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 악당들' 임상수감독-고준희-류승범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취직해서 멍청한 웃대가리 말에 복종하는 것은 X 같은 거다."
라고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지누(류승범)는 첫 등장에서부터 말한다.

17일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의 언론시사회가 임상수 감독, 배우 류승범, 고준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CGV 왕십리점에서 진행됐다. 이날 임상수 감독은 영화 메시지를 묻는 말에 "특별히 무슨 메시지가 있겠나? 젊은이들이 반항의 기운을,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게 연출한 사람의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임상수 감독의 말은 의외다. 그의 전작을 몇 가지만 나열해도 이해가 된다. 성에 대한 솔직한 시선의 <처녀들의 저녁식사>, 파괴된 가족관계에 대한 충격적 시선의 <바람난 가족>,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의 <돈의 맛> 등 항상 그는 사회의 이면을 담아온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영화 속에 나오는 사과에 대한 의미를 묻자 "별 의미 없다. 사과 먹는 사람들끼리 한 팀"이라는 대답을 전한다.

류승범 / 사진 :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 이미지


<나의 절친 악당들>의 내용은 간결하다. 회장(김주혁)의 검은 돈을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게 된 지누(류승범), 나미(고준희), 야쿠부(샘 오취리), 정숙(류현경)가 거대한 힘에 맞서 통쾌한 한 판 승부를 가리는 내용이다. 전쟁의 시작은 돈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키려 하는 것은 돈보다 영혼이다. "이만하면 됐지"와 "이렇게는 못살아" 중에서 당당히 후자를 택한다.

류승범이 맡은 '지누'는 2평도 안 되는 좁은 고시원 방에서 대학 다니고, 취업하고, 그런데도 갚을 돈이 수천만 원인 인턴사원이다. 확실한 직업? 인턴사원에게 직업이랄게 뭐가 있나, 그냥 상사가 시키는 것이 커피 타오는 일이던지, 차를 뒤쫓는 일이던지, 그냥 그의 말이 그때그때 그의 직업이고 일이다.

반면 '나미'(고준희)는 확실한 직업이 있다. 차를 견인하는 일을 한다. 여자로서는 험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럴 것도 없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그녀 혼자 빈민촌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꾸리고 산다.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의 만남은 독특하다. 지누는 나미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는다. 지누에게 '롱다리 미녀'로 비치는 나미는 당당하고 멋있는 여성이다. 두 사람은 '그것들의 세 번째 밤'을 지내며 서로에게 믿음을 키워나간다. 류승범은 전작에서 당당하게 앞으로 돌진하던 남성성의 상징을 벗었다. 임상수 감독은 "한국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이 연애하는 것을 보면 너무 여자에게 못되게 군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승범과 준비하면서도 얘기한 게 실생활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 싶었다"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연애관계 속에서 좋은 남자의 역할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그들의 생각은 통했다. 어드벤쳐 액션 활극 같은 영화 속에서 2015년식 로망남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지누(류승범)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미(고준희)에게 도움이 되는, 그러면서도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류승범-고준희 / 사진 :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 이미지


고준희의 변신 또한 눈길을 끈다. 고준희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첫 액션 도전이라고 밝혔다. 액션만큼 통쾌한 것은 나미의 혹은 고준희의 자유분방함이다. '단발머리'의 아이콘으로 여성들의 쿨한 워너비 스타일을 가진 고준희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맨발로 렉카차를 운전하는 당돌한 모습으로 지누를 사로잡음과 동시에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

임상수 감독은 "저항하지 않는 젊음은 비참하다도 생각한다. 고분고분하라는 대로 말 잘 듣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 존경할 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사람들에게 머리 조아리고, 무릎 꿇고 살 수밖에 없는 빚더미 속 이 시대 젊은이들. 그래서 주인공 지누와 나미가 발견한 주인 잃은 오만 원짜리 뭉치는 무조건 그들 몫이다. 왜냐하면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바로 '젊은' 그들이기 때문에"라고 작의를 말한다.

<나의 절친 악당들>의 마지막 장면은 장기하의 '뭘 그렇게 놀래?'라는 되물음이다. <나의 절친 악당들> 속 지누와 나미를 연기한 류승범 고준희 역시 대리만족을 했다고 밝힌 그 쿨한 위로는 오는 25일 관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절친 악당들' 고준희-류승범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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