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콘서트 리뷰 / 사진: 빅히트 제공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저 공연장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많은 관객이 들어서는 곳이고, 관객석과 스타의 거리는 멀다. 하지만, 공연장의 규모는 상관 없었다.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는 열기'로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가득 채웠고, 나 또한, 공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26~27일, 그리고 29일(오늘)까지 3일간 방탄소년단은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을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LOVE YOURSELF' 투어와 그 연장선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투어를 통해 한국 가수 최초로 각종 기록을 수립하며,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세계 23개 도시, 62회 공연으로 206만 여 관객을 동원해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투어 아티스트로 인정받았다. 특히 북남미와 유럽, 아시아 등 콘서트를 개최한 모든 지역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개최한 최초의 한국 가수로,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투어 기록은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투어 차트 '월간 박스스코어'와 폴스타 투어 차트 '라이브75'에서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전광판을 비롯한 공연장의 모든 조명이 암전됐고, 팬들의 야광봉 역시 불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노래와 함께 모든 빛이 들어왔을 때, 전율이 일었다. 공연의 포문을 연 곡은 'Dionysus'로, 방탄소년단은 그리스 신화의 모습을 재현한 듯한 첫 무대부터 팬들을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이어 칼 군무가 돋보이는 'Not Today'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방탄소년단은 "마지막 날 공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며 "남김없이 불 태우고 가겠다. 오늘 콘서트를 위해 이를 갈았다.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투어의 첫 시작을 알렸던,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만큼,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뷔는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가 다시 서울에서 끝나게 됐다. 처음과 끝이 같은 것을 수미상관이라고 하는데, 처음과 끝이 여러분과 함께라 더욱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무대는 'Interlude : Wings'였다. 정국은 "저희와 다 같이 날 준비 되셨나요?"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연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멤버들의 솔로 무대였다. 먼저 제이홉은 'Trivia 起 : Just Dance' 무대를 선사, 방탄소년단을 대표하는 춤 멤버답게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로 무대를 수놓았다. 이어 정국은 'Euphoria' 무대를 꾸몄고, 와이어를 타고 등장, 공연장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여러 곳의 팬들과 소통했다.

지민은 'Serendipity', RM은 'Trivia 承 : Love'를 선사했는데 멤버들의 무대 만큼이나, 무대 효과 역시 돋보였다. 지민의 무대에서는 공연장 전 곳을 뒤덮는 비누 방울이 눈길을 끌었으며, RM의 무대에서는 전광판을 통해 '하트' 배경이 계속해서 나와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뷔는 'Singularity' 무대로 다시 한번, 실력은 물론, '명품 뷔주얼'을 입증했다.

슈가는 'Trivia 轉 : Seesaw', 진은 'Epiphany'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진은 슈가의 솔로 무대를 처음 봤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잠실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진은 공연 말미 자신의 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며 "이 노래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섭섭했는데, 그 때 여러분을 바라보니까 살짝 미소가 나왔다. 뭔가 끝났다는 생각에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여 팬들을 눈물 짓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진, 지민, 뷔, 정국 등 방탄소년단 보컬 멤버들의 '전하지 못한 진심'과 RM, 슈가, 제이홉의 'Tear' 무대 등 각각의 개성을 살린 유닛 무대가 연달아 펼쳐져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Best of Me',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어서와 방탄은 처음이지'로 시작하는 '쩔어'를 비롯해 '뱁새', '불타오르네', 'RUN' 등의 무대를 연달아 선사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으며, 'FAKE LOVE', 'MIC Drop', 'IDOL' 등의 무대는 팬들의 환호와 함께 어우러져 더욱더 완벽한 무대로 탄생됐다.

객석을 가든 채운 팬들은 '앵콜'을 외치는 대신 노래를 부르거나, 함께 파도타기를 하며 방탄소년단을 기다렸고, 다시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Anpanman', 'So What', 그리고 아미타임이라며 'Make it Right' 등을 선사했다. 방탄소년단은 "방탄이란 은하수에 아미란 별들을 심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팬들에게 고마웠던 진심과 사랑을 전했다.


공연 말미, RM은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견뎌 온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위해 박수를 쳐줍시다"라며 "'LOVE YOURSELF'라는 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같이 찾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여정이었다. 이번 콘셉트는 끝나지만,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으니까, 앞으도로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저는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저희의 단 한 마디, 가사 한줄이 여러분을 사랑하는 것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사랑이라는 말 보다 좋은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사랑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렸고, 많은 팬들 역시 그의 진심에 함께 공감하며 눈물을 흘려 감동적인 분위기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소우주(Mikrokosmos)'로, 해당 곡을 배경으로 국내 단독 공연 최초로 '드론 라이트 쇼'가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랏빛을 띈 300여개의 드론이 대우주부터 시작해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행성들을 지나 방탄소년단, 그리고 아미가 함께 있는 소우주인 공연장 상공에 도착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지막에는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심볼로 변화하며 공연장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무엇보다도 팬이 있기에 함께 빛을 낼 수 있다는 그 의미를 잘 담아낸 콘서트였기에 마음에 와닿았다. 이러한 진심이 잘 전해진 만큼, 팬들 역시 처음도, 그리고 끝을 기약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방탄소년단이기에 이들을 더욱 빛내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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