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 사진 : 김소현 인스타그램,포카리스웨트 홈페이지


검게 탄 얼굴이었다. 모 CF에서 화사하게 등장한 모습과는 또 달랐다. 30도 이상의 무더위에서 그는 홀로 무대에 올라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감당했다. 꽃다운 나이 17세, 배우 김소현의 이야기다.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 <순정>에서 김소현은 '수옥'역을 맡았다. 검게 탄 얼굴 처럼 김소현의 '첫사랑女'는 남달랐다. 현장에서 그는 "전형적인 첫사랑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 속에서 기존에 첫사랑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수옥'이만의 에너지를 더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소현'보다 '수옥'이를 위한 선택이었다.

으레 아역 배우들은 성인 배역으로 거듭나면서 성장통을 앓는다. 대중들은 아직 어린 시절의 배우를 기억하는데, 그 배우가 성인 배역을 맡았을 때 오는 괴리감에서 오는 통증이다. 하지만 유독 김소현은 이를 비켜간다. 이를 각인 시켜준 것은 지난 6월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의 힘이 컸다.

김소현은 '후아유- 학교 2015'에서 이은비와 고은별, 1인 2역을 소화했다. 안방극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7년 데뷔 후,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그렸던 그녀의 모습보다 '배우 김소현'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 방영된 여배우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포카리 스웨트 광고도 김소현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 몫 했다. 아역 배우 김소현은 없었다. 그 안에서 김소현은 청순하면서도 상큼한 '여배우'였다.


일주일 전인 지난 28일, 전남 고흥에서 영화 <순정>의 촬영 현장이 공개됐다. 김소현이 첫 스크린 주연작에 나서는 작품이다.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 <순정>에서 김소현은 도경수(엑소 디오)의 사랑을 받는다. 몰입도에 무리는 없었을까? 당시 도경수는 "김소현을 보며 짝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라고 말했다.

이날 <순정>을 연출하는 이은희 감독은 김소현을 "멜로 신동"이라며 "'17살 나이에 이런 감정을 어떻게 알까?' 생각이 들 정도로 순간 집중력이 높고, 감성이 풍부하다. 안정된 연기 톤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에서 시나리오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 주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김소현은 스크린 주연에 나서며 남다른 태도로 임하고 있다. 그는 "<순정>을 위해 독하게 준비했다기보다는, 항상 빠르게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과 영화 현장은 다르잖아요. '좀 더 여유있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생각해서 노래도 더 많이 듣고, 편안하고 즐겁게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순정'속 '보랏빛향기'를 부르는 장면의 김소현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김소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소현은 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후아유-학교 2015'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게 됐고, 어떻게 보면 좀 더 성숙한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아직은 저에게 너무 크고,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이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그만큼 전보다 성숙해진 것 같아요. 주연이라는 것보다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며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17살이 된 지금 어느새 김소현의 필모그래피에는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 등 약 30개의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작품들은 '여배우' 김소현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어느덧 여배우'가 된 김소현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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