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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th BIFF 오픈토크] 이병헌 "아버지께 늘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 이병헌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병헌은 7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곳에는 '뵨사마' 이병헌을 응원하기 위한 국내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환호하거나 그를 향해 플래시를 터트렸다.
자타공인 '믿고보는 배우'로 불리는 이병헌은 "그 말만큼 배우에게 커다란 선물처럼 다가오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믿고 보낸 배우'라는 말이 제게도 적용된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그 말만큼 내가 배우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늘 믿고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해 11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내부자들'을 비롯해 지난 9월 특별출연한 '밀정'과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 7'까지 쉼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병헌은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병헌은 "자유로워지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벗어나려고 하고, 자유로운 공상, 엉뚱한 생각도 하게 한다. 아티스트들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10살짜리 아이가 있다. 어렸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마음을 지워 버리려고 하지 말고 더 기억하고 찾으려고 애써야한다. 나도 힘들지만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된 이병헌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17년이 됐다. 사실 늘 아버지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할리우드에서 핸드프린팅 한 것을 아버지가 아시면 기절하실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병헌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나를 TV 앞에 앉혀놓고 주말의 명화를 보여주며 배우와 영화에 대해 설명해줬다. 나는 듣기만 했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또한 이병헌은 아들 지후 군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영화로 '악마를 보았다'를 꼽아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지금은 아들이 TV를 봐도 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니까 영화를 보여주는 건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영화가 무엇인지 알고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주 극장에 데려갈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한 사람이 연기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온전히 다른 모습으로 작품에 담긴다는 건 확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내놓는 작품마다 "연기로 말한다"는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배우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영화를 온전히 스토리로 보지 않고 내가 보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빠지기 보다는 '저때 왜 왜 이렇게 어설펐지?'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30,40번을 본적이 있는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다. 나를 흥행배우로 만들어 줬기 때문에 보게 됐는지도 모르고, 몰래 영화를 봤다. 그때 영화가 영화처럼 보였다. 배우는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기 때문에 '저렇게 하는 것이 맞았을거야' 라는 마음도 들 수가 있다. 대부분은 '저렇게 잘했던 것 같은데' '감성에 충실했던 것 같은데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수작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연기파 배우 이병헌의 '인생 작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관객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각기 다른 이유로 가장 소중하다"는 이병헌의 말이 절로 이해될 정도다. 그는 자신의 인생작을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으로 꼽았다.
"애정도 있지만 그 영화로 인해 할리우드를 경험하게 되고 외국 업계에 나를 알리게 했던 작품이라 늘 가슴속에 고마운 마음이 있다."
아버지를 통해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 이병헌.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어린시절 그토록 동경하던 스크린 배우가 됐고, 이제는 삶을, 시간을 카메라에 담고 때로는 판타지를 실현시키기도 한다.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배우 이병헌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