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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반전 NO!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기생충'은 왜 '칸 영화제'에 초청됐을까(종합)
영화 '기생충'은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마냥 평범해서는 주목받을 수 없는 '칸 국제 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을 받았다. 어떤 '특별함'이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까. 그리고 봉준호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떤 특별한 모습으로 연출했을까.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 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다. 지금, 여기, 마치 우리 옆집이나 옆 동네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와 아들, 딸로 이뤄진 4인 구성은 닮았지만, 형편은 극과 극으로 달라 일상에서 겹칠 일 없던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을 그린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기획한 것이 2013년 겨울의 일이라고 회상하며 "'평범하지만, 전혀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 가족이 마주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처음 스토리를 주변 지인에게 이야기했었다"라며 "그 뒤, 1년간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불렸는데,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작품을 처음 구상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바로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사이 봉준호 감독은 '해무', '옥자' 등을 개봉했다.
이후 다시 그때의 기획을 떠올린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완성했고, 해당 작품은 오는 5월 중 개최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은 "영광스럽기도 떨리기도 한다. 언제 가든 늘 설레고, 새롭고, 긴장되는 곳이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신작을 선보일 수 있어 그 자체로 기쁘다"라면서도 "외국 분들께서 이 영화를 '100%'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다. 워낙 한국적인 영화고, 한국 관객들이 봤을 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포진되어 있어, 한국 개봉이 가장 기대된다"는 소감을 전했다.
본격적인 영화 개봉에 앞서 독특한 포스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 배우의 눈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것. 이와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저도 깜짝 놀랐다. 과감성이 있으면서도 잘 정제된 디자인과 색채가 기뻤다. 눈을 가린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여러 추측을 했는데, 그 덕분에 더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것 같고, 뭔가 감춰진 느낌도 있는 것 같다. 비밀이나 반전에 목매지 않고, 캐릭터로 끌 고가는 영화지만, 저 작은 터치 하나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애가 돈독한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다. 직업도 대책도 없지만, 늘 태평한 성격으로 아들 '기우'(최우식)가 부잣집 과외 선생이 되자, 이를 시작으로 평범하게 먹고살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기택의 아내 '충숙'은 장혜진이 연기한다. 하는 일마다 안 풀리는 남편과 살아서인지, 상대적으로 박력 있고 다부지다. 무능한 가장을 늘 구박하지만, 사이는 좋다.
"전원 백수 가족이지만, 이상한 사고나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라며 운을 뗀 송강호는 "평범하게 사회를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이다. 기택도 열심히 가족과 본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데, 환경이 여의치 않다. 그런 가운데, 어떤 사건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기택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고를 한다. 연체동물 같은 느낌이다. 그 모습이 특이하기보다는, 우리 이웃이나,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장혜진의 캐스팅은 영화 '우리들' 덕분에 이뤄졌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들'을 보고 이미지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연락드렸는데, 생각보다 더 마르셔서 당황했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에 장혜진은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살집은 있지만 날렵해야 했다. 표현이 힘든 캐릭터였기 때문에 살포시 꾸준하게 오랫동안 운동을 했다"라며 "부모를 잘못 만난 것 같아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남편을 구박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밝혔다.
최우식은 전원 백수 가족의 장남인 '기우'를 연기한다.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백수지만, 늘 긍정적이다. 교환학생을 가게 된 명문대생 친구의 부탁으로, 가짜 재학 증명서를 들고 박사장(이선균)네 과외 면접을 보러 가게 된다. 고정수입이 절실한 온 가족의 희망으로, 나름의 책임감을 갖고 노력한다.
전원 백수 가족의 둘째 딸이자, 기우의 동생 '기정'은 박소담이 연기한다.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서 오빠와 마찬가지로 백수 신세지만, 빼어난 포토샵 실력으로 오빠의 면접 서류를 보정한다. 가족 중 가장 현실적이고 야무진 인물로, 박사장네 미술 과외 면접을 보면서 가족 고정 수입의 두 번째 희망이 된다.
최우식과 박소담은 입을 모아 '가족 간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최우식은 "아버지께 어떻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기정이나 어머니와 어떻게 더 친근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노력이나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현장에서 정말 가족같이 잘 지낸 것 같다"고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박소담은 "송강호 선배님의 딸로 나온다고 해서 정말 끌렸고 벅차올랐다"라며 "엄마와 아빠, 아들과 딸이라는 같은 구성원의 두 가족이 만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고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이처럼 '평범한(?) 전원 백수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는 박사장의 가족 역시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먼저 이선균은 글로벌 IT 기업의 젊은 CEO로, 기택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가장 '박사장'을 맡았다. 일이 바빠 가정의 대소사는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지만, 고용인들에게 언제나 젠틀하고 친절하다. 하지만, 선을 넘어오는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 '젊은 전문직 부자'의 특정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조여정은 '박사장'(이선균)네 사모님 연교를 맡았다. 그는 좋게 말해 심플하고 순진한 성격으로 남을 잘 믿지만, 정작 본인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다. 아이들 교육은 물론, 고용인 채용, 관리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는 인물이다. 미술 영재 같으면서도 산만하고 엉뚱한 둘째 다송이(정현준)가 제일 걱정이다.
여기에 정지소는 예민한 사춘기이자 '박사장'의 고2 딸, 다혜를 연기한다. 그는 동생이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 같아 애정 결핍이 있다. 정현준은 엉뚱하고 산만한 10살짜리 동생 다송을 맡았다. 천재적인 그림을 그린 '어린 화가'지만, 산만해서 미술 선생마다 한달도 못 버텨 엄마 연교(조여정)에 고민을 안겨준다.
특히 이선균과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균은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 흥분되고, 대학교 입학할 때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떨리고 믿기지 않았다"라며 "술 자리에서 잘 안 취하는데, 취해서 감사 인사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출연을 결정하고 대본을 봤는데, 분량이 작아서 리액션이 과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최우식이 "분량이 많아 긴장된다"고 말했던 것을 장난스럽게 언급한 것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여정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작은 역할이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역할이 생각보다 컸다. 정말, 아주 작은 역할이어도 하려고 했는데 큰 역할을 맡아 더없이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한 뒤, "가정 일을 전담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틈이 없길 바라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인물이다. 본인은 똑 부러진다고 착각한다. 평범한 엄마이자 심플한 여자다"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7번째로 내놓는 장편 영화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재미를 예고한 영화 '기생충'은 오는 5월 말 개봉을 확정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의 '한국적 정서'와 관련해 "객지에서 고생하다가 돌아왔다는 생각은 아니고, 이전 작품보다 새 작품이 뭐 하나라도 더 좋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해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