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하지원 '허삼관' / 사진 : NEW 제공


영화 <허삼관>은 하정우와 하지원이라는 톱스타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더욱 관객들을 궁금하게 만든 건 배우 하정우가 아닌 감독 하정우였다.

하정우의 첫 연출작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3년 정경호 주연의 영화 <롤러코스터>를 연출한 바 있다. 당시 관객들의 의견은 갈렸다. 재밌다는 평과 새롭다는 평이 있는 반면, 이건 뭐지? 하는 많이 당황한 평들도 뒤를 따랐다. 그 이후 하정우는 영화 <허삼관>을 연출작으로 선택했다. 지난 작품에서 웃음코드와 B급 감성으로 '패러디와 풍자'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버지 그리고 가족'이다.

영화 <허삼관>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독보적 코믹 가족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가진 건 없지만 마을 최고의 미녀 '허옥란'(하지원)과 세 아들 일락, 이락, 삼락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하정우)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웃음과 감동의 코믹휴먼드라마.

<허삼관>의 첫 시작은 강렬하다. 삼촌(주진모)의 밭에서 빈둥거리는 허삼관 앞에 계화 엄마(김영애)가 등장해 딸의 결혼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유는 밥을 깨작깨작 먹고 피를 한 번도 팔러 간 적이 없었다는 것. 1953년 공주라는 배경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당시에는 먹을 게 귀했다. 그리고 가장은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그 책임은 자신의 피를 팔아서라도라는 말을 내포한다.


그래서인지 <허삼관>을 관통하는 이야기에는 '피'가 있다. 무일푼에 삼촌네 밭에 얹혀사는 '허삼관'이 마을 최고의 미녀, 그것도 하소룡이라는 연인이 있는 '허옥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피'의 힘이다. 그는 물 8컵을 들이키고 화장실도 참아내며 '피' 세 통을 뺀다. 그리고 돈을 얻는다. 그리고 그 돈을 아낌없이, 화장품부터 돼지고기, 냉면, 만두, 불고기, 차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그 모두를 '허옥란'에게 쓴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녀를 쟁취한다.

세 아들 일락, 이락, 삼락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허삼관'네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이 돈다. 일락이가 점점 하소룡을 닮아간다고. 일락이를 유독 아끼던 허삼관이 택한 방법은 피검사. 일락이에게 자기가 '허옥란'을 얻기 위해 피를 팔았던 그 병원으로 가서 피검사를 받게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일락이는 피검사로 허삼관의 피가 아닌 하소룡의 아들임이 입증된 것.

이후 허삼관이 일락이에게 하는 유치하다면 유치한 행동들은 '피 값'에 대한 배신감 정도로 생각하자. 내 아들, 남의 아들이라 해도 내 품에 둔 자식이다. 부성애라는 뜨거운 감정을 허삼관은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피'를 돈으로 바꾸며 알아간다.

웃으면서 시작한 영화다. 들이대는 하정우와 턱을 45도쯤 들고 도도하게 거절하는 하지원의 모습은 남다른 케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후 보릿고개를 넘어가며 배고파서 누워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허삼관은 입으로 요리를 해준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입으로 만든 고기만두를 침 삼키는 소리로 먹는다. 관객들 역시 침 삼키는 소리로 아이들의 만두를 함께 먹게 될 거다.

그러면서 '허삼관'의 다섯 식구는 관객들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애정을 사게된다. 하정우의 유치한 태도는 아버지의 권위보다 진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세 아들을 꿈꾸게 됐다는 하지원은 제 아들처럼 혼내고, 어르고, 안아준다. 일락, 이락, 삼락 형제는 아들들답게 남다른 먹성과 활동력을 자랑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찾는 건 "형~"이란 한 마디다.

하정우는 <허삼관>에서 피를 팔아가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가족 모두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고기만두 한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허삼관>을 보면 깨달을 수 있다. 단언컨대, <허삼관>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고기만두를 찾게 될 것이다. 영화 <허삼관> 1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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