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김남길 '무뢰한' 리뷰 / 사진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칸 영화제에 갔다,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공개된 스틸컷들은 뭔가 묘하다, 어려운 영화일 것 같다. 영화 <무뢰한>에 가진 일반적인 생각이다.

영화 <무뢰한>은 한줄 요약이 가능한 심플한 이야기다. 살인범(박성웅)을 잡기위해 그의 연인 '혜경'(전도연)에게 자신을 숨긴채 접근한 형사 '재곤'(김남길)이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화는 심플하지 않다. 무엇보다 재곤과 혜경이 빠졌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 사랑을 알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혜경'은 아무도 믿지 않는 여자다. '재곤'에게도 그랬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의심으로 시작한다. '혜경'은 이미 상처 위에 상처를 지닌 여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혜경'은 사랑을 믿는다. '재곤'이 했던 말을 다시 묻는 '혜경'은 이미 그를 믿고 싶어하는 마음을 더 진하게 물음에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15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한 오승욱 감독은 '무뢰한'이라는 단어 속에 전작 <킬리만자로> 당시 만났던 형사의 모습을 담았다. 법의 수호자인 형사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행동의 본질은 그들 역시 범죄자와 다르지 않았다. '무뢰한'이라는 단어가 오승욱 감독에게는 선과 악을 떠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느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그런 '무뢰한'이 사랑을 한다. 살인자 검거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숨기고 거짓으로 접근한 사랑이다.  감독은 "'재곤'조차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 줄 모르기에 <무뢰한>은 폭력적이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무뢰한'의 행로를 그리는 하드보일드 멜로"라고 영화를 설명한다.

전도연과 김남길은 이 사랑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는 스토리보다 더욱 관객들을 '혜경'에 몰입하게 만든다. 늦은 밤 홀로 술잔을 소주병에 부딪히고 들이킨다거나, '재곤'이 피던 담배를 한 모금 머금을 때, 살인범인 자신의 연인을 만났을 때의 눈빛 등은 대사보다 큰 힘을 갖는다.

'무뢰한' 김남길은 전도연과 앙상블을 맞춘다. 부담감이 컸다. '칸의 여왕' 전도연에게, 15년 만에 메가폰을 손에 쥔 감독님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부담감이 큰만큼 그는 연기에 힘을 더하기보다 빼려고 노력했다. 감독 역시 '재곤' 역의 김남길에게 더하기보다 빼기를 요청했다. '무뢰한'인 재곤이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는 것 처럼, 관객들 역시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무뢰한>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깊다. 김남길이 '재곤'으로 걸어가는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길은 그의 발걸음만큼이나 무겁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다. 마지막 장면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까지 관객들은 김남길과 전도연이 보여주는 캐릭터의 감정에 필연적으로 빠져들어 있어야 할 것.

한편, 전도연과 김남길 등이 만나 비릿한 사랑의 감정을 전할 영화 <무뢰한>은 오는 5월 27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 사랑에 대한 생각을 진하게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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