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상순, 롱플레이 제주 인스타그램


"처음부터 저는 가게에 가끔 갈 수는 있겠지만, 계속 커피를 손님들께 내려드리려는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시간이 되면 들려서 손님들과 함께 커피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은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이번 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상순이 쓴 글의 일부다. 지난 1일 제주도 구좌읍에 오픈한 자신의 카페와 관련한 말이다. 단층으로 된 소박한 카페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해당 카페에서 이상순이 커피를 내려주고, 아내 이효리가 직접 서빙하며 손님과 기념사진을 찍어준다는 후기가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료가 소진돼 카페를 조기 영업 종료 해야했고, 길게 늘어선 줄로 인근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기도 했다.

사진 : 이상순 인스타그램


카페 인스타그램에는 4일 "신중한 회의 끝에 Longplay는 예약제로 변경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어 "그리고 Longplay 대표님(이상순 님)은 영업시간 중 이곳에 오시지 않을 예정입니다. 잘못된 기사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희 longplay 세 명의 바리스타들이 더욱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미리 생각 못 한 점 너른 양해를 바라며, 신중히 준비를 해서, 좋은 커피와 음악으로 여러분들을 다시 맞이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순이 오픈한 카페에 당분간 방문하지 않을 것임을 못 박은 것. 이어 5일 예약제 운영 시스템에 대해 공지했다.

이상순의 카페 오픈이 화제를 모으고, 인근 주민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보도가 되자 3일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 힘 전신)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에게 커피숍 오픈은 '방송'과 '음악'에 곁들인 '커피사랑' 취미생활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커피숍 주인에게는 피 말리는 생계현장"이라며 재벌 딸들의 빵집 오픈에 사회적 비난이 쏟아진 예를 덧붙이며 "이효리씨나 이상순씨-'재벌 자제분' 못지않나. 전 이들이 재벌딸들 보다 사회적 영향력도 더 큰 '공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순 씨, 이효리 씨 꼭 커피숍 해야 됩니까?"하고 되물으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 : 롱플레이 제주 인스타그램


또한 4일 오후 지드래곤, 박한별도 커피숍하는데 왜 이효리는 안되냐라는 질문에 "지드래곤은 철저한 엔터테이너이지만, 이효리는 소셜테이너다. 쌍용차 해고자 지지등등 사람이 먼저다~라며 이효리씨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라며 "이효리씨는 생계를 위해 커피숍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해당 글의 말미 "수 많은 댓글들이 이 나라 아주 기초적인 상황도 잘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올린 글이란 것을 깨달았다"라고 카페와는 무관한 또다른 의혹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상순의 카페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에 이상순은 5일 직접 긴 글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일단 롱플레이 카페는 온전히 저 이상순의 카페입니다. 제 아내는 이 카페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도 사장도 저 이상순입니다"라는 점이다. 이효리는 이상순의 아내로 그가 공들인 카페를 오픈하던 날, 축하하기 위해 자리했다는 점이다. 그는 1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정성스레 준비했고, 고민한 끝에 카페를 오픈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소에 자신이 한 발 물러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가 생각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은 그에게 판타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효리의 남편이 아닌, 이상순은 꿈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이하 이상순의 글 전문이다.

사진 : 이상순 인스타그램


안녕하세요 이상순 입니다.

요 며칠 저의 카페 창업으로 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일단 롱플레이 카페는 온전히 저 이상순의 카페입니다.
제 아내는 이 카페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도 사장도 저 이상순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커피를 좋아했고,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주에는 많지 않은 스페셜티를 제공하는 카페를 만들고,
거기에 제가 선곡한 음악까지 함께 어우러져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소소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마을에 작게, 홍보 없이 카페를 오픈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도움 없이 저의 형편으로 차리기에 이 정도 규모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업 경험도 전혀 없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꽉 차도 스무 명 남짓 들어갈수 있는 작은 카페를 열게 된 것입니다.

일년이 넘는 시간을 정성스럽게 준비했고, 오픈 첫날 아내와 지인들이 축하하러 와 주었고, 저는 지인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아내는 다른 손님들의 요청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준 것이 기사화되어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가게에 가끔 갈 수는 있겠지만, 계속 커피를 손님들께 내려드리려는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시간이 되면 들려서 손님들과 함께 커피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은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이번 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단 지금은 마을 주민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며, 예약제로 변경한 카페에서는 세 명의 바리스타가 최선을 다해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저는 한발 물러나 전체적인 운영을 맡고 좋은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드리며, 국내의 훌륭한 로스터리들의 스페셜티를 롱플레이 카페에서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 가지가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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