪽이었을까"라는 질문을 가족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생성하게 된다. 

사진: KBS 드라마 유튜브 채널 캡처


여기에 하나의 공식을 더 찾자면 세 작품의 주인공들이 목공업 등 인테리어 종사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좀 더 면밀하게 따지면 각기 다른 분야지만, 이는 소현경 작가가 반복해서 선택한 '생활 직업군' 모티프다. 먼저 '내 딸 서영이'에서 천호진은 건설, 현장 노동 쪽 가장으로 등장하고, '황금빛 내 인생'에서도 인테리어, 목공 관련 일을 선택한다. 이는 작품 안에서 '손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화려한 날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건설, 인테리어 계열 자영업을 운영하는 인물로 등장해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특히 이러한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남의 집은 고치고 꾸며내지만, 자신의 가족을 제대로 꾸리지는 못했다는 명확한 대비를 드러낸다. 이러한 직업군 선택은 우연이 아닌, '성실했지만 보상받지 못한 세대'를 상징하는 장치가 된다.

이처럼 소현경 작가의 가족극은 특정 배우나 설정의 반복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가족의 얼굴을 집요하게 비춘다.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 갈라진 자식들의 인생, 그리고 성실했지만 보상받지 못한 노동의 시간까지. 천호진이 연기해온 아버지들은 늘 실패한 가장이지만, 동시에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소현경 작가가 묻는 질문은 하나다. 가족은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아프게 하는가,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는 왜 끝내 가족을 놓지 못하는가.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매번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돌아보면 늘 같은 얼굴의 가족으로 남는다.


▶ '윤정수♥' 원진서, 완벽 S라인에 감탄만 나와…강렬한 레드빛 비키니 자태
▶ 장우혁 결혼 생각할 만…오채이, 누드톤 비키니 입고 아찔한 섹시 美
▶ 서정희, '♥6살 연하' 사랑에 점점 예뻐지나…60대 믿기 힘든 초근접 사진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