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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1세대' 최정원·남경주·박칼린은 왜 '정도'를 강조했을까 [타임라인]
최근 뮤지컬 업계가 떠들썩하다.
지난 22일 뮤지컬 1세대 배우 남경주, 최정원과 연출 및 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인 박칼린은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장편의 호소문을 전해왔다.
이들은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된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라며 배우, 스태프, 제작사가 각각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1세대 배우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후속 주자들이 모두 이에 동참하게 된 것일까. 그 타임라인을 돌아본다.
◆ 6월 13일 -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공개
지난 13일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이 베일을 벗었다. '엘리자벳'은 올해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이하게 된 상황. 10주년은 뮤지컬 업계에서 기념비적인 시간인 만큼, 과거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이 다시 돌아오는 가능성이 높아 많은 팬들은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라인업에 뮤지컬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옥주현의 합류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더블 캐스팅 된 배우가 '엘리자벳'에 새롭게 합류한 뉴캐스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했다. 해당 배우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기존의 감동을 재차 느낄 수 없었다는 것과 선택의 폭이 적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더블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팬들이 진짜 의문을 제기한 캐스팅은 따로 있었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가 옥주현이 심사했던 '팬텀싱어3'에 출연했던 길병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하게 된 길병민은 루돌프 역할을 맡은 배우보다도 어린 나이고 함께 캐스팅된 민영기와도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상황이라 '적합한 배역일까' 여러 의견이 나왔던 상황이다.
◆ 6월 14일 - 김호영 "지금은 옥장판"…저격글 논란
이처럼 팬들 사이 논란이 된 일에 불을 지핀 것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다. 김호영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과 함께 옥장판 사진과 무대와 객석 모습이 담긴 스티커를 함께 붙였다. 그의 직업이 뮤지컬 배우라는 것, 그리고 최근 캐스팅 논란이 불거진 상황들로 미루어 짐작, 팬들은 해당 건이 '옥'주현을 저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 6월 15일 - 옥주현 "억측 해명은 내 몫 아냐"
김호영의 글이 화제를 모으자 옥주현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하여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할 목 아니다"라며 "수백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하겠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전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뮤지컬 '엘리자벳'의 제작사인 EMK컴퍼니 역시 같은 날, 이번 공연과 관련해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 VBW 원작사의 최종 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되었다"라며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하여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옥주현의 인맥으로 캐스팅됐다'는 등의 루머를 일축했다.
◆ 6월 20일 - 옥주현, 명예훼손으로 김호영 고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0일, 옥주현은 서울성동경찰서를 통해 김호영과 일부 누리꾼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옥주현 측은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호영 측은 다음 날 공식입장을 통해 "옥주현이 김호영에게도, 소속사에게도 어떠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라며 "해당 내용으로 인해 김호영 배우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날 옥주현은 김호영을 고소한 이유로 '도의적 문제'를 언급했지만, 뮤지컬 업계에서는 파장이 커졌다. 함께 공연에 나서야 할 동료를 고소했다는 점에서 다른 뮤지컬 배우들은 옥주현에게서 등을 돌렸다. 단적으로 그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던 신영숙, 정선아 등이 옥주현을 언팔로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커졌다.
◆ 6월 22일 - 최정원, 남경주, 박칼린의 호소문
이러한 상황 속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 남경주, 박칼린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배우는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하며,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고소 건과 캐스팅 논란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이어 "스태프는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라며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라며 입장을 마쳤다.
이와 같은 1세대의 입장문이 나온 이후 뮤지컬 배우 김소현, 정선아, 차지연, 박혜나, 정성화 등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함께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한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내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뮤지컬 배우 이상현은 "이런게 싫어 무대를 떠났지만, 그래도 힘을 보탭니다"라며 업계에 대한 환멸의 글을 남기며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는 8월 25일부터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무대를 올린다. '엘리자벳' 역할에는 옥주현과 이지혜가 더블 캐스팅됐으며, '죽음' 역에는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이 출격한다. 또한,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는 '루케니' 역할로,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에는 민영기, 길병민이 나선다. 이 밖에 대공비 소피 역할에는 주아, 임은영이 캐스팅됐고, 황태자 루돌프 역에는 진태화, 이석준, 장윤석, 막스 공작 역할에는 문성혁, 루도비카 역에는 김지선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