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문채원 주연의 '오늘의 연애' 리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팝콘필름 제공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라는 가사를 담은 '썸'이란 곡이 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다. 그리고 '썸타는 오늘날의 연애 행태'를 보고하는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는 제주도를 강타한 폭풍우를 중계하는 날씨의 여신 문채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화 <오늘의 연애>는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데 100일도 못 가 차이기만 하는 '준수'(이승기)와 그의 18년 지기 친구 '현우'(문채원)이 사랑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우는 유부남인 그래서 더 다가갈 수도 없는 직장상사 '동진'(이서진)을 사랑이라 부른다.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그가 하는 "새우깡 같아 너, 자꾸만 손이가"라는 달콤한 말이 좋다.

하지만 18년 동안 그녀의 집 청소부, 짐꾼, 술친구 등으로 '부려온' 준수는 쉬는 날, 밤늦게 당연하게 불러대지만 '남자'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흥분이 안 돼"는 사람 남자인 친구일 뿐이다. 이 둘은 서로의 연애 고민도 쿨하게 나눈다. 차이기만 하는 준수를 현우는 놀리고, 술이 술을 부르는 현우의 주정은 준수의 등을 휘게 한다. '족발' 같은 둘의 사이는 '공기'처럼 익숙하다.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인지한다.

<오늘의 연애>는 오랜만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박진표 감독의 이력부터 흥미롭다. 박진표 감독은 지난 2002년 영화 <죽어도 좋아>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70세를 넘긴 노인들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2005년 <너는 내 운명>에서 목이 쉰 황정민의 절절한 손짓과 전도연의 눈물 섞인 절규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썸'이라는 행태를 보고하는 영화 <오늘의 연애>는 누구보다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해온 박진표 감독에게서 시작됐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연애>는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내꺼'라는 낯부끄럽고 유치하지만 그래서 '사랑에 빠졌다'는게 아닐까를 말한다.


문채원이 보여주는 현우는 솔직하다 못해 무섭다. 그녀의 진상행태는 <오늘의 연애>를 주의 깊게 볼 요소다. 술 먹고 웃다가 울다가, 노래하고 막 춤추고, 결국은 그 남자에게 수도 없이 전화하기. 실제 자신 혹은 자신의 친구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더구나 문채원은 실제 그녀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이후 이렇게 사랑스러우면서 무서운 여자 캐릭터는 없었다.

첫 영화에 도전한 이승기의 변신 또한 놀랍다. 그는 차이기만 하는 남자 '준수'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예능에서 보여준 '짐꾼'과 '허당'이미지를 모두 버무린 찌질남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자들의 눈엔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거다. 그럴 수 있는 건, 그가 18년간이나 한 여자의 뒤에 서 있었다는 것.

하지만 영화는 준수와 현우를 감싼 '공기'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약간의 무리수를 둔다. 어찌 보면 '영원한 사랑'이라는 가치와 대조되는 '썸'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나친 느낌이다. 이승기를 유혹하는 화영과 문채원에 목메는 정준영은 상황의 변화와 캐릭터의 대조라는 면에서 전개상 필요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시작된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는 관객들에겐 긴장감을 늦추게 하는 부작용을 함께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준수는 현우에게 고백했다. 현우는 그 대답을 '고공낙하 놀이기구'로 대변한다. 그리고 준수는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현우의 "똥 싸고 있네"라는 깜찍한 대답만이 그의 가슴에 박혔을 뿐이다. 18년 후의 준수와 현우는 어떻게 될까? 여전히 사랑은 참 가장 유치하고 짜릿한 맛이다. <오늘의 연애>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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