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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시선] 당신의 손가락은 깨끗합니까?…'소셜포비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참, 사람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사람과 걸어 다니는 길에서, 혹은 대중교통수단 내에서 서로 눈 마주칠 일은 별로 없다. 왜냐, 사람들의 시선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향해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눈의 방향뿐만이 아니다. 사람들 생각의 방향까지 변해버렸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분에 초청된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는 달라져 버린 세상의 시선을 그린다. 영화의 시작부터 그렇다. 지하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공간을 메운 화면에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향해있다. 그곳에서 '경찰공무원'의 꿈을 위해 휴대전화기를 봉인시킨 '지웅'(변요한)만이 멀뚱히 이어폰을 낀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앞을 보고 있다.
'지웅'이 멍한 표정을 짓던 그 시간 인터넷과 휴대전화기 속 SNS 세상에선 큰 요동이 일었다. 자살한 박 병장의 유서가 공개되고 그에 대한 연민의 물결이 일 때, '레나'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한 여성이 '민폐 군바리, 인생 퇴갤'이라는 내용의 강력한 비난 SNS를 던진 것.
사람의 죽음 앞에 쉽게 던져진 한 마디는 사람들의 동요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특히 남자들에게 그랬다. 그래서 '레나'를 처단하기 위한 원정대가 구성되고 '지웅'은 자신의 친구 '용민'(이주승)을 따라 그 일원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온라인상에서 남의 죽음을 '퇴갤'이라고까지 말한 당당하고 뻔뻔한 여자가 아니었다. 스스로 목을 맨 민하영의 시체였다.
그때부터 다시 키보드 세상은 불탄다. 그렇게 흥미진진해 하던 네티즌들의 첫 화살은 원정대였다. 원정대의 과한 행동에 또 한 명의 생명을 잃었다. 이에 용민은 '레나'라는 닉네임의 '민하영'(하윤경)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추측하며 결국 '민하영 죽음의 진실'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회원 수는 폭주한다. 그녀를 처단하러 나섰던 원정대는 반대로 그녀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네티즌들을 등에 업고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는 시선을 끌 만하다. 자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는 지켜보는 사람들을 선동한다. 민하영의 죽음보다 중요해진 건 타살. 누가 민하영을 죽였는가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보는 내내 빠져드는 만큼 불편한 건 관객들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네티즌이기도 하기 때문일 거다.
특히, 처음에는 용민을 따라 '레나 원정대'에 들어갔던 지웅의 변화하는 표정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는 더는 휴대전화를 봉인한 채 앞을 보고 걷던 사람이 아니다. 민하영 죽음의 진실을 파헤지는 원정대 안에서 '니가 민하영을 죽였지?'라는 질문을 모니터 너머 미소를 띠며 던지는 인물이 되어간다.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닉네임에 가려져 수많은 글을 자책 없이 쏟아내는 이 시대를 영화 '소셜포비아'는 사람이라는 관계성으로 풀어낸다. 결국은 누군가의 친구이고 오늘의 동지였던 사람이 너무 쉽게 적이 되고, 또 그 사실은 더 자극적인 사건에 쉽게 잊혀진다. 예를 들면 걸그룹 스캔들 정도가 될까?
영화는 선플을 권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소셜포비아'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듯 매일같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SNS)'를 사람들이 발붙이고 사는 세상과 동시에 보여주며 '포비아(fobia: 공포증, 병적인 공포)'를 적절히 드러낸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있는 현실과 얽혀진 SNS세상에서 당신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영화는 덤덤하게 묻는다. 당신의 손가락은 깨끗합니까?