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손예진 정해인 / 사진: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제공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연출한 안판석 감독이 취재진과 만나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졌다.

2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손예진, 정해인, 안판석 감독이 참석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이하 예쁜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게 될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예쁜누나'는 방송 6회 만에 수도권 7.1%, 전국 6.2%(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을 떠나 '예쁜누나'를 활용한 카피라이터가 등장하고, 남자 주인공인 정해인이 '대세남'으로 떠오르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안판석 감독은 전작인 '밀회'(2014), '풍문으로 들었소'(2015) 등에서 현실을 풍자하거나 교묘하고 섬세하게 비판하는 남다른 연출력을 선보였다. 그렇기에 안판석 감독의 작품은 늘 관심을 끌었고, 결과물을 본 대중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이날 안판석 감독은 연이은 작품 성공 비결에 대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한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메모해뒀다가 꺼내서 작품화시킬 뿐이다. 내 작품이 잘 된 이유가 있다면 나의 고민, 내 과거 속 매력적인 기억들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보편성에 대한 믿음을 작품에 녹이고 있고, 그것은 영원히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판석 감독의 또 다른 연출 포인트는 OST에 있다. '예쁜누나'는 시청자에게 익숙한 올드팝 OST 'Save The Last Dance For Me', 'Stand By Your Man'를 활용했고, 레이첼 야마가타의 국내 드라마 첫 OST 참여로 주목받은 'Something in the Rain', 'La La La' 등을 통해 극 중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진짜 연애'를 감성적으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안판석 감독은 작품에 음악을 자주 활용하는 의도에 대해 "음악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나가다가 음악이 나오면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쁜누나'를 한다고 했을 때도 음악부터 선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살 수 있을지, 얼마나 비쌀지 생각했다.(웃음) 서사만큼 중요한 게 음악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쁜누나'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주인공 윤진아와 서준희의 현실 연애를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주효했지만, 30대 직장여성의 애환 등을 서브 줄거리로 다루며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윤진아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손예진 역시 "직장 생활에서 여성이 가진 애환이나 노래방에서 여자들끼리 놀고 직장에서 회식 참여 안 했다고 혼나고 깨지고 하는 모든 것들이 직장생활 하지 않았는 데도 너무 공감되더라. 제가 이 작품으로 제 나이 또래, 30대 여성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해드렸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여러 가지로 이 작품은 정말 너무 소중하고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며 공감했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지만, 윤진아가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이라던가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전 남친에게서 현 남친이 구해주는 장면, 여주인공의 성장기는 다뤘지만 상대적으로 남주인공의 성장사는 뚜렷하게 보여지지 않는 점 등은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먼저 안판석 감독은 윤진아가 아버지에게 연애를 고백하는 장면은 김은 작가의 친구의 연애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은 작가의 친구가 부모님에게 연애 사실을 털어놓기에 앞서 작전을 짜고 대본을 써봤는데 결국 무릎이 꿇어지고 울음이 터졌다고 하더라. 처음 듣는 얘기인데 공감이 됐다"면서 "지금의 30대 중반은 옛날 어른들과 비교하면 20대 중반인 것 같다. 인생이 길어지고 젊게 살면서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 윤진아 역시 미성숙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여성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남성에 의해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으로 비춰진 듯한 장면에 대해서도 정확한 의도를 전달했다. 그는 "서준희가 윤진아를 구해주는 건 없다. 전남친 규민이가 회사 앞에 찾아와서 진아한테 데이트하러 가자고 보챌 때도 어깨에 손을 올리는 정도이지, 위기의 상황에서 서준희는 부재였고, 나중에 위로해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주인 서준희의 성장에 대해서도 "서준희 역시 능청스럽고 가벼웠지만 점점 진지해져가고 있다. 드라마가 이제 반 정도 지났는데, 후반부에 얼만큼 성장할지가 관전포인트"라며 "'예쁜누나'는 윤진아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준희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 부분이 후반부에 흥미로울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가 후반부까지 흔들리지 않고 초반 기획의도대로 뚝심있게 나아갈 수 있을지, 안판석 감독의 웰메이드 드라마가 하나 더 추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는 매주 금,토 밤 11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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